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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글이 어린이집 원장을 죽였다

LOCAL FOCUS_보육 종사자 ‘마녀사냥’

 

원아 “선생님이 때렸어요” 거짓말
맘카페 무분별한 게시글 인격살인
선량한 교사 범죄자 취급 속수무책
보육종사자 일방적 피해 대책 시급

 

[용인신문] 최근 경기도 화성시에서 일어난 40대 어린이집 원장의 사망 사건은 보육계 종사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보육시설에서 잇단 아동학대 사건이 미디어에 노출될 때마다 사회적 비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반대로 보육종사자들은 불안감이 커진 학부모들로부터 무고한 폭언과 마녀사냥식 명예훼손을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는 상황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보육시설의 ‘또 다른 역차별 학대’를 긴급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 보육계에 무고성 폭력 난무

어린이날인 지난 5일 화성시 어린이집 원장의 사망 사건은 용인시를 비롯해 경기지역 보육종사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은 어린이집 아동학대 의심 정황이 담긴 게시물이 엄마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맘카페’에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앞서 2018년 10월 경기도 김포시에서 발생했던 30대 보육교사 사망 사건과도 유사하다.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아동학대를 의심하는 글이 지역 맘카페에 의해 퍼졌고, 쏟아지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던 당사자가 사실무근임을 주장하며 게시글 삭제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결국, 지역 ‘맘카페’에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손가락으로 사람 죽이는 맘카페로부터 보육교직원들을 지켜달라’는 취지의 청원이 게시됐다.

 

문제는 누군가 아동학대 신고를 하면 무조건 경찰과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온갖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무죄로 밝혀진다고 해도 학부모를 상대로 무고죄와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 인격 모독죄를 묻기 또한 쉽지 않다.

 

# 아이들 거짓말…내 자식 믿어

사례1: “선생님이 제 손등을 꼬집고 때렸어요.” 용인시 기흥구 A어린이집 K원생은 엄마에게 당시 상황을 흉내까지 내면서 아주 정확하게 표현했다. 엄마는 다음날 곧바로 원을 방문해서 “우리 아이가 원래 표현력도 정확하고, 전달력도 뛰어나다”며 당장 CCTV 열람을 요청했다. 원 측은 수업종류 후 열람하자고 요청했지만 당장 보여주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부터 하겠다며 억지를 부렸다. 결국 그 자리에서 바로 CCTV를 열람했으나 아이가 말한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 아이가 갑자기 집에 간다고 교실을 뛰쳐나가는 장면, 다급히 따라 나간 담임교사가 몸을 낮춰 아이 눈높이에서 아주 친절하게 다독여 다시 교실로 데리고 들어오는 장면이 외부 카메라에서 찍혀 있었다. 아이의 거짓말이 드러났고, 어머니는 정중히 사과했다.

 

사례2: “영어 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내 뺨을 때렸어요. 그래서 울었는데 친구들이 괜찮냐고 위로를 해주었고, 너무 아팠고 슬펐어요.”라고 말한 같은 어린이집 B원생. 다음 날 아침 아이의 아빠는 원을 찾아와 “사람 잘못 건드렸다”며 교사들에게 위협적인 언행을 했고, 결국 그 자리에서 바로 CCTV영상 열람이 이뤄졌다. 보육이 끝난 후 오후 시간 열람을 제안했으나 그 역시 경찰을 부르겠다며 소란을 피웠다. 그는 몇 시간 동안 하루치 영상을 모두 열람했으나 문제의 영상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아이는 영어 시간에 손들고 나가서 발표 후 상으로 스티커 선물까지 받고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아이는 전날 밤 엄마 아빠에게 3시간 여 동안 똑같은 질문을 반복해도 똑같은 답변을 했다고 했다. 그 일로 담임교사는 충격을 받아 며칠 동안 울었다고 한다.

 

#보육시설 종사자 보호책 없어

위 사례들처럼 내 아이가 학대를 당했다면 어떤 부모라도 당연히 놀라고 화가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영유아들은 현실에서 경험한 일과 동화책이나 텔레비전, 또 주변의 이야기를 통해 들었던 일들을 정확하게 분리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면서 “그렇다 보니 상상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그중에서도 누군가가 자기 얘기에 큰 관심과 반응을 보이면 마치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그 상황을 즐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보육계에서는 “자칫 아이 말만 믿고 선량한 보육교사들을 (잠재적)범죄자 취급하다가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책임추궁도 ‘폭력’이자 ‘또 다른 학대’의 일환"이라며, 근본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부모가 의심 정황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현행법상 CCTV 열람은 법적으로 허용되지만 정식 요청과 보육에 지장이 없는 시간을 정해 열람해야 한다.

 

전 용인시어린이집연합회 목민숙 회장은 “몸에 아동학대 흔적이나 정황이 없음에도 아이 말만 믿고 무례하게 행동하고 난 후 죄송하다는 한마디, 또는 아니면 말고 식의 행동은 아이들과 교사들에게 너무 큰 피해와 상처를 주는 행위라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며 “진정 부모라면 내 아이만이 아닌 다른 모든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정성으로 보살피는 교사까지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어린이집 CCTV설치 의무화는 2015년 9월 국회를 통과 12월부터 시행됐다. 당초 영유아의 행복한 권리와 학대의 재발 방지를 위해 설치 운영되었으나 CCTV가 최근에는 보육 교직원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모는 장치가 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