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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이 미완의 과제라는 대통령의 말은 모순이다

오룡(조광조 역사연구원 대표/오룡 인문학 연구소 원장)

 

용인신문 |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일 년에 한 번쯤은 한마음으로 불러 보는 8‧15 광복절 노래이다.

 

2024년, 제79주년 광복절을 기념하는 마음은 두 마음이었다. 1965년 광복회 창설 이래 광복절 행사를 정부와 독립운동단체가 따로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립기념관에서 하던 경축 행사를 취소한 것도 1987년 8월 15일 개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야당을 비롯한 광복회 등 56개 독립운동 단체가 포함된 독립운동 단체연합은 백범김구 기념관에서, 정부가 주관한 기념식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됐다.

 

광복절 기념행사가 파행으로 치달은 이유는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의 발언 때문이다. 지난해 한 보수단체 강연에서 “대한민국이 광복이 언제 됐는가 하면 1945년 8월 15일 광복됐다. 그게 광복절이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참 많다. 그게 역사를 정확하게 모르는 것이다.”라고 주장한 것이다.

 

김 관장은 “뉴라이트가 아니며 공정한 입장에서 역사를 보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의 행보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그가 취임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친일 인명사전 내용이 오류가 있더라”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독립유공자 후손과 시민단체 등은 “독립운동의 성지이자 독립 정신의 산실인 독립기념관장에 일제 식민 지배를 미화한 뉴라이트 인사를 임명한 것을 용납할 수 없다.”라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정부의 입장은 분명하다. 임명 철회는 결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김형석 관장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광복절 행사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그 뜻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1948년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제정하여 이 땅에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했습니다. (…) 우리에게 완전한 광복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 1945년 일제의 패망으로 해방이 되었지만, 분단 체제가 지속되는 한, 우리의 광복은 미완성일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해서 우리의 광복이 미완의 과제라고 밝힌 것이다. 광복의 의미를 축소하는 듯한 인사말이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의미를 부여한 듯한 인상이다

 

광복의 사전적 의미는 ‘빼앗긴 주권을 도로 찾음’이다. 1910년 8월 29일 강탈당한 주권을 1945년 8월 15일 찾아온 것을 기념하기 제정된 날이 8‧15 광복절이란 사실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 기념사는 언어의 모순이다.

 

변화는 당파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개념이다.  당파성은 ‘우리(동지)와 적’ 두 개로만 한정되지도 않는다.  역사적 관점도 그렇다. 사람들의 처지와 환경에 따라 역사에 대한 해석의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분명한 것은 변화는 다른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망가진, 망가지고 있는 세상을 수습하는 것. 이것이 변화의 출발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