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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교장선생님의 ‘꿈’ 한보따리 선물

서룡초등학교 전교생 전자문집 ‘서룡둥지’ 발간

   

서룡초등학교(교장 고석일)가 전교생 700여명이 참여한 전자문집 ‘서룡둥지’ 창간호를 발간해 화제다.


“나이가 든 후 어렸을 때 썼던 작품을 볼 수 있는 것은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입니다. 나는 어렸을 때 썼던 작품 같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졸업장도 없습니다. 책으로 만든 것은 보관이 어려워 세월이 흐르면 거의 없어지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전자문서는 영구하게 보관할 수 있지 요. 또한 전자문서는 공간이 무한대라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진하게 됐습니다.”


전교생에게 추억거리를 만들어주고 싶어 전자문집을 발간하게 됐다는 고석일 교장. 이번 전자문집에는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병설유치원생, 교사, 사서, 보건선생님 등 학교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이 참여했다.


전자북을 만드는 회사를 운영하는 1회 졸업생이 학교를 위해 뭔가 기여하고 싶다고 제안해와 곰곰이 생각하더 끝에 전자문집을 떠올렸다. 지난 4월부터 시작해, 여름방학까지 원고를 완성, 현재 홈페이지 전자문집 코너에서 작품 검색이 가능하다. 또한 전교생에게 CD를 나눠주기 위해 마무리 작업 중으로 마치는 대로 학생들에게 한 장씩 나눠줄 계획이다.


“모교 사랑이 느껴지지 않겠어요. 후임 교장도 계속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고석일 교장은 오는 2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이번 문집 발간이 더욱 애틋하고 뜻깊다.


벌써 41년 세월이 흘러 정년을 맞게 된 고석일 교장.
“고되지만 담임 교사로 활동할 때가 가장 보람 있었던 것 같아요. 교사의 본분은 가르치는 것이니까요. 승진이 빨라 15년전부터 교감 교장직을 하다보니 이제는 애들 이름도 잘 몰라요.”
“어느 젊은 날, 어버이날을 맞아 아버지께 드리는 글을 쓰라고 했죠. 한 학생이 글을 읽다가 그만 울어버리는 거에요. 아버지가 안계신 아이였어요. 어머니한테만 글을 쓰곤 해서 아버지께 올리는 글도 써보자 했던 것인데 그만 본의 아니게 한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지요. 선생님들은 글감이나 과제를 하나 정할 때도 조심해야 해요. 저는 아이들 파악을 잘 못했던 것인데, 그 아이한테 내가 잘못했다고 사과하지 못한 게 지금까지도 후회가 됩니다.”


교직이란 할수록 어렵고 정답도 없다고 말하는 고석일 교장. 왕도도 없고 스스로가 찾아가야 하는 끊임없는 도전이라고 말하는 그는 비록 선생님들의 설 자리가 없어져도 피하지 말고 아이들을 잘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처음 발령 받았을 때가 1965년이었는데, 그때 40여년이 아득하게 느껴지더니 10여개 학교 지나 벌써 정년이 왔네요. 세월이 참 빠름을 느낍니다.”
고석일 교장은 마지막 교직을 떠나면서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꿈 한보따리를 선물로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