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이후 7월2일 새롭게 출범한 용인시 행정과 의회가 표류하고 있다. 민주당이 독식했던 상임위원장 중 2석을 자유한국당에 내주면서 의회는 외견상 정상화되었다. 문제는 내용적으로 들어가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용인시의회는 여전히 여야 간 감정의 골이 깊게 파인채로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시행정을 책임진 백군기 시장을 정점으로 하는 집행부는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용인시 공무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되는 일도 없고 새로운 일도 없다”고 무력감을 토로하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올바른 방향을 잡고 주민에게 도움되는 행정을 펼치려면 단체장의 능력과 비전이 필수적이다. 단체장의 능력중 제일의 덕목은 현안을 파악하는 통찰력과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는 종합적인 판단력이다. 불행하게도 역대 용인시 민선시장들은 적확한 판단에 기초한 신속한 결정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백군기 신임 집행부는 출범한지 3개월이 되었다. 시정에 대한 현안파악을 할 시간은 충분히 가졌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지를 보여줄 때다. 아직도 시정의 기본방향에 대해 줄기가 잡혀있지 않다면 그것은 신중한 것이 아니라 무능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시정의 최일선에 선 용인시 공직자들이 한결같이 무력감을 호소하는 것은 방향타를 쥐고 있는 선장(시장)의 잘못이다. 백군기 시장은 당장 시정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부터 착수하길 바란다.
#시정 활력을 위한 방향제시 우선
2002년1월1일부터 2013년12월31일까지 미국의 최대도시 뉴욕시의 시장을 3연임한 ‘마이클 블룸버그’는 실타래처럼 얽힌 뉴욕시의 난제 중 우선순위를 정해 시민의 안전보장을 제일 과제로 삼아 범죄 발생율을 크게 감소시켰다. 그의 전임자는 마피아 소탕에 혁혁한 공을 세운 ‘루돌프 줄리아니’(1994~2001뉴욕시장 역임)였다. 줄리아니 시장은 검사 출신 시장답게 뉴욕시의 범죄 발생률을 낮추는 등 일시적 효과는 거두었으나 근본적인 해결은 못했다.
반면,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은 예방대책에 중점을 뒀다. 우선 슬럼가의 거주 환경 개선에 역점을 두었다. 대낮에도 평범한 뉴욕시민이 접근을 꺼리던 할렘가를 비롯한 빈민 집단 거주지역의 노후하고 퇴락한 주거환경을 개선했다. 가로등을 늘리고 건물 외벽을 벽화로 치장하는 등 예술적으로 리모델링하여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매력적인 주거시설을 제공했다. 세계에서 가장 더럽고 범죄 발생률이 높은 뉴욕시의 지하철을 산뜻하게 단장했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뒷골목의 풍경이 화사하게 바뀌자 뉴욕시의 밤거리는 획기적으로 안전해졌다. 전임 줄리아니 시장이 해내지 못한 보다 안전한 뉴욕을 블룸버그 시장이 해낸 것이다. 블룸버그는 3선의 임기를 마쳤다. 뉴욕 시민은 가장 존경하는 뉴욕시장으로 ‘마이클 블룸버그’를 꼽는다.
백군기 시장은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것이 ‘용인시 난개발 조사 특별위원회’구성이다. 법적 근거로는 ‘용인시 훈령 제433호’다. 하지만 ‘훈령은 행정기관의 내부 관계에서 하급관청에 발하여지는 것이기 때문에, 법규로서의 성질을 가지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특위는 6개월간 활동하고, 2회 연장할 수 있다. 물론 백 시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무조건 개발을 반대하는 건 절대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으로 특위 활동 결과물을 봐야겠지만, 현재까지는 행정력의 옥상옥이 될까 걱정스럽다. 백 시장의 의중과 무관하게 지역 내 건설 경기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어떤 공무원은 합법적인 개발행위 민원인에게 대놓고, 6개월 후에 접수시키면 안 되겠냐는 볼멘소리까지 했다고 한다. 난개발 특위 눈치를 보다보니 솔직히 귀찮은 것이다. 자칫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것은 아닌지…. 백 시장은 공직 내부에서조차 전시행정이란 시각이 지배적인 이유를 생각해보기 바란다.
#용인을 새롭게 리모델링해야
국내에서도 성공적인 모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구 50만 이상의 대형 기초단체에서 3기를 역임한 단체장의 사례를 찾아 성공요소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방법이다.
