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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유일 장례 의례 박물관… 인성회복 산실

용인의 문화예술인 17. 김보옥 예아리박물관 회장

 

 

 

 

 

특별전 ‘예아리에서 정조대왕을 만나다’ 눈길
실감나는 미니어처 왕실 장례문화 한눈에
‘삼포실버드림’ 운영… 최고의 장례업체 도약
전직 대통령 등 유명인사 마지막 가는길 총괄

 

[용인신문] “지금 예아리박물관에서는 정조대왕의 국장행렬을 특별전시 하고 있습니다. 미니어처지만 시사하는 게 얼마나 큰지 박물관 자리매김 하는데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조대왕은 사도세자와 혜경궁홍씨의 아들로서 부모에게 효를 다한 인물입니다. 인성을 키우는 데는 효가 근본입니다. 효는 부모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닙니다. 형제, 친구, 이웃간에도 부모 같은 마음가짐으로 살면 그게 다 효 안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전국에서 유일한 장례 의례 전문박물관인 예아리박물관과 장례업체 ㈜삼포실버드림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김보옥 회장은 효를 통해 인본을 회복하고자 시작한 것이 박물관 건립이라며 인류의 영원한 주제임을 강조했다. 예아리는 예로 아름다운 울타리라는 의미로 관혼상제 ‘예’ 속에 들어있는 효와 인성을 회복하는 플랫폼이다. 삼포실버드림도 인성 회복을 목적으로 한 플랫폼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정조대왕 국장행렬 특별 전시 중

현재 용인 백암면 예아리박물관에서는 생전에 지극한 효를 실천했던 정조대왕의 국장행렬을 중요하게 여겨 특별전 ‘예아리에서 정조대왕을 만나다’를 기획, 지난달부터 11월 30일까지 6개월 동안 시민에게 선보이고 있다.

 

조선 22대 정조대왕의 국장도감의궤반차도에 근거해 모든 행렬을 실제 크기의 1/8로 축소한 미니어처로 제작해 조선왕실의 장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전시와 함께 음악공동체 인뮤직이 모차르트의 레퀴엠, 비발디의 사계 등 삶과 죽음, 희노애락을 담은 클래식 선율도 특정 날짜에 선사하고 있다.

 

인물만 1384명에 이르며, 말 341필, 가마 20채. 각자 착용하고 운반하는 의상과 기물 6000여점이 100미터에 달하는 전시장에 장엄한 모습으로 전시돼 있다.

 

국장행렬의 선두에 위치하는 경기감사를 시작으로 돈체사 총호사 제조 곡궁인 등의 국장도감의궤에 표현된 주요 인물과 의상, 왕의 상여인 대여와 견여, 왕실의 귀중품을 실어 나르는 채여, 제기 등을 실어 나르는 요여, 의장기물 등이 전시돼 있다.

 

각 의상과 기물은 철저한 고증을 거쳐 교육적인 가치를 갖게 했다. 모든 작업은 수작업을 기본으로 했다. 제작기간은 자료 조사에만 12개월, 토우 및 한지 소품 제작에 12개월 총 2년이 걸렸다.

 

▲인성 회복을 위한 플랫폼

예아리박물관과 삼포실버드림은 인성회복을 위한 플랫폼이다. 삼포실버드림이 작은 영화를 만들었다. 자식의 입장에서 부모를 떠나보내야 하는 애절한 마음과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을 남기고 떠나야 하는 애절한 마음을 담았다. 왜 효를 행해야 하는지, 인생을 어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함으로써 인성을 회복하게 하는 영화다. 박물관 프로그램 등을 실시할 때 상영하고 있다.

