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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이헌서재
조각조각 혼재하던 죽음들이 하나의 이유로 얽혀

완전한 행복

 

 

 

 

 

 

 

 

 

 

[용인신문] 이번에도 악이다. 작가의 전작 『종의 기원』이나 『7년의 밤』에서 봤던 종류의 악과 또 다른 모습이다. 『종의 기원』은 유전자에 새겨진 악의 본성에 관한 것이라면 『7년의 밤』은 사람이 어떻게 극악의 순간을 향해 가는가를 묻는다. 『완전한 행복』은 제목처럼 ‘행복’을 위한 뺄셈의 과정, 다시 말해 행복에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을 제거해 나가는 과정이다.

 

‘핑게없는 무덤 없다’는 속담처럼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게 마련이지만 어떤 죽음은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이야기는 탐정의 조사처럼 조각조각 혼재하던 죽음들이 하나의 이유로 얽혀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건은 주인공을 둘러싼 주변인의 시선과 생각으로 독자에게 전달되어 점점 실체를 드러낸다. 중요한 것은 ‘왜?’의 문제이다.

 

소설은 극강의 악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사람 냄새를 풍기는 주변인에 의해 더욱 악해진다. 가족을 지키려는 가난한 아버지, 증오하는 동생의 조카이지만 그 아이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는 이모, 문제 많은 자식이지만 끌어안고 싶은 엄마. 비록 친자식은 아니지만 돕고 싶었던 어떤 아빠. 그리고 낯선이가 겪는 곤란함을 지켜주고 싶었던 어떤 마음. 악은 이 모든 것을 파괴하고 이용한다. 그리고 이들을 슬픔의 심연으로 끌어들여 악함 그 자체에 동화되게 만든다.

 

지금은 70대가 넘은 윤항기. 그가 젊어서 불렀던 유행가 《나는 행복합니다》는 여전히 노래방의 선곡표에 건재한다. ‘나는 행복합니다’라는 노래를 목청 높여 부르는 어떤 이들은 끊임없이 ‘자신은 진짜로 행복한가?’라고 물으며, 현재의 불행함에 허우적대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