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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부치기식 공화국인가?

2015년 고교평준화 제도 도입에 대한 소회

처인구의 용인고교평준화 1년 연기 요구가 묵살된 채 원안대로 2015년에 평준화가 시행된다.

경기도교육청의 설명회가 본격화 된 지난 5월 이후 수개월간 이 문제를 지켜본 소회가 남다르다.

도 교육청은 평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처인구에 고등학교 건립 문제를 놓고 말바꾸기를 일삼아 신뢰를 저버렸다는 점이 단연 놀라웠다.

또한 처인구 지역사회가 일시적으로 들썩이는 듯 했지만 용인시나 지역 정치인 모두 적극적으로 이 문제 해결에 뛰어들지 않았고,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학부모들조차도 미온적 태도를 보이거나 외면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초 평준화 시행을 위해 처인구에 고등학교 신설 계획이 전무했던 도교육청의 방침이 그나마 바뀌어 2015년 3월 개교일시에 맞춰 삼계고(포곡읍)를 신설키로 했다는 점이다. 또한 고림고도 2015년 6월 준공 계획으로 학교신설을 추진키로 약속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결국 이모든 행위는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됐다고 할 수 있다. 교육백년대계는 고사하고 단 수년의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는 교육계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처인구에 고등학교가 태부족한 상태를 오랫동안 방치하면서 교육 낙후지역으로 전락시킨 용인시와 지역 정치인들도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더구나 이같은 처인구의 학교 실태를 뻔히 알면서도 고교평준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용인시장의 속내를 가늠할 수 없다. 시장이 처인구를 용인시로 보았다고는 도저히 생각이 들지 않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평준화 이전에도 학교가 부족했는데 평준화를 한다고 하니 왜들 난리냐는 도교육청의 항변도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교육을 책임지는 도교육청이 할 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간 학교 부족 사태를 뻔히 알면서도 방치해왔다는 반증에 불과하다.

게다가 경기도교육청이 고교평준화 추진을 위해 설명하는 유인물에는 고교평준화 시행의 전제 조건으로 ‘그 지역의 중학생이 모두 진학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의 수용능력이 갖춰져 있을 것’과 ‘학생의 통학에 불편이 없는 지역일 것’ 등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스스로가 무엇을 설명했는지를 망각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말장난으로 했던 이야기인지 묻고 싶다.

평준화를 1년 연기해 처인구에서 중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을 어느정도 수용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를 지어놓은 상태에서 시행해도 늦지 않는다. 수많은 학생들을 희생시켜가면서 2015년 고교평준화를 목숨 걸고 사수해야 하는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경기도나 용인시 모두 예산이 부족해 허덕인다는 판국에 고교평준화라는 새로운 제도 도입에 혈안이 돼 있는 게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용인고교평준화는 수지구 쪽 학부모들로부터 점화됐다. 결국 그 지역 중학교 수용 능력이 충분한 수지나 기흥 등 도시지역의 요구로 인해 추진됐으며, 피해는 고스란히 처인구의 학생들이 떠안게 됐다.

어찌 보면 학력 평준화를 추구하는 고교평준화라는 제도 자체가 처인구와는 전혀 무관한 제도다. 왜냐면 수지와는 달리 처인구에는 딱히 명문고가 없어서 고입 과열이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처인구에서 수지쪽으로 고등학교 진학하는 학생수도 60여명이 고작이다.

용인은 처인구, 기흥구, 수지구 등 3개 구로 이뤄져 있는 도농복합시다. 도농복합시의 교육 인프라는 상상외로 간극이 크다. 모든 인프라가 도시 중심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농촌지역은 그야말로 소외지역으로 분류된다.

용인시 총면적은 591.36㎢로 서울시 면적과 비슷하다. 이가운데 476.6㎢가 처인구 면적이다. 나머지 115.3㎢가 수지와 기흥구의 면적이다.

수지구에는 고등학교가 10개 있으며, 기흥구에는 11개의 고등학교가 있다. 이 두지역에만 21개의 고등학교가 있다. 작은 지역에 고등학교가 밀집해 있어 두 지역에 사는 학생들은 대체로 근거리 통학이 가능하고 학교 부족 현상도 없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처인구에는 거대한 면적에 일반고가 달랑 3개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여학교는 단 두 곳밖에 없다. 태성고와 용인고는 그나마 처인구의 중앙에 위치해 있어 교통편이 많다고 할 수 있지만 포곡고등학교는 한편으로 치우쳐 있어서 그쪽 지역의 학생이 아닐 경우에는 원거리 통학이 불가피하다. 사실 용인고나 태성고 위치도 말이 중앙이지 원삼면이나 백암면, 이동면, 남사면 등에서 볼 때는 원거리 학교다.

또 한가지 학부모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고교평준화는 성적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이 추첨에 의해 학교를 배정받는다는 장밋빛 수사에 현혹돼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도교육청의 유인물에는 ‘내신성적(200점)으로 전형을 실시해 해당학군의 일반고교 총 정원만큼의 학생을 선발해 지망 정보를 근거로 추첨 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는 점이다.

한 학부모가 한 말이 귓전에 맴돈다. "벌써부터 처인구에서 웬만큼 공부하는 학생들은 전학을 고려하고 있거나 전학에 돌입했다. 이러다가 처인구가 쭉정이구로 전락하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는 이야기다. 학교 인프라는 곧 지역사회 발전을 가늠한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이야기다. 곱씹고 곱씹어 되새겨볼 아픈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