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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 행정… ‘태교메카’ 걷어찬 용인시

LOCAL FOCUS _ 이름값 못하는 ‘태교신기(胎敎新記)의 도시’

 

 

 

임산부 뿐만아니라 가족·사회적 태교 중요성 언급… 시대 앞선 역작
용인시장 바뀌며 사실상 백지화… 일관적인 추진 청주시와 ‘대조적’

 

[용인신문] 2015년 세계 최초로 ‘태교도시’를 선포한 용인시. 그런데 최근 태교도시 선포의 근거로 삼았던 이사주당의 태교신기 문구를 놓고 때아닌 ‘시대착오’ 논란이 빚어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태교신기’에 대한 젊은 층의 이해 부족과 용인시의 일관성 없는 행정으로 인한 인문학 정책의 방치와 실종이 불러온 씁쓸한 해프닝이다. 공교롭게도 이 즈음 충북 청주시의 ‘사주당 태교랜드’ 건립 진척 사항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한때 상호협력을 다짐했던 두 지자체간 상반된 모습을 보면서 지방자치단체장의 판단과 행정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태교신기 문구 논란, 왜?

“어머니의 열 달 기르심은 아버지의 하루 낳아주심만 못하다”

 

이 말은 조선후기 여성 실학자 이사주당(1739~1821)이 쓴 세계 최초의 태교지침서 ‘태교신기’에 나오는 문구 중 일부다. 그런데 용인시 수지보건소에서 임산부에게 나눠준 봉투에 씌여진 이 문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젊은 임산부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언론으로 확대, 비판적인 여론몰이가 이어진 것이다.

 

논란은 지난 13일 전후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보건소에 임산부 등록하고 주는 선물을 담아준 봉투에 이런 글이 있어서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했다”는 글과 사진이 실리면서 시작됐다. 문제의 봉투에는 ‘이사주당의 삶’이라는 제목과 함께 “스승님의 십년 가르치심은 어머니의 열 달 기르심만 못하고, 어머니의 열 달 기르심은 아버지의 하루 낳아주심만 못하다”는 글귀가 적혀 있다. 이 글은 사주당 이씨가 자녀를 기르면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저술한 책 ‘태교신기’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하지만 맘카페 등에서 이 글을 이해 못한 누리꾼들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쏟아냈고, 일부 언론들이 받으면서 문제가 확산됐다. 사주당이 태교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특히 아버지(부성) 태교를 강조한 이 말은 태교신기 중 백미로 평가되는 부분이다.

 

#태교의 정본 태교신기 ‘부성태교’강조

태교신기에서는 임산부 뿐만아니라 가족과 사회적 태교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무엇보다 임신 전부터 '아버지의 하루 나으심', 즉 미리부터 아버지의 마음과 몸가짐이 올바라야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현대 의학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다. 전 한양대 박문일 교수는 ‘태교는 과학이다’라는 저서를 통해 태교의 중요성을 이미 현대 과학으로 입증한 바 있다.

 

특히 ‘태교는 인문학이다’의 저자이자 이사주당기념사업회 박숙현 회장은 “유대인들에게 유아교육의 바이블 탈무드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태아 교육의 경전인 태교신기가 있다”면서 “일본인들은 1930년대에 일본어로 번역해서 일본 여자 중고등학교 교과서로 사용했을 정도로 현대 과학에 비춰봐도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태교신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가족은 물론 사회적 태교의 중요성을 일깨워줌과 동시에 아버지를 태교에 참여시키는 것”이라며 “OECD 국가 중에서 출산율 최하위인 대한민국 정부는 이제라도 태교신기를 범국민 태교 정본으로 보급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주객이 전도된 ‘경기 용인시 vs 충북 청주시’

지난 2017년 용인시와 청주시는 전국적인 태교문화 확산과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 업무협약을 맺었다. 두 도시는 태교신기를 쓴 이사주당과 관련이 있다. 용인은 사주당이 25세 되던 해 시집온 후 작고할 때까지 살면서 ‘태교신기’를 집필한 곳이다. 반면, 청주는 이사주당이 태어난 곳으로 두 도시는 태교도시를 특화된 도시브랜드 사업으로 추진하자고 약속했다.

 

용인시는 이미 2015년 태교도시를 선포, 태교신기를 지역문화유산으로 재조명하는 학술대회와 태교축제 등 각종 태교 관련 사업을 추진했다. 이후 청주시가 이어서 4만5440㎡에 사주당 태교랜드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수립 용역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21년 1월 현재, 시장이 바뀌면서 용인시는 태교 정책이 사실상 실종됐다. 그러나 청주시는 최근 설계공모전을 통해 ‘사주당 태교랜드’ 당선작을 뽑았다. 청주시는 이 당선작을 바탕으로 오는 8월까지 실시설계를 거쳐 10월에 착공, 2023년 12월 준공할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국비를 포함 187억 원으로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우산리 46일대 연면적 3028㎡ 규모로 건립된다. 사주당 태교랜드에는 태교건강관과 태교영유아관, 세계태교전시관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두 도시 모두 새누리당→민주당 시장으로 교체

용인시는 중단, 청주시는 연계

 

2017년 당시 용인시와 청주시 단체장은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모두 민주당 소속 단체장으로 교체됐다. 앞서 청주시장은 태교 협약이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중도에 시장직을 상실했다. 그럼에도 뒤를 이은 민주당 소속 시장이 이 사업을 계속해왔다.

 

하지만 용인시는 시장이 바뀌면서 사실상 태교도시가 백지화됐고, 청주시만 지속적으로 진행 중인 상태다. 따라서 세계 최초로 태교도시를 선포하고, 태교 콘텐츠의 본 고장 용인시가 뒤늦게 시작한 청주시와 주객이 전도됐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