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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장무상망 도와자사

<우농의 세설>

<우농의 세설>

장무상망 도와자사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를 당해낼 수 없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당해낼 수 없다.(知之者不如好之者好之者不如樂之者論語雍也)

구멍 난 벼루가 열 개, 닳아 없어진 붓이 천개, 이 모두 약관이전 나이에 이뤄낸 추사의 자기기록이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번암 ‘채제공’은 일생에 두 번 놀랐다는데 추사가 유학(幼學-10세 이전)에 썼다는 입춘첩과 다산 유학 때의 독서력이라 했다.

글씨에 일가를 이룬 추사는 전각은 마음을 새기는 일이라며 제주 유배생활을 전각으로 마음을 추스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제자 이상적은 책을 가져다주는데 그중 한권이 학산당인보(學山堂印譜). 명말 정호가 인장 <전각>을 모아 엮은 책이다. 사마천은 술로 사귄 친구 술 다하면 끝나고(以酒交者 酒盡而交亦盡) 권력과 돈으로 사귄 친구 권력과 돈 다하면 끝난다.(以權利合者 權利盡而交流)고 했다.

고마움에 뜨거운 여름날 가장 추운 세새한(歲<塞>寒)을 그려준다. 추사의 삶은 산수화가 아닌 뜻 그림이라는 세한도(歲寒圖)로 압축된다. 산도 물도 없는 한기(寒氣)만 감도는 산수화의 상식을 깡그리 깬 그림. 특이한 점은 오른쪽 하단 낙성관지(落成款識) 장무상망(長毋相忘)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주는 낙성관지 아니다.

어려서부터 왕궁 생활이 몸에 밴 권문세도가 출신으로 격절(隔絶-계급간의 위계를 지킴)의 삶을 뼛골 쑤시게 살아온 그가 한갓 역관인 제자에게 압객(狎客)에게나 어울리는 문구를 사용 할리는 만무하다. 더군다나 대구(對句)를. 한나라 무제 때 등과한 벼슬아치가 궁으로 들어올 때 돌층계를 밟는데 일종의 격절(激切)이다. 격절은 충간(衷懇)이다. 그 돌층계 위 지붕 처마에는 눈에 띄게 기와를 보이게 놓는데 이유는 기와에 전서(篆書)체로 새겨진 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자는 뜻의 장무상망(長毋相忘)네글자 때문이다. 퇴청 할 때는 예서(隸書)체로 도와자사(盜瓦者死) 네 글자가 새겨진 기와가 보이는 지붕 아래로 나가는데 기와를 훔친 놈은 죽는다.

부리는 자와 부림을 받는 자의 시선이 확연한 곳이 벼슬아치들의 세계다. 그들에게 권위는 낯선 것이 아니다. 이는 단순히 기왓장 훔치는 도둑을 겁주자는 말은 아닐 터. 낙성관지 장무상망을 어찌 봐야하나 얼굴을 들어 하늘에게 물어보니 하늘 또한 괴롭다 하네. (仰面問天 天亦苦, 學山堂印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