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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보배로운 섬 진도(珍島)를 가다

동행취재 | 그림과 노래와 민속이 살아 숨쉬는 진도문화유적답사 팸투어
섬을 사랑하는 소설가, 시인, 동화작가 32명 ‘1박2일’

 

   

운림산방(전남 기념물 제51호)

 

섬을 사랑하는 소설가, 시인, 동화작가 30여 명이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보배로운 섬 진도(珍島) 문화유적답사를 다녀왔다.

진도군(군수 이동진) 초청으로 이뤄진 팸투어의 주인공들은 단국대 명작단문학회(회장 오춘옥·시인)를 중심으로 안도현 시인을 비롯한 동화작가 10여명도 함께했다.

아름다운 천혜의 관광자원과 유서 깊은 진도만의 문화예술을 알리기 위해 유명 문학작가들을 초청한 것이다.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진도를 알리기 위한 문화마케팅의 일환인 셈이다.

답사단 일행은 진도군에서 제공한 우등버스를 타고 서울~용인~천안을 경유해 진도로 향했다. 진도로 가는 내내 초가을 장마비가 거세게 내렸지만 남도가 가까워지면서 드넓은 황금들녘이 펼쳐졌다. 우중에도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남도의 농촌풍경은 이국의 정치만큼이나 설레임으로 다가왔다.

한반도의 남서쪽 끝이며 행정구역상은 전라남도 진도군. 목포와의 갈림에서 진도로 향한 버스가 진도대교를 넘어서자 신기하게도 비가 내리지 않았다. 서울부터 남단의 끝까지 비를 몰고 왔음에도 진도는 날씨만 흐렸을 뿐이다. 역시 보배로운 섬임에 틀림없었다.

 

   

 

진도군에 도착하자 문화관광과 직원이 탑승을 했고, 늦은 점심을 시작으로 공식일정이 시작됐다. 전주에서 안도현 시인이 승용차로 빗길을 뚫고 도착해 합류했다. 현대인의 필수품이라 할 수 있는 핸드폰을 버린 시인. 그래서 초행길인 진도 수산시장내의 식당까지 찾아오는 길도 순탄치 않았던 모양이다.

 

   
점심은 회.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이자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김수복 시인이 주당답게 먼저 맥주를 권했다. 잇따라 소주잔이 몇 순배 돌았지만 소설가이며 스토리텔링 전문가인 박덕규 주임교수는 일정의 책임자답게 술을 사양했다. 전국의 유명 막걸리를 두루 섭렵하고 있는 주당 중의 주당인 그가.

 

점심식사를 끝낸 답사단의 첫 일정은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 토요일마다 무료로 진행되는 ‘진도토요민속여행’ 관람이었다.

진도를 찾은 관광객들이 신명나는 우리가락을 맛볼 수 명품행사다. 진도는 예로부터 전통 민속의 보고이자 시·서·화·창을 꽃 피워낸 예술의 고장이다. 문인들의 유배문화와 고유 토속 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 냈다.

남도의 가을풍경이란 주제로 464회째를 맞은 이날의 상설공연은 가야금 산조와 토속민요, 그리고 판소리로 이어졌다. 이어 30분짜리 단막창극인 심청전의 뺑파막은 남도의 소리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코믹한 요소들까지 곁들여져 좌중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뺑파막에 이어 관객을 더욱 사로잡은 것은 ‘진도북놀이’. 도지정무형문화재 제18호로 지정된 진도북놀이는 양손에 북채를 쥐고 장구처럼 치기 때문에 잔가락이 많이 활용된다. 멈춤과 이어짐이 민첩하고 가락이 다양하다. 무엇보다 북이 갖는 시간적 소리와 즉흥적 춤사위가 갖는 공간적 움직임이 어우러져 흥을 북돋우니 보는 이들이 어찌 감동하지 않을수 있겠는가. 진도에서는 어느 마을에 가나 부녀자들의 멋진 노래가락을 들을 수 있단다.

(후렴)아리아리랑 서리서리랑 아라니가 났네~아리랑 응~응~응~아라리가 났네
1.놀다 가세 놀다가 가세 저 달이 떳다 지도록 놀다가 가세
2.서산에 지는 해는 지고 싶어서 지느냐, 날 두고 가시는 님은 가고 싶어서 가느냐
3.세월아 네월아 오고 가지르 말아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어간다
4. 우리가 여기왔다 그냥 갈 수가 있냐, 노래 부르고 춤추며 놀다가 가세
5. 한국 최남단 보새 섬 진도, 인심이 좋아서 살기도 좋네

마지막 공연은 진도아리랑으로 630석 규모의 객석을 반 이상 채운 관객들과 함께 했다. 남도 민요의 진수로 알려진 진도아리랑은 향토문화유산 제1호로 지정되었다. 예부터 아리랑 타령이라 하여 구전으로 불리어져 다른 민요처럼 그 기원은 알수 없다. 조설말인 1900년대 초부터 진도아리랑이라 이름하였다고 한다. 진도에는 남도지방에서 불리어지는 창, 민요는 누구나 부를 만큼 민속민요가 잘 보존된 곳이다. 강강술래, 남도들노래, 짓도씻김굿, 다시래기 등 국가지정무형문화재가 4종이다. 또 진도북놀이를 비롯해 지방무형문화재만도 5종이 있으니 어찌 문화재의 보고라 아니할 수 있을까.

 

   

 

팸투어 안내를 맡은 이평기 문화관광해설사는 이날 공연 중 씻김굿이 없어 아쉬워했다. 진도씻김굿은 1979년 세계민속음악제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씻김굿은 원시종교인 샤머니즘과도 통하는 죽음에 대한 인간의 초연한 자세를 예술적 세계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춤과 노래로써 신에게 비는 무속의식으로 의상은 상복차림이며 망자의 후손으로 하여금 망자와 접하게 하는 특징이 있단다.

