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을 보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볼뿐 종이에 활자화된 신문을 본다하면 너 돈많냐는 핀잔을 듣는다.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데 신문을 왜 사서보냐는 말이다. 공직에 있는 누구 애인의 숨겨둔 자식같은 알고 싶지도 않은 글들을 무심코 들여다보고, 노장배우의 30살 어린 연하커플 소식, 오늘은 류현진이가 잘 던졌는지 검색하게 된다. 현재 중요한 사회적인 사안은 보이질 않으니 굳이 찾아보지도 않는다. 점점 이성과 감정이 얇고 한없이 가벼워진다. 그러던중 저 분을 보고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고 부끄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우리 종이신문 좀 봅시다.
참 보고 싶지 않습니다. 떠들썩하는 일련의 모습들 빅브라더의 건재함을 확인하는 순간들 세상이 만만하다 생각한 인생은 순간 만만한 사람으로 전락하고 찌든 때는 물론 표백에서 살균까지 해줍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가을 하늘빛이 맑기만 합니다.
▲ 류현진의 활약으로 마치 다저스가 내 팀이라도 된 양, 아침이면 경기 승패와 그의 동향을 살펴보게 된다. 경기 결과와 외신들의 평가, 동료들과의 짖궂은 장난에 이르기까지 그의 기사를 보는 일은 하루종일 기분 좋게 만든다. 잘 던지고도 타선의 도움이 없어 승수를 못 올렸을 때, 선수 탓 안하고 본인 실수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한화에 있었을 때의 그 진한 경험들이 더욱 긍정적이고 팀원들을 포용하는 모습을 만든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앞으로도 그의 활약을 기대하며 류현진, 유리베, 푸이그 화이팅!
기나긴 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계속 됐다. 그간 더욱 덥게 만드는 일이 있었지만 쌍무지개를 본 그 때를 생각한다. 차가운 비가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무지개는 저만치 극적으로 걸려 있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며 견디라고 내게 말을 건네는 듯했다.
▲ 안작가 아빠. 엄마랑 아빠랑 안싸우고 아빠 술 안먹구 일찍 들어왔음 좋겠다. 아빠 요즘 힘든거 알아. 하지만 나 아빠 많이 보고 싶어. 나도 잘 할테니까 아빠 다음에 여기 꼭 같이 오자. 알았지. 아빠 사랑해!
▲ 안작가 큰애가 오래 전부터 샌드백을 사달라 했다. 요즘 같은 반 아이가 자기를 우습게보고 계속 심기를 건드린다고 한다. 내가 누구인지 흠씬 패주고 싶단다. 화풀이 하듯 샌드백을 가격한다. 그동안 아이들을 때려 학교 교무실에도 어지간히 다녔다. 엄마와 나는 절대 안된다고, 부탁이라고 매달렸다. 몇 아이의 얼굴을 만신창이로 만든 전력도 떠올렸고, 학교폭력에 민감한 현 상황과 감당해야할 치료비에 대해 조금 과장되게도 이야기 해주었다. 잠자코 듣더니 기특하게도 알았다고 참아보겠다고 한다. 참고 또 참아야 한다고 아이에게는 이야기하지만, 왜 무조건 참아야 하는지 그것은 나도 잘 알 수가 없었다.
▲ 안작가 담 안으로 들어온 푸른 보리수 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열매는 모여 있다 뒷꿈치를 들어 높이 있는 가지를 내려 보리수열매를 딴다 하나 둘 셋 달콤하기도 떫기도 시큼한 그래 모든 열매는 달지만은 않지 어느 날 보리수나무 밑에서 한참동안 먹고는 한참 혼나고 입 근처가 붉어져 집에 왔었다 빛에 반짝이는 잎 그리고 붉게 반짝이는 열매 내 눈이 부시면서 어느 여름이 시작되고 있었다
을지면옥. 입구부터 이북 풍경과 지도가 벽에 걸려져 있었다. 남루하고 창백한 벽은 북쪽 어느 식당을 떠올리기에 적합했다. 기다리며 혼자 맞은편에 앉아서 소주와 냉면을 드시는 노신사를 보았다. 소주 한 병을 비우고 조용히 냉면을 드시는 모습에서 분단이라는 이 답답한 현 상황과, 냉면을 드시며 떠올릴 그 추억들과, 이제 많이 남지 않은 그의 생이 자꾸만 떠올랐다.
수족관에 있는 물고기를 본다 오늘도 힘든 하루의 눈으로 물고기를 본다 밀려있는 일들, 맘대로 되지 않는 감정들 그 사이로 물고기를 본다 방울의 산소를 마시며 유사암초들 사이로 유영하는 물고기는 지금 그곳이 한 세상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나의 지친 눈빛을 이해하고 물 바깥에 다른 세상이 있음을 알며 사각 네모난 유리방에서 견뎌 내는 걸까 나 또한 이 세상 바깥에 분명 다른 세상이 있는 것도 모르고 그냥 살아가는 저 물고기가 아닐까 알며 사는게 좋은지 모르며 그 삶이 전부라 생각하며 사는게 좋은지 어떤게 건강에 좋은지 생각하다 돌뿌리에 걸려 자빠질뻔했다
밤에 상추를 보았다 부쩍 자란 상추를 보다 슬픈 생각이 들었다 자란만큼 내일이면 식탁 위에 놓여질텐데 그것도 모르고 힘껏 광고판 형광등불빛을 받으며 더 꼿꼿하게 빛을 내며 제 몸을 키우는데 꿈을 키우고 열심히 일했는데 언제 그랬냐는듯 해고한 어떤 풍경이 떠올랐다 상추는 밤에 보는게 아니었다
멀리 지중해가 보였다 아버지에게 꾸지람을 들은 소년은 본체만체 핸드폰을 열심히 하고 있다 뜨거운 태양 마를 것 같은 푸른잎 나의 청춘이 울컥 떠올랐다 벽은 거울 되어 눈부시게 비추고 오후의 지중해는 더욱 푸르게 짙어가는데 그냥 알수없는 후회가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