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6 (수)

  •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구름많음대전 28.0℃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고창 28.4℃
  • 구름많음제주 29.8℃
  • 흐림강화 26.6℃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금산 27.2℃
  • 구름많음강진군 29.6℃
  • 구름많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워매, 우리 어찌해야 한다냐? 하나,

포장마차에 둘러앉은 허름한 차림의 사내들이 지껄여댄다.

“야, 이제 이북 애들이 핵실험을 했다는데, 워쩐다냐?” “어쩌긴 뭐가 어째, 그냥 가는 데까지 가야디.” “그 가는 데가 어딘디?” “낸들 아나. 저 높은 사람들이 어찌 물꼬를 트느냐에 따라서 우린 물살에 떠내려가 죽을 각오만 하면 뒈지.” “아무리 그래도, 우리도 왜 죽어야 하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갔어?” “죽긴 왜 죽어? 웬 놈의 그리 호들갑이냐? 핵실험 한다고 당장 전쟁이 나는 것도 아닌디, 뭐가 그리 무섭냐?” “닌 안 무섭나? 저들이 번개탄을 가지고 머리통 위에서 장난질 하고 있는디?” “그냐, 불 낼까봐 쬐구만 겁나기는 하지. 근디 불장난 하다가 말갔디 뭐.” “그렇지 않은 것 같잖아. 우리 애 새끼들도 막판에 가면 애비한테 달려드는데, 쟤들이라고 뭐 다르겠나?” “그냐 자네 새끼들하고 어찌 비교할 수 있담. 쟤네들은 어른 아닝가?” “가끔은 어른새끼들이 더 어린애 같다고 안 그렇튼가? 누가 다 큰 어른 애들이 불장난질 할 거 막겠는가?” “그도 그래, 어른들 장난은 장난이 아니라, 의도된 목적과 반항기가 분명한 거야.” “그게 뭐간디?”

“짐작할 수 있잖나. 애들이 잔머리 굴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기라. 우선 먹이를 주지 말아봐라. 애들은 어떻게든지 그걸 얻어낼려고 별 짓을 다 하잖나? 우리 첫째 새끼는 애비 비위 맞추느라고 바쁜데, 둘째 놈은 안 그린기라. 그 놈은 조금 침묵 지키다가 수틀리다 하면 한 판 뒤엎는기라. 그냥 이유도 없이 뿔뚱가지를 확 부려 부리지 않나. 그땐 집안이 엉망이 되는기라. 가끔 나도 걔가 어떻게 튈지 몰라서 속으로 좃나게 겁나쁘린 적이 여러 번 있다.” “그래, 나도 안다. 걔는 좀 성깔이 있겠드라. 그래도 그 놈은 된 놈이든데. 조용하고 감성적이고 예능도 잘 하잖나. 걔가 그렇게 싸나울 줄은 몰란네?”

“사람 속을 누가 알기나 하간나. 속 뒤집어 지는 걸 봐야 겨우 알지.” “근데, 이런 때는 우예하믄 좋나?” “글쎄므나. 난들 좋은 수카 있갔나만, 부부싸움 할 때 누가 말려주지 않으믄 쉽게 끝나지 않는 거 알지?” “그렇지만, 맨날 이웃집한테 말려 달라 부탁하기가 쪽팔리지 않나. 우리끼리 해결해야 되는거 아닝가?” “그게 맞지. 한데 국가가 그걸 준비한다고 해온게 이 모양 아닝가.” “나랏님도 자기 나름대론 생각이 있갔지.” “물론 누구든지 생각업이 하는 놈이 있갔나. 근데 이웃집과 어울리지 못하면서 자기주장만 피면 고집쟁이라고 하잖냐. 우리끼리 대화하기엔 너무 오래동안 방을 따로 쓰지 않았나?” “그래 니가 겪어봐서 알지만, 어디 그 놈들하고 생각이 도통 달라서, 더군다나 반세기 이상 떨어져 살아서 개네들 식성도 잘 모르잔냐.” “그래, 형제보다 이웃사촌이 낫다고 하는 게 바로 그 말일끼라. 오래 동안 같이 어울려 지낸 놈이 아무래도 멀리 있는 식구들보다 낫지 않갔어.”

“근데 정말루 전장이 날끼나?” “전장이야 날라구. 지들끼리 힘자랑 하다가 서로 쥐뿔에 가라앉갔디.” “워낙 찍힌 놈들이라, 사리분별없이 깡다구를 부릴 수 있디 않갔어?” “그야 알 수 없지. 그 집 속 사정이야 남편이 실센지 마누가라 더 센지 아니면 애들 주장이 이끄는지 누군들 알겠나.” “그렇게 엉켜들다가 해결책이 없으면 서로 머리 맛대고 한바탕 소란 피우다가 진정하겟지. 집안싸움은 감정이 터질대로 터져야 주워담잖나. 그 싸움에 고철장수만 담밖으로 넘어오는 밥그릇만 챙기면 되고.” “문제는 이건 부부싸움, 집안싸움이 아니라, 이미 동네싸움이 되버린 거 아냐?” “글씨. 우리 집안이 동네 관심꺼리가 된 줄 몰랐네. 젠장 될대로 되라지. 모두 다 콱 뒤져 버리면 정말 편하지 않棘?” “난 죽기 싫은디. 너나 콱 뒤져라.”

그들은 지껄이다 지쳐서 소주잔을 퉤 뱉듯이 들이킨다.

한호/전 관동대 교수/시인.문학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