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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용인시의회, 혈세 100억 들어 청사 증축 ‘논란’

시의원·직원 늘어 사무실·사무공간 부족 이유
공간 부족따라 시청 연결통로·복도 개조 사용
행정타운 업무공간 재배치 등 큰 그림 ‘필요

용인신문 | 용인시의회를 둘러싼 잡음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해외연수로 이슬람문화권 국가를 방문하며 술을 몰래 반입하려다 적발되는가 하면, 의회 사무국 직원에 대한 성희롱 발언으로 현직 시의원이 제명되는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

 

무엇보다 시의회 측은 시의원들의 개인 사무실 마련 등을 위한 청사 증축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용인시가 추진 중인 공공청사 재배치 계획에 따른 처인구 보건소 이전 등과 맞물려 행정타운 내 업무공간 재배치 및 시의회 청사 대수선 등 근본적인 계획 마련이 필요하지만, 시의원 개별사무공간 등 특권 유지를 위한 임시 방편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부터 다수의 지역시민단체는 물론 SNS를 비롯한 시민 커뮤니티에서 반대 민원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지만, 시의회 측은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모양새다.

 

시의회는 지난달 초 시의회청사 증축사업 ‘일반설계 공모’를 공고했다.

 

공고에 따르면 증축사업은 건축 연면적 1904㎡(±2% 이내) 지상 4층 규모로 의원사무실과 의회사무실, 주민편의공간 등을 짓는다. 예정 공사비는 87억 2900만 원(부가세 포함), 예정설계비는 4억 8553만 원(부가세포함), 감리비 등 총 사업비는 약 100억 원 규모다.

 

시의회 측은 증축 사유로 의원 사무실 및 사무공간 부족을 내세우고 있다. 당초 지난 2005년 현 청사 개청당시에 비해 시의원 정수 및 의회사무국 직원 수가 크게 증가해 사무공간 및 회의공간 등이 부족하다는 것.

 

실제 현재 1인 1실을 사용하고 있는 의원 사무실의 경우 청사 내 공간이 부족해 시청 연결통로 및 당초 복도 공간으로 사용하던 곳을 사무실로 개조해 사용 중이다.

 

특히 시의회 측은 향후 시의원 정수 및 사무국 직원 수가 증가할 것을 감안, 청사 증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용인시와 인구수가 비슷한 지방의회 의원 정수를 살펴보면 수원시의회의 경우 의원 수가 37명이고, 고양시의회 34명이다. 용인시보다 인구수가 적은 성남시의회 역시 34명의 시의원이 활동 중이다.

 

△ 의원, 사무공간 ‘부족’ … 시민단체, 특권 유지 ‘미봉책’

경기도 등에 따르면 오는 2026년 치러지는 지방선거의 경우 용인시의회 의원 정수도 3명~4명 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때문에 시의원들은 현재도 부족한 의원 및 직원 사무공간 확보를 위한 증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역 정가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시의원들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특권의식’이라는 시선이다. 증축 추진의 목적이 사실상 시의원 개인 사무실 마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용인지역 인구 변화 및 발전 속도 등을 감안하면 현재 추진 중인 청사 증축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10대 시의회 이후에도 의원 정수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

 

시의회 의정회 관계자는 “시의회 청사 공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의원 사무실만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민의의 전당의 상징인 본회의장 문제에 대해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짚었다.

 

△ 민의의 상징, 본회의장은 뒷전

현재 시의회 본회의장은 총 57석의 좌석이 마련돼 있다. 당초 현 청사 개청당시에는 시의원 21석과 시장을 비롯한 집행부 고위공직자 좌석 등 약 30석 규모로 개원했다.

 

하지만 현재는 시의원 32석을 포함, 총 57석으로 증가했다. 한정된 공간 내에서 좌석 수를 늘리다보니 좌석 간 앞뒤 공간과 의자 크기 등을 점차 줄여나가며 좌석 공간을 마련해 온 것이다.

 

문제는 본회의장 내 공간 확장이 더 이상 쉽지 않다는 부분이다. 의원 정수는 물론, 집행부 고위공직자 수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본회의장을 비롯한 시의회 청사 대수선 등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된 셈이다.

 

지역 건축전문가 등에 따르면 현 본회의장의 확장을 위해서는 시의회 청사 4층에 위치한 의장실을 비롯한 사무실과 회의실 등의 이전이 선행돼야 한다.

 

△ 마평동 이전 처인구 보건소 활용 ‘해법’

시 집행부에 따르면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마평동 종합운동장 부지로 이전이 확정된 처인구 보건소 건물을 활용할 경우 부족한 시의회 사무공간 문제는 쉽게 해결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시 측은 현재 처인구청과 처인구 보건소 등 일부 공공기관의 마평동 종합운동장 이전 계획을 마무리 마련하고 있다. 이전되는 처인구청 부지와 처인구 보건소 건물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처인구청의 경우 건축물이 노후된 만큼 활용할 수 없지만, 시의회 청사 바로 옆에 위치한 보건소 건물의 경우 리모델링 등을 통해 이른바 ‘의원회관’ 또는 의회 사무국 공간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시의원들이 주장하는 의회 사무공간 부족은 물론 본회의장 확장 문제, 공공청사 재배치에 따른 기존 건축물 활용 등이 한꺼번에 해결될 수도 있는 셈이다.

 

△ 20년 임시방편, 처인구청 답습 말아야

문제는 시와 시의회 모두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서로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사 재배치 계획 및 기존 청사 활용 방안 등 시정 주요사안에 대해 시 집행부와 시의회 간 의견교류 등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시의원들은 처인구청과 보건소 등의 종합운동장 신축 이전 얘기는 들었지만, 활용 방안 등에 대해서는 서로 논의한 바가 없었다는 전언이다. 일부 의원들은 “외부로 나가있는 상수도 사업소 등 공공기관이나 유관기관 등이 입주할 것으로 예상했을 뿐, 의원회관 활용 가능성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의정회 관계자는 “벌써 20여년 전부터 이전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임시방편의 수선 공사만 이어지다 이제야 신축 이전을 추진하게 된 처인구청의 전례를 또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며 “현 행정타운으로 시와 시의회가 입주한 지도 20여 년이 돼 가는 만큼, 시 집행부와 시의회가 함께 공공기관 및 업무공간 재배치 등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용인시의회가 의원 사무공간 마련을 위한 임시방편 격 청사 증축을 추진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의원 업무공간 부족을 핑계삼으면서 의결기관으로서 가장 중요한 본회의장 공간 부족 등은 뒷전으로 미뤄놨기 때문이다. 사진은 시의회 전경 및 본회의장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