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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느티나무가 늘어서 있는 희망의 교육 현장

변화하는 학교 현장을 찾아서 ③ 원삼초등학교 두창분교

변화를 추구하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사교육에 멍드는 공교육의 틀을 새롭게 정립해 학생과 부모 교사 모두 제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공교육과 교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학생들은 학원에 매여 숨 쉴 틈조차 없으며 부모들은 무거운 사교육비 부담에 허리가 휘는 나라. 이같은 모든 교육 문제점의 해소는 학교 현장으로부터 시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의 변화는 교장을 위시한 교사들의 의지의 산물이다. 무엇보다 교장의 마인드가 어떠냐에 따라 학교의 변신은 무한대인 것 같다. 과거를 답습하는 학교의 학생들은 불행하고 학부모는 불안하다.
학교의 변화 의지에 학생과 부모들이 뜻을 합쳐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는 성공한 학교들이 있다. 변화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면서 이같은 학교들이 더욱 많아져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살아나길 기대해본다. <편집자주>

   
“학기 중에 계속 전학을 옵니다. 입학생 수도 하루 하루 계속 늘어나는 중이기 때문에 어림잡아 3월 초에는 전교생이 80명 조금 넘을 것 같습니다. 걱정입니다.”
농촌공동화와 노령화를 걱정하는 세상, 떠나는 학교, 문닫는 학교, 저출산으로 줄어드는 신입생 등 이런 말들은 이곳 원삼면 두창리 마을에 있는 두창분교와는 거리가 멀다.
학생이 늘어 오히려 걱정인 시골학교. 아이들은 얼마든지 환영하지만 교실 부족이라는 현실적 한계가 걱정인 곳.
두창분교 방기정 분교장은 아이들이 커지면 독방을 만들어주기 위해 요리조리 맞추고 나누느라 고민하는 부모같다.
한동의 건물이 다인 두창분교. 학생 수가 적어 복식수업을 했던 교실도 있고 교실 두개를 틀 수 있게 개조해 평소에는 막았다가 행사할 때는 두면을 터서 강당으로 사용하는 교실, 과학실로 쓰던 교실을 일반 교실로 꾸민 교실 등 분교에서만 볼 수 있는 고민이 그대로 묻어난다.
그런데 이렇게 열악한 시설임에도 학생들이 왜 몰리는 것일까. 서울이나 인천에서까지 전학을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와 부모와 교사가 꿈을 공유하는 공동체

 “학교라는 게 선생님들의 학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학교이고 학부모의 학교도 됩니다. 저희 두창분교는 그런 교육활동을 합니다.”
두창은 학부모들에게 귀 기울이고 선생님들의 의견을 모아 아이들이 꿈꿀 수 있는, 뒹굴면서 놀 수 있는 학교를 만든다. 학부모들이 모두 한가족이다. 부담없이 집안일까지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
지난해 한 학부모가 단오제 행사를 제안했다. 재미있을 것 같아 해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어머니들이 팀을 짜서 사진자료 전시를 비롯 오방색실로 장명루 만드는 것도 가르쳐주고 부채 만들기도 하고, 음식도 만들어 풍성한 단오제 행사를 벌였다. 아빠들은 운동장에 모래를 부어 임시 씨름장을 만들어 전교생이 씨름 한판 벌일 수 있는 기회를 줬다.
학부모가 또 다른 교사로 역할을 해주는 학교. “의견을 제안한 분은 교육활동에 적용되니 보람 있고, 아이들한테는 양질의 교육이 제공되니 좋지요.”
두창분교는 어머니들이 학교 살림을 하는데 있어 수동적이 아닌, 또 하나의 교사로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부모도 성장하는 기쁨을 누리는 학교.
한 학부모가 주말에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자고 제안했다. 9가족이 학교에 텐트를 치고서 운동회도 벌이고 별빛 아래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다.
학부모들은 학습도우미나 과학실험자료를 챙겨주는 일 등 이름 없는 무명의 용사들처럼 그렇게 드러내지 않고, 필요한 곳곳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밴드부 아이들이 늦게까지 연습하면 간식도 꼼꼼히 챙긴다. 일반 아이들도 덩달아 방과 후에 집에 가지 않고 학교에서 놀다가 전교생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흐뭇한 광경이 벌어지는 곳.
방과후 클럽인 생활놀이부도 학부모가 맡아 일년 12달 민속놀이며 재미있는 일이 끊이지 않게 프로그램을 엮는다.
봄이면 쑥도 캐러 가고, 진달래 화전도 부쳐 먹고 쑥떡, 꽃떡도 만들어 먹고, 나무 공예도 하고, 뜨개질도 하고, 조상들이 하던 놀이를 챙긴다.
엄마들은 “와, 우리 할 일 생겼다”며 아이들처럼 좋아라하며 아이들과, 학교와 어우러진다.
어머니 공동체가 형성돼 집들이도 하고 온오프 오가면서 활동을 한다. 생태숲 공부하러 숲 나들이를 한다든가 뭔가 의미있고 보람있는 일을 찾아나서는 건강한 엄마들.
봄이면 한 아버지가 트렉터로 텃밭을 갈아준다. 진입로가 질퍽거리니 아빠들이 힘을 모아 잔돌을 깔아준다.
아이들은 졸업을 해도 부모님은 절대 졸업을 하지 못하는 학교, 결코 떠날 수 없는 가족 공동체다.'

