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정세랑의 역사소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는 신라시대 설자은을 주인공으로 하는 미스테리물이다. 설자은은 당나라에 유학을 다녀온 남장 여성이다. 그의 뛰어남을 알아본 오라비의 계획이었다. 그의 귀국길에 함께 한 목인곤과 짝을 이뤄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설자은이 미스테리를 푸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우선 그의 생각과 행동에 섣부른 힘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설자은은 자신이 여성이라는 것을 숨겨야 하는 입장이라 타인의 눈에 띄는 것을 피하는 편이다. 힘 있는 사람의 눈에 들어 출세를 바라는 자은의 오라비와 사뭇 다르다. 그는 폭넓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본다. 설자은이 당에서 만난 사람들은 상하고하를 막론하였을테니 사건을 맡긴 이가 왕이나 상대등처럼 범접할 수 없는 이들이라 하더라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게다가 당나라에 유학을 하되 다른 권세가의 자식들처럼 호사를 누리는 대신 스스로 비용을 충당해 가며 공부를 했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있는 인물로 보인다.
설자은의 추리는 답답한 요즘 세태에 청량감을 준다. 옴리버스처럼 나열된 사건들은 단편소설처럼 즐길 수도 있다. 작가가 <참고자료>에 소개한 목록도 읽을거리로 훌륭하다. 역사에 적힌 작은 소재를 이야기로 엮은 작가의 솜씨가 훌륭하다. 작가의 이전 작품 『시선으로부터』와 같은 무거움과 『보건 교사 안은영』이 풍기는 경쾌함의 중간 쯤 되는 분위기의 소설이다. 앞으로 금성을 누비는 설자은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를 갖게 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