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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사회

무너진 교권… 선생님이 또 죽었다

용인지역 고교 교사 정년 1년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
학부모가 과실치상 ‘고소’… 교권 보호 목소리 ‘확산’

[용인신문] “교단에서 스승이 되고자 학생들을 지도했다가는 각종 민원에 시달릴 수 밖에 없어요.”

 

지난 6일 만난 용인지역 한 중학교 교사의 말이다. 그는 “18년 간 교사 생활을 하면서 학부모 등의 민원으로 경찰 조사는 물론, 감사와 인권위원회 조사까지 받았지만 모두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었다”며 “그럼에도 이에 대해 사과하는 학부모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최근 두달 간 전국에서 다섯 명의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교사들의 교권 확보가 시급하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저출산에 따른 자녀 수가 적어지면서 일부 학부모들의 과도한 교권 침해가 날로 심해지는데다, 학생인권조례까지 시행되면서 일선 학교에서의 학생 지도활동이 매우 힘들어졌다는 것이 교사들의 목소리다.

 

지난 3일 정년을 1년 앞둔 용인지역 한 고등학교 교사가 성남시 분당구에서 청계산 등산로에서 숨진채 발견되면서 용인지역 내에서도 ‘교권 확보’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과 유족 등에 따르면 숨진 A교사는 수업 중 발생한 안전사고로 인해 학부모 측으로부터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용인교육지원청도 이 같은 민원이 제기돼 A씨에 대해 감사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과 교육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A씨가 체육 수업 시간 중 자리를 비운 사이 학생 한 명이 다른 학생이 찬 공에 맞아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친 학생의 학부모는 교육청에 A씨에 대한 감사와 징계를 요청했고,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A씨를 경찰에 고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학부모가 A씨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 사과를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학부모의 고소 사건을 맡은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월 과실치상혐의로 피소됐다. 지난 6월 26일 체육수업 중 자녀가 배구 공에 맞아 다쳤다는 이유에서다.

 

고소장에는 ‘A씨가 체육수업 중 자리를 비운 사이 자신의 자녀가 갑자기 날아든 배구공에 얼굴을 맞아 다쳤다’는 취지의 내용이 들어있다. 배구공을 찬 고등학생도 함께 피소됐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피해 학생 측 조사는 마쳤다. 하지만 피고소인 2명은 아직 조사가 안된 상태다.

 

피고소인 학생은 고등학교 3학년생이라 조사를 늦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학생 측 요청에 따라 조사 시기를 늦췄고, A씨는 지난달 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고소장 사본을 받은 뒤 경찰에 “연락을 주겠다”고 한 후 숨진 채 발견됐다는 것이 경찰 측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 처리할 예정이고, 피고소인 학생은 예정대로 조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소장을 접수했던 학부모는 교육청에도 민원을 넣고 A씨에 대한 징계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용인교육청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와 8월 초 A씨에 대한 감사 계획을 세웠지만 실제로 감사에 착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A씨가 이 같은 상황으로 심리적 압박을 호소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학부모 민원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유족 진술이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수사 중”이라고 했다.

 

△ 일선 교사, 학생 훈육은 꿈도 못꿔 … 징계가 ‘유일’

교원 노조 측은 연이은 교사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복수의 용인지역 교사들에 따르면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제도는 매우 제한적이다.

수업 태도가 불량하거나,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등의 일탈 행동을 하는 학생들에 대한 훈육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교사는 “학생인권 조례가 시행된 후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의 학습 분위기를 해하는 행동과 과도한 민원 제기 등이 급격히 늘었다”며 “결국 교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학생들이 하는 것처럼 휴대폰을 꺼내 학생들의 언행을 기록해 증거를 남기고 규정대로 처벌하는 것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자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 줄 훈육이 아닌 ‘징계’로 학생들을 지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경기교사노조 측은 지난 4일 성명서를 내고 “교사의 교육활동이 보호받는 것은 당연한데 왜 지켜지지 않는지,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은 교사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용인시의 고등학교 교사의 사망원인과 진상이 밝혀질 수 있도록 경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고인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경기도교육청은 직무 관련성을 확인하여 공무상 재해 및 순직 인정을 해야 할 것이며,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발견될 경우 고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년을 1년 앞둔 용인지역 한 고등학교 교사가 지난 3일 성남시 분당구 청계산 입구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와 지난달 31일 서울 양천구 신목초 교사 등 최근 두 달 간 5명의 교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은 모두 학부모 등의 과도한 민원으로 고통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교직원노조 등 교원단체는 교권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