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죽여서 처리한다’는 살처분. 구제역 발생 때부터 숱하게 들어왔던 동물 학대의 상징어가 된 섬뜩한 말이다. 현재까지도 정부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들의 추가 전파를 막기 위해 만든 최선의 방역 지침 중 하나다. 문제의 ‘3Km 예방적 살처분’은 2016~2017년 발생한 우리나라 AI 사태 때 3800만 마리를 살처분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가 2018년 새롭게 만든 지침이다.
그런데 과연 합리적이고, 실효성이 있는 지침일까? 올 겨울 만도 벌써 2000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이중 발생지 인근으로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희생양이 된 가금류가 절반 이상이다. 동물 학대 논란는 차제하고, 비용과 노력을 들여 철저한 방역 활동으로 청정농장을 운영해 온 축산인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사람들은 변이된 감기 바이러스, 코로나 19 확산으로 아수라장인데 동물 세계에서도 조류독감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로나 19는 1년 넘게 유행하면서 전 세계인 중 1억 명 이상을 감염시켰고, 벌써 21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그런데도 아직 진행 중이다. 문제는 백신이다. 인류는 이제 백신을 개발해 접종에 들어갔지만, 올해 연말까지는 가야 집단 면역력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올해 안에 잡힌다 해도 2년이다. 게다가 이미 감염력과 치사율이 높은 변형 바이러스가 퍼져가는 양상을 감안하면 쉽게 끝날 일은 아닌 듯 싶다. 그래서 인간들이 선택한 최선의 방역이 ‘백신’인 것이다.
그렇다면 2003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AI 발생 이후, 1억 1000마리 이상의 살아있는 닭과 오리들이 땅속에 묻혔음에도 왜 백신개발을 하지 않고, 거의 매년 잔혹한 동물 학대를 반복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숱한 경험을 통해 구제역은 예방 백신을 시작했다. 그런데 왜 조류독감에 감염되는 가금류에 대해서는 3km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야만적이고 극단적인 방역책을 고수하고 있나.
물론 많은 나라들이 감염 발생 농장에 대해서는 살처분을 한다. 하지만 역학 관계에 있는 농가까지 예방적 살처분을 하는 국가는 한국과 네덜란드 뿐이고, 그중 반경 3㎞까지 살처분을 하는 곳은 한국 뿐이라고 한다. 그러니 과학적인 방역 지침이냐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진작에 가금류 농장간 거리를 법적으로 3km 이상 띄였어야 했다.
동물보호단체 등에서는 건강하고 멀쩡한 닭과 오리들을 대량 학살하는 3km 예방적 살처분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예방적 살처분은 대량 동물학대, 동물학살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생매장 살처분’을 중단하고 ‘동물복지’와 ‘예방백신’을 도입하라고 주장한다. 기자는 이들의 주장을 떠나 비록 사람들이 먹기 위해 키우는 동물이지만, 무차별적이고 야만적인 동물학대, 아니 동물학살 행위 만큼은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