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용인시 도시 브랜드가 ‘에이스(ACE) 용인’임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도시 브랜드가 있기는 하냐고 반문하는 시민들도 많다. 왜, 도시 브랜드가 수시로 바뀌냐고 묻기도 한다. 이는 도시 정체성을 기본부터 망각하고 무너뜨린 역대 시장들의 무지와 정치적 욕심이 자초한 현상이다.
2004년 민선 3기 이정문 시장 시절 만든 용인시 첫 도시 브랜드가 ‘에이스 용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시민들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실상 ‘에이스 용인’은 용도 폐기된 상태다. 시 공식 홈페이지 어딜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 시는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퉈 도시 브랜드를 만들 때 ‘에이스 용인’을 탄생시켰다. 처음엔 가구 브랜드를 연상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도시 정체성을 확립하고, 세계화 시대의 도시경쟁력을 위해 ‘에이스 용인’을 도시 브랜드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에이스(Ace)는 ‘최고’ 외 ‘최우수’, ‘숙달한’, ‘일류’, ‘멋진’ 등의 의미를 포함해 용인시 미래 비전과 일치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당시 시는 시민 공모로 도시 브랜드 1148건을 접수했지만, 선정위원회 검토에서 선정 작품을 결정하지 못해 외부기관에 의뢰해 ‘에이스 용인’을 제안받았다.
그런데 불과 2년 뒤 민선 4기 서정석 시장은 ‘에이스 용인’ 대신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곳곳에 자신의 시정 캐치프레이즈인 ‘세계최고, 선진용인’을 붙여 나갔다. 심지어 경부고속도로 변 야립 광고물까지 손을 댔다. 뒤를 이은 민선 5기 김학규 시장은 전임 시장이 민·관을 동원해 시 전역에 도배해 놓은 ‘세계최고 선진용인’을 지워 나갔다. 시청사 정문을 비롯한 공공기관, 각종 게시판, 시 경계지역 간판, 가로등 전주, 지역 내 택시와 버스, 각종 공문서와 광고물에 이르기까지…. 또다시 엄청난 예산을 들여 민선 5기 캐치프레이즈인 ‘함께하는 행복한 용인’으로 교체됐다. 그런데 뒤를 이은 민선 6기 정찬민 시장 역시 ‘사람들의 용인’으로 교체하기 시작했고, 이땐 더 많은 구호가 난무했다. 점입가경은 민선 7기 백군기 시장이다. 처음부터 이 같은 비판을 인식했기에 당선 직후 인수위는 새로운 도시 브랜드를 만들 때까지 기존 시정 구호엔 손을 안 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불과 몇 달 만에 ‘사람중심 새로운 용인’으로 또다시 교체했다. 이것이 용인시의 민낯이다.
부디 도시 브랜드를 이렇게 관리할 것 같으면 차라리 만들지 말길 바란다. 꼭 다시 제정할 것이라면 적합한 절차를 거쳐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 제대로 만들고, 다시는 도시의 정체성을 담은 도시 브랜드를 정치적으로 숙청 못 하도록 조례제정까지 마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