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천의 얼굴을 가진 사나이 이병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남자배우로 대표적인 인물은 송강호를 꼽는다. 하지만 가장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 한 사람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이병헌을 꼽는다.
이병헌은 1991년 KBS 1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하여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폭넓은 연기로 자신이 맡은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병헌은 로맨틱 코미디, 액션, 사극, 스릴러를 가리지 않고 어느 배역을 맡든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그래서 이병헌 하면 딱히 떠오르는 고정 이미지가 없다. 이병헌은 다양한 이미지로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는 배우인데 출연작에 비해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상복이 별로 없는 것도 워낙 연기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영화제에서는 청룡영화상 5회, 대종상 7회, 백상예술대상 8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2회, 춘사국제영화제 4회, KBS 연기대상 6회, SBS 연기대상 7회 등 남자주연상과 대상을 휩쓸었다.
이병헌이 송강호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제영화제의 상복이 없는 것은 유럽에서 어필하는 영화에 출연할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9년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했지만 배역이 악역이고 영화가 작품성과는 거리가 먼 영화여서 월드스타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뚜렷했다. 하지만 2000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이병헌은 연기에 물이 올랐고 주어진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2005년 <달콤한 인생>에서 보여준 이병헌의 연기는 그야말로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고 2015년 <내부자들>의 연기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아도 손색이 없는 대단한 연기였다.
이병헌은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와 <남한산성/2017>에서 출연, 사극에서도 탁월한 연기를 펼쳐 전천후 연기자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이병헌은 넷플릭스에서 제작하여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오징어 게임>의 후속작 <오징어 게임-2>에 레귤러 멤버로 출연한다. 2023년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병헌은 2012년 할리우드 차이니즈 극장 앞에 손도장을 아시아 배우 최초로 남겼다. 아시아 영화인으로는 오우삼 감독이 첫 번째다. 이병헌은 1970년생으로 현재 만53세로 아직 한창때의 배우다. 이병헌이 칸영화제를 비롯한 ‘세계 3대 영화제’와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같은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연기자상을 받기를 기대해본다. <타티아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