용인시의 2018년 예산은 일반회계 1조8655억3236만2000원, 특별회계 3494억1965만1000원도합 2조2149억5200만원이다. 인구103만 9984명, 세대수 38만1814가구, 사업체 4만 8111개, 자동차 등록 44만1734대다. 인구100만 명을 넘어선 광역자치단체 급의 규모에 이르렀다. 1995년 민선2기 단체장을 뽑을 당시 용인(군)의 인구는 18만7000여명이었다. 비약적인 성장이자 발전이다.
문제는 용인시의 성장과 발전은 외형적인 것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용인시에 급격하게 유입된 주민의 대부분은 서울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과 부동산의 가치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것 말고는 용인시민으로 산다는 것에 특별한 매력을 못 느낀다.
백군기 시장은 인구 100만이 넘어선 용인시를 리모델링할 방법을 새롭게 디자인했으면 한다.
전시행정 개발행정에서 벗어나 용인시 주거환경을 보다 색감 있게 바꾸는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거창한 사업보다는 주민의 생활편의에 직결된 아기자기한 변화를 주었으면 한다.
용인시를 관통하는 주요 도로변을 보면 주변 환경과 언밸런스한 흉물스런 모습이 대부분이다. 도심지역의 스카이라인은 천편일률적인 콘크리트 숲이다. 용인시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획일적인 아파트 숲은 바람의 자유로운 이동마저 방해한다. 바람 길이 없는 도시는 죽은 도시다.
백군기 시장은 사소한 것 같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소통과 흐름의 미학을 추구해 주기 바란다. 신규 택지를 개발하거나 다세대 주택건설의 허가를 내줄 때 주변의 환경과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를 먼저 살펴보기 바란다. 환경친화적인 개발을 장려하는 것은 규제가 아니다.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 개인의 이해와 공공의 이익은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개인은 더 많은 개발이익을 추구하고, 공공은 환경의 훼손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개인의 이익도 보호되어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으로 인해 공공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명료한 목표 제시와 동기부여 필요
용인시는 급속하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투기꾼들의 탐욕에 난도질당한 개발의 상흔과 역사를 갖고 있다. 지난날에 비해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개발의 논리가 환경 친화적인 보존의 논리를 압도하고 있다. 백 시장은 난개발조사특위를 꾸린 것처럼, 초심을 잃지 말고 앞으로 행정에서는 근본적으로 개발지상주의를 잘라내는 첫 번째 단체장이 되길 바란다.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시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적 행정을 펼치길 진심으로 바란다. 먼저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용인시 공직자들에게 명료한 목표를 제시하고 일할 맛을 갖도록 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게 우선이다.
백군기 시장은 비선이 발붙일 가능성을 아예 봉쇄하고, 공조직과 현장의 시민을 백분 활용하는 시정을 펼치기 바란다. 비선 조직은 필연적으로 부패하고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게 되어 있다. 이것은 동서고금 역사가 증명하는 필연이다. 공조직은 공개되어 있어 책임 소재가 분명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효율적인 것 같아도 견제의 수단이 있다.
앞서 민선5기 김학규 시장은 공직자들의 극구 만류에도 불구하고, 비선조직이나 다름없던 민간인 정책보좌관 말만 듣고 경전철을 국제중재재판소로 끌고 가서 무려 8000억 원을 물어줬다. 용인지방자치 역사상 최악의 재앙이었다.
용인시의회는 주민으로부터 집행부 견제의 책임을 위임받은 합법적인 대의 기구이다. 용인시의회는 당파적 이해를 떠나 백군기 시장으로 대표되는 용인시 집행부를 견제하고, 주민을 위한 시정을 펼치도록 견인하기 바란다. 출범 3개월의 백군기 집행부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용인시의회의 책임이 크다. 용인시의회는 산적한 시정 현안을 면밀하게 살펴 우선 순위에 따라 신속하게 집행되도록 맡은바 소임을 다하기 바란다. 각종 시민단체와 지역언론의 조언과 의견도 경청하여 시정에 반영하는 지혜도 발휘해주기 바란다.
3개월간의 시정 표류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지금 공직사회 내부로부터 터져 나오는 불만과 불신 지수는 임계점을 향하고 있다. 백군기 시장과 용인시의회는 민심의 엄중함을 깨닫기 바란다.
<용인신문 - 김종경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