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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반도체 산단에 밀려나는 ‘조선 문예 거장’ 묘역 순례

용인문학회 산하 ‘용인문학 순례길 탐방단’

탐방단의 해설을 맡은 김성태 박사가 묘역의 주인공들이 한국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탐방단의 해설을 맡은 김성태 박사가 묘역의 주인공들이 한국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용인문학회 산하 ‘제2차 용인문학 순례길 탐방단’의 모습.

 

남사 화곡마을 찾아… 국문소설 백미 ‘옥루몽’ 저자 서파 남영로
나비 그림 독보적인 경지로 끌어올려 ‘남나비’ 일호 남계우 묘역
해설 맡은 김성태 박사, 주인공들 한국사 차지하는 위상 상세 설명
김종경 추진위원장 “이 땅에 남겨진 문향만큼은 영원히 보존돼야”

 

용인신문 | 지난 21일, 용인문학회(회장 양석·시인) 산하 ‘용인문학 순례길 탐방단’은 처인구 남사읍 창리 화곡마을 일대에서 제2차 순례를 진행했다. 이번 탐방은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조성 예정지에 포함되어 향후 묘역 이전이 불가피한 역사적 현장을 마지막으로 기록하고 그 가치를 기리기 위해 마련되었다.

 

이날 탐방에는 용인문학회 회원들과 의령남씨 종중 관계자 등 15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남사읍 창리 일원 산야에 흩어져 있는 의령남씨 종중의 묘역을 차례로 참배하며, 우리 고장이 품어온 문학적·역사적 자산을 되새겼다.

 

이번 탐방의 중심지는 조선 후기 문학사와 예술사의 거장들이 잠든 화곡마을 일대였다. 국문소설의 백미로 꼽히는 『옥루몽』의 저자 서파(西坡) 남영로와, 조선의 나비 그림을 독보적인 경지로 끌어올려 ‘남나비’라 불렸던 일호(一濠) 남계우의 묘역이 대표적이다.

 

탐방단의 해설을 맡은 김성태 박사(전 경기문화재단 수석연구원)는 각 묘역의 주인공들이 한국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상세히 설명했다.

 

김 박사는 “이곳 남사읍 일대는 의령남씨 문중이 대대로 터를 잡아온 곳으로, 단순한 종중 묘역을 넘어 조선 후기 문학예술의 정수가 깃든 성지와도 같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설가 남영로는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였으며, 화가 남계우는 현대의 생물학자들도 혀를 내두를 만큼 정교한 나비 그림을 남긴 인물이다. 탐방단은 이들의 묘역 앞에서 지금 우리가 누리는 문화적 풍요로움이 이들이 남긴 예술적 자양분에서 비롯되었음을 다시금 확인했다. 이어 조선 개국공신 남은 선생의 묘역 등 남사읍 곳곳에 산재한 문화유산을 훑었다.

 

이번 탐방이 더욱 비장했던 이유는 현장이 처한 현실 때문이다. 남사읍 일대는 정부가 추진하는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의 핵심 부지다. 미래 산업을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지만, 그 과정에서 수백 년간 자리를 지켜온 역사적 인물들의 묘역은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현장을 함께한 의령남씨 종중 임원진은 조상들의 묘역이 훼철되거나 흩어질 것에 대한 깊은 우려와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에 대해 김종경 추진위원장(시인·용인신문 발행인)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물리적 공간은 바뀔 수 있겠으나, 그분들이 이 땅에 남긴 문향(文香)만큼은 기록을 통해 영원히 보존되어야 한다”며 이번 탐방의 의미를 부여했다.

 

김성태 박사의 해박한 고증이 곁들여질 때마다 참가자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사진을 찍어 기록을 남겼다. 탐방 후에는 인근 남사화훼단지를 방문해 이번 순례의 소회를 나누었다. 안영선 탐방단장(시인·여행칼럼니스트)은 “용인의 문학 유산을 찾아가는 이 길이 과거를 회상하는 것을 넘어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가치를 정립하는 과정임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용인문학회는 앞으로도 ‘용인문학 순례길’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며 지역 내 숨겨진 문학 자산을 발굴하고 콘텐츠화할 계획이다. <박숙현 기자>

사진설명1: 용인문학회 산하 ‘제2차 용인문학 순례길 탐방단’의 모습. 
사진설명2: 탐방단의 해설을 맡은 김성태 박사가 묘역의 주인공들이 한국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