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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화합과 상생의 한 해가 되길

신년사 | 박숙현 (본지 발행·편집인 / 사장)

   
절집에 간 신부님과 교회에 간 스님. 세밑에 언론보도로 눈길을 끈 신부님과 스님은 프랑스 출신의 서명원(서강대 종교학과 교수)신부와 법륜(평화재단 이사장)스님이다.

이들은 종교인이라는 공통분모가 있긴 해도 가는 길이 엄연히 틀리다. 종교 갈등으로 국론 분열 양상까지 벌어지는 세태를 감안한다면 이들의 행보가 결코 평범한 일은 아닐 것이다.

불교인재개발원 초청으로 조계종 총무원 청사를 방문했다는 서명원 신부는 “종교인은 다들 우물 안의 개구리다. 나의 우물만 좋다고 착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다른 종교의 우물에도 들어가 보면 안다. 그곳의 물맛도 좋음을 말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또 “불교를 업신여기지 않고, 불교를 존중하는 것이 저를 더 풍요롭게 만든다. 저는 다른 종교의 우물을 마심으로써 그리스도교의 알맹이, 그리스도교의 본질에 더욱 더 가까워졌다. 그리고 더욱 원천적인 체험을 하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성탄절에 정토회 신자 20여명과 함께 개신교 교회와 가톨릭 성당을 찾아간 법륜 스님. 그는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예배와 미사를 드렸고, 축사까지 곁들였으니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그는 성당과 교회에서  “기독교에선 세상 만물을 하느님이 창조하셨다고 한다. 그럼 저도 하느님의 피조물이다. 하느님은 당신의 피조물을 통해서 역사(役事)를 하신다. 그러니 제가 하는 일도 하느님의 역사일 수 있다. 그럼 여러분에게 제가 이방인이 아니고, 손님이 아니고, 저도 여러분과 같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일 수가 있다”고 했다. 그랬더니 박수가 쏟아졌다고 한다.

그는 또 “부처님과 예수님은 종교나 종파를 만들려고 하지 않으셨다. 그저 진리를 설파하신 것”이라면서 “예수님이 자신을 죽이는 자들에게 ‘주여, 저들을 용서 하소서’라고 하신 건 불교식으로 말해 ‘보살의 마음’이다. 불교 수행자들이 닿고자 하는 마음이 바로 그 마음이다” 라고 덧붙였다.

세밑까지 정국(政局)의 극한 대립 양상 때문에 국민들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국민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채 시작된 4대강 살리기를 비롯한 다양한 이슈들이 2010년 새해로 고스란히 넘어왔다. 게다가 정국을 후끈 달굴 6월 2일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이미 시작됐다. 정치권은 물론 언론까지 지방선거를 이명박 정부의 중간평가 잣대로 몰아갈 것이 뻔하니 올해도 조용하긴 애당초 틀린 분위기다.

특히 6월 11일부터 7월 11일까지 한 달간은 2010년 FIFA 월드컵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린다. 공교롭게도 선거로 분열될 수 있는 국론을 다스릴 호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역시 다사다난할 수밖에 없는 빅 이벤트 중의 하나일 것이다. 다행히 우리 국민은 지난해 세계경제불황과 신종인플루엔자 확산이라는 각종 악재를 극복해왔다. 

부디 두 종교지도자들의 모습에서 보았듯이 올 한해는 정치권부터 극단의 실천을 통해서라도 사회적 화합과 상생의 역사를 만들기 바란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역사회도 마찬가지다. 2010년 경인년은 모두가 화합과 상생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한해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저마다 마음속 깊이 올 한해 꼭 이뤄야 할 아름다운 꿈 하나씩 고이 간직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