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7 (목)

  •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구름많음대전 28.0℃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고창 28.4℃
  • 구름많음제주 29.8℃
  • 흐림강화 26.6℃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금산 27.2℃
  • 구름많음강진군 29.6℃
  • 구름많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우리 잘 사는 거 맞아?

서울역 지하도에서 졸던 노숙자들이 지껄인다.
“야, 여기 신문 좀 봐. 이 놈들이 누구지?” “뭔데?” “여기 정치자금 흥청망청 쓴다고 되어있는데.” “개들이야 원래 그런 족속들이니까 그렇겠지.” “그래도 그렇지, 그런 돈은 정치하는 데만 써야 하잖아?” “당연하지. 그런데 정치가 뭐지?” “내가 그걸 알면 정치꾼이 되지.” “그래도 정치가 뭔지 알긴 해야지.” “정치야 우리 같은 놈들이 여기서 잠 안 자게 하면 되는 거 아냐?” “빙고! 그런데 우린 여기서 계속 잠만 자잖아. 그럼 정치가 안 되는 거네.” “그렇지. 우리가 여기서 안 자면 정치가 바로 서나?” “그럴 순 있지. 정치란 우선 정치(定置)가 근본이니까. 우리가 모두 따뜻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 정치가 잘 되는 거야.” “거 말이 되는구만.”

“그래도 난 정치가 뭔지 모르겠는 걸.” “나도 몰라. 허지만 저렇게 돈 걷어서 다른 데 쓰는 놈들이 없어야 하는 건 확실해. 정치가 안 될 때는 네 돈이 내 돈이고. 네 것이 내 것이 되는 법이지.” “그렇지? 저들은 원래 남의 것으로 기생하는 놈들이니까, 본래부터 네 것 내 것이 없는 분들 아니갔어.” “제 돈 들여 정치하는 놈들이 없으니까, 당연할 거? 지가 힘들여서 돈 벌어본 사람은 코딱지 돈도 아끼는 법인데. 자네, 담배 한 가피 빌려 주갔어.?” “야, 나도 담배 떨어진지 오래 됐어.”

“근데, 저치들이 어디에 남의 돈을 썼대? 그 용도나 들어보자.” “말도 말게, 아주 치사한 놈들이야. 큰데도 아니고 아주 촌티나는 곳에다 썼더군.” “예를 들면?” “신문에 나온 것만 보면, 가요주점에서 술 처먹고, 이마트 안경점 같은 데서 싸구려 안경 맞추는 데 쓰고, 차량 위반 벌금으로 내고, 자기 양복 사입는 데 쓰고, 노래방 가서 노래 쳐부르다가 돈 내고, 자기 아는 사람한테 기분 내며 빌려주기도 하고, 아마 이자를 단단히 받았을 거야. 그 외에 개인 선물 사거나 남의 결혼식이나 장례식장에 가서 기분내면서 썼더군.” “참으로 웃기는 놈들이구만. 남의 돈을 마치 자기 것처럼 주물렀구만.” “그래도 어떤 데에서는 후원회장 위로금이나 당원 감옥가서 수고한다고 돈을 대주고 했더군. 그것도 정당마다 쓰는 스타일이 다르니. 거 참 웃기는군.” “조금 폼 잡는 놈들이 그래도 꾀죄죄 하지는 않았군.”

“그래도 다 똑같은 놈들이지.” “그런데 그렇게 막 돈 쓰는 게 잘못인데도 어떻게 그런 짓거리를 할 수 있지?”
“그러?우리 정치가 개판이라고 할 수 있지. 모든 사회가 그렇게 하니까 저들도 그렇게 하지 않겠어?” “그 말은 맞아, 어디 국회의원 나리들께서만 그러겠나? 사회 곳곳에서 힘께나 있다는 놈들은 판공비란 명목으로 다 그럴텐데.” “그러니 나라가 걱정되는군. 중국이 한강 이북을 영토 주장하는데, 우리 대표들은 썩은 짓거리나 하고 있으니. 언제 저들을 당해낼 수 있겠나?” “문제야, 문제.” “우리라도 성명서를 내고 저들을 족치라고 데모해야 하지 않겠나?” “뭐야 또 데모한다고?” “왜 우리나란 잘 하겠다고 데모하면서 서로 엉망이 되는지 모르겠어.” “그게 다 사회적 참여주의가 강해서 그래. 정신 못 차리게 권력으로 휘잡아 돌릴 때 잔 말이 없어서 그래. 차분하게 인문학적으로 생각하며 가치를 추구하다간 메스컴에서도 아무 반응 없는 사회 풍토가 문제지.”

예전에 학교에 있던 털복숭이가 뇌깔인다. “정말이야. 정치자금을 멋대로 잘못 건드리면 감옥으로 보내야 하는데, 포졸이나 판관이나 다 똑같은 놈들이니, 누가 누구를 잡아가두노?” “그래서 우린 큰일이 날 때까지 마냥 이렇게 가다가 망하는 거지 뭐.”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어깨가 아파서 움찔거리던 노騈?내뱉는다.
“그런 놈들은 다 잡아다가 공개처형해야 돼. 그럼 정신 차릴라나.”

한호/전 관동대 교수/시인.문학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