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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우리의 모든 삶과 슬픔의 본질 ‘투영’

손택수 시인, 여섯번째 시집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

노작 홍사용 묘지기 능참봉 자처
‘나는 눈물의 왕이로소이다’ 헌시

 

[용인신문] 손택수 시인의 시집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가 문학동네시인선 180번으로 출간됐다. 노작문학관 관장으로 있는 손 시인의 여섯번째 시집이다.

 

현재 손 시인은 노작 홍사용 묘를 지키는 능참봉을 자처하면서 노작을 기리는 일에 헌신하고 있다. 이번 시집에 능참봉으로서 몇 개의 시를 선보이고 있다. “…화성도 동탄 돌모루 왕릉으로 왔다 왕릉은 왕릉인데 눈물의 왕을 모신 누릉(淚陵)인지라 낯선 타지에서 눈물깨나 쏟을 것이라고 다들 고개를 흔들었으나 죽음을 마주하는 청직을 어찌 사양할 수 있을까 미관말직이긴 해도… 눈물을 봉분으로 섬기는 일에 어찌 소홀함이 있을까 오호라 종구품 음직인들 어떠랴 눈물을 고배율 렌즈처럼 닦아 하늘을 보자꾸나 경술년 중추절 앞 벌초를 하고 내려오는 잠시…”(시 ‘눈물 봉분-동탄 5’에서)

 

손 시인은 시 ‘나는 눈물의 왕이로소이다’를 쓴 눈물의 왕 홍사용에게 능참봉 시인으로서 눈물의 헌시를 바치고 있다.

 

원래 홍사용은 용인 기흥구 태생이며 현재 화성에 잠들어 있다. 화성 통탄에 소재한 노작문학관 손 관장이 노작 공원에 옥매화를 심고서 귀한 소리까지 챙기고자 마음을 쓰는 모습 또한 능참봉의 정성이 아니겠는가.

 

“…/ 옥매를 좋아하는 새라면 좋겠는데/ 기다리는 새는 쉬 오지 않는다/ 취향이 까다로운 새라면/ 듣기 힘든 귀한 소리를 공으로 들을 수도 있으련만/ 나무는 땅에만 심는 것이 아니라서/ 가지는 가지대로 낯선 공기들과 입주 인사를 나눠야 한다/ 뿌리하고 땅하고 한몸이 되려면/ 개미들이 바지런을 떨어야겠고/ … / 새 한 마리가 나무에 앉기 위해선/ 참으로 많은 궁리와 일들이 있고 난 뒤다” (시 ‘노작(露雀)공원에 옥매를 심고서-동탄 3’ 에서)

 

손 시인은 이번 시집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에서 우리 모두가 함께 할 수 없는 어떤 슬픔을 간직한 존재임을 슬프게 보여주고 있다.

 

“…어떤 슬픔은 도무지 함께할 수 없는 것이다/ 혼자서 중얼거리는 사람이 사라지자 혼자서/ 중얼거리는 사람들로 거리가 가득찼다”(시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에서)

 

손 시인은 가슴 절절한 아픈 슬픔마저 모조품 같고 고통의 느낌마저 가공된 것만 같은 우리네 삶을 가공의 쇳가루 눈물 흘리는 나사렛에게 묻고 있다. 어떤 슬픔을 함께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모든 슬픔은 함께할 수 없는 것을 손 시인은 이야기 하는 것인지 모른다.

 

“…용산에서 망루에 오른 사람들이/ 화형을 당하고 있었을 때/ 세월호 침몰을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있었을 때/ 삘딩과 삘딩 사이를 뱅글뱅글/ 그 어디에서 나는 밥벌이를 했지/… /고해성사 끝에 발을 뻗고 안식에 들던 날들/ 왜 이 고통의 느낌마저 가공된 것만 같은 것인지,/ 재주라곤 슬퍼하는 능력밖에 없건만/ 이 슬픔마저 왜 모조품 같은 것인지/ …/ 쇳가루 눈물이 흘러나오던 나사렛/ 광화문 제단 너머 천국의 문까지” (시 ‘광화문 네거리에서’ 중)

 

손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 보여주고 있는 수많은 시는 우리의 모든 삶과 슬픔의 본질에 한발짝 다가서게 한다. 어렵기만 한 추상의 시어가 아닌 형체가 잡히는 시어를 통해 깊은 사색의 길에서 낯선 이면 세계를 맞닥뜨리게 한다.

 

손 시인은 1998년 한국일보(시)와 국제신문(동시)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실천문학 대표를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 시집 ‘호랑이 발자국’, ‘목련전차’ 등이 있으며 청소년 시집 ‘나의 첫소년’과 동시집 ‘한눈 파는 아이’가 있다. 신동엽문학상, 임화문학예술상, 노작문학상, 조태일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