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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그래도 쪽(?) 팔린 것만은 분명하다.

<우농의 세설>

<우농의 세설>

그래도 쪽(?) 팔린 것만은 분명하다.


남루한 선비가 향리의 골목에 들어섰는데 때마침 비가 내려 급한 김에 뛰어든다는 것이 좌수(座首)댁 처마 끝이다.

대청마루에는 열댓 명의 선비들이 술동이 하나씩 낀 채로 시회(詩會)중이다. 세상사에 관심 없고, 벼슬에 뜻을 놓은 지 오래된 선비는 행색이 초라할 밖에. 처마 끝 구석자리에 엉거주춤 선채로 시회중인 선비들에게 인사를 하니 일순 시회의 분위기가 잠시 깨지는듯하더니 이내 한 선비가 혀 꼬부라진 소리로 묻는다.

“뉘시기에 시회에 끼어들어 흥을 깨시는가?”
“갑자기 비가오기에 명색이 양반 끄트머리라 오는 비 맞을 수는 없고 해서 무례를 했소이다.” 하니 “지금 운자(韻字)에 맞춰 시를 짓고 있으니 한수 지어보시게” 말한다.
“그럼 앞 운자는 무엇이었습니까” 하니 “성·광·문(成·狂·問)이네.”
“그럼 제가 미천하나마 앞 운자까지 맞춰 보렵니다. 성, ”문무(文武)를 두루 배웠으나 둘 다 성공하지 못했네 그려”.

광, “선비도 아니고 장수도 아닌 것이 반미치광이가 됐네 그려”. 문, “행여 선비님께서 한양에 오시거든 나란 사람에 대해 물어봤으면 하네 그려.” 욀송. “한양 땅에는 주막집 아이들 조차도 내 이름을 외우고 다닌다네 그려.” 그러자 한 선비가 갸우뚱하며 묻는다.

“시는 일품이오만 그대가 뉘시기에 주막집 아이들조차도 댁의 이름을 왼단 말이오?”

그러자 남루한 행색의 선비가 그 선비 귀에 대고 귓속말로 한다. “나는 여장이오. 석주여장.” 순간 시회는 발칵 뒤집어졌다.

“아. 그대가 양촌陽村 권근(權近1353-1409: 목은牧隱 이색李穡의 제자)의 6세손 송강 정철의 제자 천하제일 시인이라는 명불허전 석주권필(石州權필韠) <1569宣祖2-1612光海4 습제習齊선생 벽擘의 다섯째 아들>이란 말이오. 일찍이 우암(宋某時烈)은 석주별집발(石州別集跋)에서 “시로써 선생을 보는 것은 얕은 짓이다.” 라고 갈파한 적이 있다.

지금 대한민국 땅에서 어린아이까지 이름을 외고 있는 정치인을 꼽으라면 단연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발군일 것이다. 속된말로 학생들에게 밥 공짜로 주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 때문이다. 그런 그가 요즘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혹자가 죽으면서 툭 던진 한마디 때문이다.

그깟 돈 1억 때문에 천하의 전직 모래시계 검사가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됐다한다. 물론 이런 액션이 구색 맞추기 쇼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그래도 쪽이 팔린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