해설사 이평기씨는 진도 토박이다. 최근 진도아리랑 777절을 집대성해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또 진도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넘치는 향토시인이기도 하다. 1박2일 동안 답사단에게 진도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다음 일정은 진돗개 사업소 방문이다. 천연기념물 53호와 세계명견 제334호로 지정된 진돗개답게 멋진 홍보관도 운영 중이다. 홍보관 밑에는 진돗개 의료센터가 건립중이다. 진돗개의 우수 혈통을 보존하기 만들어진 사업소에는 훈련장과 사육장, 진료실, 홍보관 등이 있다. 진돗개에 대한 설명과 묘기까지 볼 수 있다. 충성심과 귀가본능이 강한 진돗개는 진도에서 대전으로 팔려간 지 7개월 만에 옛 주인을 찾아온 이야기, 세상을 떠난 주인 곁을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킨 충견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이날 진돗개 묘기는 명석한 두뇌를 여지없이 발휘해 보는 이들의 박수갈채를 받기에 충분했다.

 

 

   
남도의 오후를 만끽할 수 있었던 남도석성(사적 제127호). 조선시대 왜구의 노략질을 막기 위해 수군과 종4품 만호(萬戶)를 배치해 조도해협과 신안 하의도 해역 등을 관할하던 곳이다. 성의 길이는 610m, 높이 5.1m로 거의 원형대로 남아있다. 답사단은 전국적으로도 보기 드물다는 편마암의 석재를 사용해서 만든 쌍운교와 단운교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 성곽 위를 걸을 때는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온 기분이 들었다.

 

기대에 부풀었던 세방낙조는 흐린 날씨 때문에 볼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아름다운 100대 길에 선정될 정도로 운치가 있는 진도의 서부해안도로를 따라 가다 세방낙조 전망대에 이르렀다. 아름다운 다도해 섬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붉게 물든 하늘과 바다, 그 사이에 올망졸망 떠있는 섬들을 상상하며 기념촬영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진기로운 것은 한번에 다 보여주지 않는가보다.

저녁만찬에는 이동진 진도군수 내외가 함께 했다. 전어회와 바지락회 무침이 상에 올랐다. 새로 취임했다는 이 군수는 진도명주로 널리 알려진 홍주로 새로운 노을주 칵테일을 선보였다. 세방낙조를 연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홍주를 자연스럽게 홍보하는 장이기도 했다. 이 군수는 진도를 소개하며 작가들에게 진도를 문화콘텐츠로 활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김수복 시인은 “진도는 이미 천혜의 자연환경과 수많은 문화예술분야의 자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예향의 도시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답했다.

홍주로 얼간해진 일행은 어둠이 짖게 내린 시내를 벗어나 ‘바닷가 풍경’이란 펜션에 도착했다. 목재로 만들어진 몇 채의 펜션 앞 발밑은 바닷가였다. 어둠 속 파도소리는 밤새 시와 노래를 불러왔다. 모두들 쉽게 잠들지 못했다. 이른 아침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바닷물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려 뒤였다. 너른 갯벌에는 어민들이 나와 무언가를 부지런히 채취하는 풍경만 남았다.

 

   
진도 토속음식인 해장국을 먹고 운림산방(전남 기념물 제51호)으로 향했다. 운림산방은 조선시대 남화의 대가였던 소치 허련 선생(1808~1893)이 말년에 거처하며 여생을 보냈던 화실이다. 연못가에는 백일홍이 피어있고, 정원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소치선생이 머물던 초가집이 잘 보존되어 있었고 소치기념관에는 허련 선생의 작품은 물론 현재 전남대학교 교수인 허진 선생의 작품까지 한 가문의 미술작품들을 한눈에 볼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됐다.

 

이밖에도 이충무공 벽파진 전첩비(향토문화유산 제5호)와 대한민국 우수축제로 선정된 신비의 바닷길의 풍경까지 무엇 하나 눈길을 끌지 않는 곳이 없었다. 1박2일이 짧게만 느껴졌던 유명 문학작가 초청 진도군 팸투어는 답사단 모두 다시 한번 꼭 찾아오리라는 마음을 갖게 했다.

기회가 된다면 10월8일부터 10일까지 진도군 녹진관광지와 해남군 우수영관광지 일원에서 펼쳐지는 명량대첩축제에 참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13년 전 울돌목의 역사적 신화를 재현하는 명량대첩축제. 승리의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진도군 측은 답사단의 귀향길을 걱정해 울돌목에서 펼쳐지는 명량의 향연까지 못 보여줌을 내내 아쉬워하며 작별을 고해야 했다.

 

   

 

이번 팸투어를 준비한 진도군은 나름대로의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답사단 역시 이번 팸투어를 통해 보배로운 섬 진도의 진면목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진도와 관련된 적잖은 결실이 다양한 형태로 쏟아져 나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구는 고작 3만여 명을 조금 넘지만 비옥한 농토와 청정지역의 수산물로 경제적 수준 또한 높은 편이다. 귀향길 내내 아쉬웠던 것은 이번 팸투어를 주관한 단국대학교 역시 용인 죽전에 있고, 이미 오래전 용인시와 진도군이 자매도시라는 이름으로 인연을 맺었음에도 현실적인 교류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꿈과 낭만의 도시 진도에서 만든 멋진 추억은 영원하리라는 위안을 받으며 귀향길에 오를 수 있었다. 꼭 다시 찾고 싶은 보배로운 섬 진도의 유혹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