 

   

#진짜 학력은 살아갈 수록 탄력 붙는

“진짜 학력은 살아갈 수록 탄력이 붙는 그런 잠재력이 아닐까 합니다. 자연 속에서 풀 꽃 하늘 바람 동물과 대화하면서 글쓰고 그림 그리고 과학 공부도 하는 게 책이나 비디오를 통해 얻은 지식보다 생생하게 아이들 가슴에 다가갈 것입니다.”
두창 교육의 기본 방향은 ‘참 삶을 가꾸는 두창 어린이’다. 아침산책, 동식물결연 맺기, 밤 은행 털기, 봄가을 산행, 단오제, 연극 및 애니메이션교육, 외발자전거, 논두렁 달리기, 텃밭 가꾸기, 앞뜰 야영, 계절학교 운영 등 보통 학교에서는 볼 수 없는 프로그램들.
아침산책은 무엇일까. 월요일 아침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다. 8시 30분이 되면 코스를 정해 동네 구경도 하고, 무슨 꽃 피었는지도 보고, 동식물도 만나고, 논두렁도 뛰고, 주말 이야기도 나누면서 아이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준다. 자유롭게 유연성을 주면 친구와 싸움도 않고, 일주일 내내 좋은 에너지로 즐겁게 생활한다. 논두렁 달리기는 중간 휴식시간을 활용해 실시한다. 걷거나 달리면서 들판과 호흡하고 들판과 하나가 되는 어린이들.
재량 시간 때 외부 강사를 초빙해 연극도 하고 에니매이션 교육도 한다.
음악회, 작가와의 만남 등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주기위해 노력한다. 등수내지말고, 계층내지말고 모든아이들이 주인공인, 힘든사람들의 처지도 이해 할 수 있는 그런 아이들로 커가기 바라는 학교.
두창분교 아이들은 학교가 너무 신나고 재미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늦잠 잘 때 겁주는 말이 “전학보낸다”라는 말이다. 아이들은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벌떡 일어난다.

#잘 데리고 놀겠습니다

전학을 오고자 할 때 학부모 면담을 한다. 똑똑한 아이보다 건강한 아이로 키우고자 하는 부모들이 온다. 자연과 어우러져 맘껏 놀리는 학교가 맘에 드는 부모들이.
“잘 데리고 놀겠습니다. 기다려주시면 두창에서 같이 한번 해볼 만합니다. 공부 잘하고, 운동 잘하고 한꺼번에 여러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없습니다. 아이는 부모가 끌어가는 게 아니라 아이 스스로 커가는 잠재력이 무한합니다. 부모 시각에서 끌어가려니 힘듭니다. 자연에 맡겨두고 한걸음 떨어져 기다릴 부모들은 오세요.”
“어떤 부모들은 두창 별것 아니네 합니다. 그런데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라는 게 아이들 학교이니 공간을 돌려주는 것, 그리해야 안 되겠나 생각합니다. 다만 하드웨어가 부실해서 미안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해보겠다하는 부모님들이 고맙습니다.”
“저희 분교 교사들은 연령대가 20~50대까지 다양하지만 아이들 눈으로 세상을 보려하고, 같이 성장하고, 어찌하면 현 공교육 체제 안에서, 작은 학교 안에서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까 고민합니다. 늘 중심에 아이들이 있고, 네일 내일 가른적 없이 우리일을 합니다.”
선생님으로서 애초에 꿈꾸었던 정체성을 찾고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려는 마음들, 그런 마음이 고맙습니다.”
사비로 작은학교, 혁신학교 연수도 가고, 용인 작은학교모임도 참석하면서 함께 고민한다. 작은 학교 교사 풀을 만들고 싶어하는 방기정 분교장. 5년이면 전근을 가야하지만 1년 연장을 신청했다. 해야할 일이 아직도 많다. 그는 해마다 3월초면 목표를 세운다.
“60점짜리 선생이 돼보자. 아직 60점도 못된다. 100점은 매력 없다. 아니 100점은 없다. 아이들의 마음 다독이고 꿈을 공유하면서 아이들 정신과 영혼이 자랄 수 있도록 땀방울을 던져줄 수 있는 그런 선생. 어떤 위치에 있든지 행복 유전자를 가지고 자기도 행복하고 세상도 행복해지는 데 일조하는, 그런 꿈을 아이들과 공유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