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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용인신문]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돌아가는 삶 ‘투영’

이금한 시집 ‘너를 닦으면 선명해지는 오늘의 날씨’

 

[용인신문] 이금한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너를 닦으면 선명해지는 오늘의 날씨’가 별꽃에서 나왔다. 이번 시집은 부조리한 인간 삶에 대한 철학적 고뇌를 담고 있어 결코 가볍지 않은 시 읽기를 요구하지만, 묵직한 시 읽기에서 얻어지는 즐거움 또한 크다.

 

철학보다 더 철학적인 이번 시집은 생과 사, 우주 자연의 섭리와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대하는 시인의 내공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말초적 쾌락과 가벼움이 만연한 현대 사회에 의미 있는 물음을 던져주며 사색의 시간으로 안내해 주는 시집이다.

 

이 시인이 내면세계로 침잠해 들어가는 접점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의 사물이거나 혹은 일상적인 현상이다. 시인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일상이 위장되어있음을 폭로하면서 광활한 철학적 사유를 던지며 돌연 자취를 감춰버린다. 사유의 끄트머리를 잡고 조심스럽게 따라들어가 시인의 깊은 사유의 변두리에 도달하면 어느새 시인은 보다 더 깊은 심해의 세계로 침잠해 들어가고 있다.

 

표제시 ‘너를 닦으면 선명해지는 오늘의 날씨’는 인간의 실체를 파고들어 본질을 확인하고자 하는 시인의 사유가 담겨있다. 시인은 ‘날씨’의 변화에 민감하다. 시인은 인간의 하루하루도 날씨만큼이나 불확실성의 연속임을 말하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날씨는 활동하기 좋은 맑은 날씨다. 우리 인생도 마찮가지다. 그러나 시인은 인생이 굴곡 없는 탄탄대로일 수만은 없으며, 어느 날 불쑥 예고 없이 찾아오는 죽음 앞에 속수무책인 점을 강조하고 싶어한다.

 

시인은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돌아가는 오늘의 날씨처럼  내 마음과는 결코 상통하지 않는 부조리한 본질을 그리고 있다.

 

“너의 모습이 희미해져/ 자꾸 안경을 벗어 닦는다// 창은 닫혀있고 마음은 겹겹이 쌓여/ 흐린 날씨가 쉬이 적응되지 않았다// …아무리 바라보아도 선명해지지 않고/ 틀에서 벗어나는 오늘의 날씨// …”(‘너를 닦으면 선명해지는 오늘의 날씨’ 부분)

 

시인은 “날씨는 불손했고, 두려움 외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며 불안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경을 벗어 닦기를 반복하면서 오늘의 날씨에 수긍하고 있다. 그러나 시인은 시 ‘팔월의 하늘’에서 ‘태풍의 끝에서 굳건하게 여물어’가는 인간의 회복력으로 위안을 주고 있다. 이 시인은 희망을 천형처럼 품고 살아야 하는 인간 존재의 부조리를 시지프스의 바위처럼 밀어올리고 있다. 2004년 ‘시사 문단’으로 등단, 시집 ‘바람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2015), ‘관덕정 일기-돌아가기 위해 떠나는 여행’(2019)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