[용인신문] 호랑이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은 세계가 인정하는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호랑이는 경이감을 주는 영적 지주의 특징을 갖는다. 일제강점기는 한국인의 슬픔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배경이며 한국전쟁은 이념의 대립이 만들어낸 극단적 인간상을 드러내는 데 일조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불행한 시대를 지키려는 야수 같은 인물들이 있으니 바로 소시민들이다. 그들은 그저 생존하기보다 명예롭기를 원한다. 김주혜의 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도 이같은 이야기이다. 무엇인가를 지키는 들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이들의 사랑에 대한 역사이자 인류애를 가진 이들의 마음을 담은 작품이다.
소녀에서 기적에 오른 여인이 되었으나 예술가로 성장하는 옥희, 타인을 품어주는 지혜로운 할머니가 되어 다음 세대를 지키는 옥희의 삶은 우리네 어머니들의 삶이며 한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으로서의 덕목을 배워가는 여정이 된다. 옥희와 인연이 닿은 이들은 단지 사랑을 위해 살기도 하지만 명예를 위해 살기도 한다. 나라를 팔기도 하지만 독립운동에 젊음과 재산과 열정을 바치는 이들도 있다. 일제강점기로부터 시작되어 해방 후 한국전쟁 시기를 지나 대한민국 초반에 이르는 옥희의 역사 안에는 명예롭고 위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부끄럽고 슬픈 이야기를 품기도 한다.
옥희에게 어떤 이는 그저 사는 것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옥희를 한결같이 사랑했던 어떤 이는 “나이를 조금 더 먹고 나니, 인생이란 무엇이 나를 지켜주느냐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지켜내느냐의 문제이며 그게 가장 중요한 것”(250쪽)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