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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달려온 30년… 달려갈 30년

 

용인신문 | 1996년 3월 1일, 인구 27만의 소박한 도·농복합시로 출발했던 용인시가 어느덧 시 승격 30주년을 맞았다. 서른 살 청년이 된 용인의 지난 30년은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요, ‘천지개벽’의 기록이다. 농촌 풍경이 정겹던 2읍 8면 4동의 소도시는 이제 인구 110만 명을 품은 거대 특례시로 우뚝 섰다. 1600억 원 남짓이던 예산은 3조 5000억 원을 훌쩍 넘겼고, 좁은 2차선 도로 위주였던 교통망은 거미줄 같은 광역 철도와 고속도로망으로 탈바꿈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품은 ‘L자형 반도체 벨트’는 용인을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첨단 산업의 심장부로 밀어 올렸다.

 

이러한 역동적인 변화와 화려한 성적표는 분명 가슴 벅찬 일이다. 하지만 시 승격 30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우리는 샴페인을 터뜨리기에 앞서 도시의 미래를 향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앞으로의 용인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는 ‘지역 정체성 확립’과 ‘역사의 기록’이다. 용인이라는 지명이 탄생한 지 612년이 지났지만, 시로 승격한 이후 최근 30년만큼 극적이고 거대한 변화를 겪은 시기는 없었다. 농촌 도시가 글로벌 반도체 메카로 환골탈태하는 이 치열하고도 위대한 여정은 반드시 꼼꼼한 역사적 기록으로 남겨져야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 당장 기존의 ‘용인시사(龍仁市史)’를 전면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기록 작업이 아니다. 단절될 위기에 처한 과거와 현재를 잇고, 미래 세대에게 ‘용인 사람’이라는 긍지와 뿌리를 심어주기 위한 숭고한 시대적 책임이다.

 

아울러 이제는 도시 설계의 패러다임을 과감히 전환해야 할 때다. 1000조 원의 투자가 예고되고, 첨단 산업 단지가 속속 들어서는 등 용인의 외형적 팽창은 이미 이룰 만큼 이루었다. 이제부터는 거대 도시의 덩치에 걸맞은 ‘정신적 성숙’을 고민해야 한다. 도로를 넓히고 공장을 짓는 일만큼이나,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문화·예술 분야의 인프라 구축에 시정의 핵심 역량을 쏟아야 한다.

 

진정한 일류 도시는 화려한 마천루나 거대한 산업 단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도시의 골목마다 역사와 문화가 숨 쉬고,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향유하며 지역에 대한 애착을 느낄 때 비로소 완성된다. 농촌 도시에서 110만 대도시로 성장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또 다른 책임과 치열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30년, 용인이 나아갈 길은 명확하다. 첨단 기술이 빚어내는 경제적 풍요 위에, 고유한 역사적 정체성과 품격 있는 문화 예술이 조화롭게 꽃피는 도시.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용인 르네상스’이자, 110만 용인시민이 꿈꾸는 미래 일류 도시의 청사진일 것이다. 시 승격 30년, 이제는 화려한 외형을 넘어 용인만의 깊은 ‘혼(魂)’을 채워나갈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