 

지난해 생과 사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욕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지 되돌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우리 모두 살아가면서 욕심이 너무 많아요. 욕심을 어찌하면 버릴 수 있을까. 박물관이 나서서 욕심을 하나씩 버리는 교육을 실시해오고 있습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상여메기 체험의 경우는 어느날 내 부모를 상여 속에 모실 수 있다는 마음을 갖게 함으로써 효를 생각하게 함과 동시에 여럿이 함께 관을 듦으로써 협동정신을 길러주는 프로그램이다.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과일과 채소로 프로그램을 진행함으로써 지역 문화 플랫폼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장례업계 선두주자 ㈜삼포실버드림

장례업계의 선두주자로 작고한 남편 임준 선생과 함께 우리나라 장례문화에 끼친 영향력은 실로 대단하다. 남편은 서울보건대학, 동국대학교 장례지도과 겸임 교수를 지냈고, (사)한국민속박물관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좋은 땅 좋은 집, 좋은 주택 좋은 배치, 우리들의 북망산천, 가정의례 집록 등 다수의 저서도 남겼다.

 

지난 1991년부터 남편과 함께 장례문화산업에 투신한 그는 장례문화를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냈다.

 

현재의 자리에 터를 잡고 삼포실버드림을 운영하면서 박물관을 짓다가 2006년 급작스럽게 작고한 남편의 뒤를 이어 뜻하지 않게 사업을 총괄 지휘해야 했던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오늘에 이르렀다.

 

“남편을 잃은 다른 부인들이 슬퍼하며 시간을 보냈다면 나는 고통스럽게 시간을 보냈어요. 남편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던 일이었기 때문에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 나는 도무지 아무것도 해낼 자신이 없었어요. 황무지처럼 잡초가 우거진 곳에 박물관 두 동만 막 지어놓은 상태였어요. 삼포실버드림도 영업 거래처도 모르는 상태였어요. 매일 아침을 눈물과 기도로 시작했었죠.”

 

그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도 황망하다. 아침마다 일을 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며 엄청난 일을 감당하게 해달라는 기도로 시작했다.

 

삼포실버드림은 최근에도 대형 화제의 어려움을 딛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 신격호 롯데그룹회장의 수의며 관 제작을 오차 없이 수행했다. 삼포실버드림은 우리나라 장례업체 가운데서 톱의 자리를 유지하는 선두 기업답게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의 아들 이구를 비롯해 김대중, 김영삼 대통령의 수의와 관 등을 제작했다. 정주영 정몽헌 변중석 여사에 이르는 현대가로부터 SK, LG, 신도리코 등 대기업 유명 인사들의 장례를 기획부터 시행까지 총괄했음은 물론이다. 94년 삼성 서울병원의 장의용품 입점 전시 판매를 시작으로 연세장례식장, 이대목동병원, 인천 길병원, 고대 안암병원, 국립의료원, 명지병원, 경희의료원, 한양대장례식장, 전북대학교 병원 등 우리나라의 유수의 병원들을 삼포가 휩쓸었다.

 

“아름다운 공간이 나에게 주어졌으니 남은 공간 내가 할 수 있다는 긍지가 있어서 할 수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다보니 남편이 생각했던 뜻이 대단했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됩니다. 장례문화는 우리밖에 없어요. 문화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해요. 그 문화 수준에 따라 선진국으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야 철이 든다고 할 까요. 남편이 해 놓은 일에 요즘 깜짝깜짝 놀랍니다.”

 

▲행복을 되찾는 치유의 공간

앞으로 치유와 행복의 공간안 스마트팜을 지을 계획 중이다. 얼마전 화재로 전소된 삼포실버드림도 새로 지어야 한다. 현재 수정산을 중심으로 둘레길 조성은 마친 상태다. 노인들에게 적당한 운동 코스다. 그곳에 살구나무를 100그루 심었다. 앞으로 노인을 중심으로 한 가족 대상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구상 중에 있다. 까페 드 아리는 차와 함께 하는 휴식공간으로 이미 각광받고 있다.

 

지금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전문가다. 인문학자인 장남 임호영씨가 박물관장을, 음악가로서 예술경영인인 차남 임근영씨가 삼포실버드림을 맡아 든든한 좌우 날개로 보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