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을 기다리자
봄의 문턱인 3월 첫째 주말은 씁쓸했다. 탄핵 심판이 10일이나 13일쯤으로 예상되면서 막판 찬반 집회에서 분단 조국의 또 다른 비극을 보았기 때문이다. 탄핵심판은 ‘운명의 선고’인 만큼 다양성은 충분히 인정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집회 과정에서 보여진 일부 친박과 보수단체 인사들의 막가파식 행동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탄핵 인용을 우려한 헌재 판결 불복 여론전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다. 대다수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여지 듯 수개월째 80%내외의 국민 여론이 탄핵 찬성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보통의 상식을 가진 국민들의 상실감이 커져가는 이유다.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박근혜 없는 3월, 그래야 봄이다!”라는 주제로 지난 주말 제19차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광화문을 찾은 시민들은 헌재의 탄핵 인용과 박 대통령 구속,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퇴진 등을 촉구했다.
반면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시울시청 일대에서 ‘탄핵각하를 위한 천만민심’이라는 주제로 16차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불법탄핵 원천무효와 국회해산, 특검구속, 언론해체 등을 요구했다. 이번 집회 역시 3.1절과 마찬가지로 전국에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문제는 출처가 불분명한 가짜뉴스까지 나돌면서 탄핵의 부당성을 역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헌법재판관과 특검에 대한 위협 수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심지어 박영수 특검 자택 앞에서 “몽둥이 맛을 보여주겠다”던 친박단체 대표는 이정미 재판관의 주소까지 공개했다. 박 특검 얼굴 사진에는 페인트를 칠하고 불을 붙이기도 하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험악한 막말을 공개적으로 퍼붓는 등 백색 테러까지 감행하고 있다.
문제는 사업 기관에 대한 유례없는 신변 위협을 가하고 있지만 신변보호 외엔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경찰이 뒤늦게 테러방지법 적용 검토와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혔지만, 극단의 여론전은 탄핵심판이 끝난다고 해도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대한민국이 바로서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더 이상 국민들을 선동, 갈등의 벼랑 끝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이젠 도를 넘는 행동을 자제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기다려야 한다. 원칙적으로 탄핵은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다는 차원을 넘어 위반 정도가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해야 가능한 조치다. ‘중대한 위반’인지에 대한 판단 여부는 ‘해당 행위로 인해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지’와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해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인지’ 등 두 가지 기준이다. 이를 위해 헌법재판관들이 수차에 걸친 평의를 하는 것 아닌가.
탄핵 절차는 탄핵심판 선고 일에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이 결정 주문을 읽는 직후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만약 탄핵인용 결정이 나면 박 대통령은 그 순간 곧바로 파면된다. 경호 부분만 제외하고 모든 혜택이 박탈되고, 청와대에서 짐을 빼야 한다. 그리고 불소추 특권을 잃게 되어 검찰의 강제수사가 가능하고, 소환 거부시엔 체포영장도 발부 할 수 있다. 반대로 기각이나 각하 결정이 나오면 곧바로 대통령직에 복귀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조용히 헌재의 판결을 기다리는 것 밖에 없다. 물론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인용이든 기각이든 정국이 시끄러워 질수밖에 없다. 만약 인용이 된다면 모든 이슈는 5월 초 치러질 대선정국 블랙홀로 빨려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이번 탄핵심판은 대한민국 미래의 운명을 가르는 중차대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