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멍
이혜미
돌이켜 보아도 무례한 빛이었다. 최선을 다해 빛에 얻어맞고 비틀거리며 돌아오는 길이었다. 응고되지 않은 말들, 왜 찬란한 자리마다 구석들이 생겨나는가. 너무 깊은 고백은 테두리가 불안한 웅덩이를 남기고 넘치는 빛들이 남기고 가는 진한 발자국들을 따라, 황홀하게 굴절하는 눈길의 영토를 따라, 지나치게 아름다운 일들을 공들여 겪으니 홀로 돋은 흑점의 시간이 길구나. 환한 것에도 상처 입는다. 빛날수록 깊숙이 찔릴 수 있다. 작은 반짝임에도 멍들어 무수한 윤곽과 반점을 얻을 때, 무심코 들이닥친 휘황한 자리였다. 눈을 감아도 푸르게 떠오르는 잔영 속이었다.
이혜미는 1988년 경기 안양에서 태어났다. 2006년 중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빛멍」은 빛에 대한 상념이고 빛에 대한 서사다. 빛에 얻어맞고 돌아오는 길의 빛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빛은 황홀하게 굴절하는 눈길의 영토이며 진한 발자국이며 흑점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환한 빛에 상처 입는다. 작은 빛의 반짝임에도 멍든다. 멍은 무수한 윤곽과 반점을 얻게 한다. 그 자리는 무심코 들이닥친 휘황한 자리였다.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잔영이었던 것이다. 문학과지성사 간 『빛의 자격을 얻어』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