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낯 뜨거운 문화예술 행정 수준

 

[용인신문] 최근 용인시는 문화예술행정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시험대에 올라있다. 뒤늦게 문화체육관광부가 2018년부터 추진 중인 ‘법정 문화도시’ 선정에 뛰어들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그래도 용인시의 문화예술 현실을 직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전국 지자체들이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에 뛰어드는 바람에 용인시도 유치 희망을 선언한 상태다. 삼성과의 연고를 따지자면 당연히 용인에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해야 함이 마땅해 보인다. 손이 안으로 굽는다고, 지역언론인 처지에서 볼 때도 이병철 회장의 유지를 받든 호암미술관이 있고, 삼성그룹의 두 축인 삼성반도체와 에버랜드까지 있으니 용인시가 금상첨화 아닌가. 그런데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용인시 문화예술 행정인프라, 즉 전문 인력과 지속 가능한 예산지원 문제다. 이건희 미술관 유치 희망은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의 생색내기, 또는 면피용 선언일 수 있다. 그런데 긍정적인 측면은 이를 계기로 용인의 문화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앞으로 용인지역 문화예술 분야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갈 수 있는 단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시민들은 무능한 정무직 행정가와 정치인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함께 그들을 자리에 앉힌 자신, 즉 유권자의 각성이 필요할 때다. 정말 지역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는 훌륭한 인물을 뽑았더라면 문화로 진일보한 도시가 되었을 수도 있다.

 

타 지자체보다 용인시는 예산이 풍부하고, 각종 인프라가 잘 구축된 도시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와 비교해도 절대 부족함이 없다. 문제는 근본적인 삶의 질을 결정하는 ‘문화’ 분야가 취약하다는 게 중론이다.

 

백범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라면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라며 인류의 행복을 이끄는 가장 큰 원동력으로 문화를 꼽았다.

 

그렇다. 문화도시나 이건희 미술관도 물질보다는 정신문화를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것들이니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그간 용인시는 토목 건설 행정에 비중을 높이 두었고, 눈에 보이는 각종 문화예술행사를 ‘문화’로 착각해온 경향이 있다. 따라서 정치인들과 행정가들부터 인식이 바뀌어서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용인시에는 시립미술관이나 문학관이 한 개도 없다. 반면, 수천억 원을 쏟아부어 지어놓은 종합운동장(체육관)은 매년 50억 원 이상의 관리비를 들여가며 펑펑 놀리고 있다. 행정의 무능과 문화에 대한 차별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