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용인시 집행부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와 내년도 예산 심의 등 중요 의사일정이 몰려있는 용인시의회 2차 정례회가 시작부터 파행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강원도에서 열린 시의회 경제산업위원회 의정연수 과정에서 벌어진 내 여야 간 갈등이 시의회 전체로 확산 되며,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것.
공직사회와 시의원들은 자칫 새해 예산안 심의 불발 등 최악의 사태를 우려하는 모습이지만, 정작 시의회 의장단과 여야 지도부 등은 사태 수습보다 대립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4일 오후 용인시의회 본회의장. 시의회는 이날 오전 10시 제288회 제2차 정례회 첫 본회의를 시작해 정례회 의사일정 및 안건 상정, 집행부 업무보고 청취 등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본회의는 오전부터 파행으로 얼룩지며 본회의장 내부에는 시 공직자들과 의회사무국 직원들만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날 본회의 파행은 유진선 의장의 개회선언 직후 이어진 강영웅 시의원의 의사진행발언부터 촉발됐다. 강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지난달 21~23일까지 3일간 강원도 강릉에서 진행된 ‘2024 제2차 정례회 대비 의정연수’에서 강사로 초청된 한 교수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강 의원은 “지난달 용인시의회 경제환경위원회 의정 연수에 초빙된 A교수가 현 정권을 비판하며 부정적이고 편향적인 강의였다”며 “그런데 해당 강사를 직접 초빙한 신현녀 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사과 요구를 외면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시의회에 따르면 의정 연수 당시 A교수는 ‘정권이 교체돼야 탄소중립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정치적 발언을 했다.
이에 강의 직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신 위원장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문제는 이날 강 의원의 본회의 발언 도중 민주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를 했고, 여야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가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시작됐다. 곧바로 정회가 선포됐고, 이날 본회의는 오후 3시가 돼서야 속개됐다.
하지만 개회된 본회의는 강 의원의 남은 발언에 이어 신 위원장이 신상 발언을 진행하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모두 퇴장하면서 또다시 정회로 이어졌다.
결국 시의원 측은 당초 예정됐던 업무보고를 다음날인 15일로 연기할 것을 시 집행부에 요청한 뒤 본회의를 마쳤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신현녀 위원장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을 촉발시켰다”는 주장이다. 의정연수 당시 간단한 유감 표명 정도만 진행했어도 해결됐을 일이라는 것.
이진규 시의원은 “신 위원장이 A교수를 초빙했지만, 강의 내용까지는 몰랐었다는 간단한 유감 표명만 했어도 일이 이렇게까지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의정 연수 당시 있던 일을 3주가 지나 열리는 본회의장으로 들고 와야 했느냐”는 입장이다.
박인철 시의원은 “굳이 본회의장에서 20여일 전에 있던 일을 꺼내들어 정쟁으로 몰고 갈 이유가 무엇이냐”며 “의정활동을 하자는 것인지 정쟁으로 가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여야 양측에 번지는 의장 책임론
본회의 파행의 불똥은 유진선 의장에게 번지는 모양새다. 유 의장이 경제위 의정연수 직후 해당 갈등 사안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렇다 할 중재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복수의 여야 의원들은 “의장이 연수 당시 발생한 일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동안 중재 역할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 아니냐”며 “유 의장이 의장으로서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오늘(14일) 본회의 파행 후 의장단 및 여야 대표가 만나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도 유 의장은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의장은 여야를 떠나 의회 운영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편,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지난 15일 열린 정례회 2차 본회의에 전원 불참했다. 이에 따라 이날 본회의는 민주당 시의원들만 참석한 반쪽짜리 회의로 진행됐다.
지난 14일 시의회 본회의장 모습.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과 민주당 시의원들이 대부분 자리를 이탈한 가운데, 용인시 고위 공직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