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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4년째 투병 생활… 시인의 하루하루 ‘재활기록’

김성배 시집 ‘내일은 걷는다’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한동안 ‘의식불명’ 상태
깨어난 뒤 힘겨운 일상
한편 한편 의지 담아내

 

용인신문 | 김성배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내일은 걷는다’를 모악에서 펴냈다. 시집 제목은 시인의 현재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시인이자 생활인으로 성실하게 살아가던 시인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졌다. 한동안 의식불명 상태였다가 기적적으로 깨어난 시인은 4년째 투병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시집에는 ‘내일은 걷겠다’는 의지로 하루하루 다양한 재활을 시도했던 장면이 간결하게 묘사돼 있다. 어느 누구도 설마 시를 쓰고 있으리라고 생각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시집은 재활과정에 대한 시를 수록한 시인의 재활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생활 재활 익히기’ 연작시는 세수하기, 머리감기, 양말 신기, 걷기, 지팡이 등으로 이어지면서 몸이 불편한 것이 얼마나 일상을 힘들게 하는 지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세면대에서 수돗물을 틀고 한 손으로 양쪽 눈 주위를 씻고 오른쪽 뺨과 왼쪽 뺨 주위 씻는다 그다음 이마와 코 주변을 씻고 손등으로 턱 밑을 닦는다 몇 번을 왕복으로 반복하고 세수를 마친다 수건을 잡아서 이쪽저쪽을 고루 물기를 닦는다 양손 세수를 꿈꾸며 열심히 연습해본다 거울을 보며”(시 ‘생활 재활 익히기1-세수하기’ 전문)

 

시 ‘일상 재활운동’도 침맞기, 휠체어 타기, 자전거 타기 등 시리즈로 이어진다.

 

특히 시 ‘휠체어가 가는 길’은 “휠체어 전용 도로”가 없어 불편을 겪은 시인이 “자동차, 자전거 전용도로”는 있지만 장애인 시설이 얼마나 턱없이 부족한 지에 대해 안타까워 하며 “씽씽 나갈 수 있는 평탄한 길을 가보고 싶다 아니 두 발로 걷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내고 있기도 하다.

 

시인의 지인들은 “육신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시를 쓰기 위해 필요한 언어 감각을 회복하는 게 더욱 절실했을 것이다. 마침내 지난한 재활과정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켜서 시집 ‘내일은 걷는다’를 펴냈다”라고 하고 있다.

 

김 시인의 시 ‘책장에 글이 사라졌다’를 보면 “모르는 단어를 찾으려고 사전을 꺼내다 책장이 무너졌다 책이 도미노 현상처럼 드러누웠다 아니 쓰러졌다 차곡차곡 줄지어 선 활자가 순식간에 넘어갔다…책장은 지금 전쟁 중이다 책, 책 쓰러진다”고 하여 언어 감각을 회복하기 위한 그간의 과정을 짐작하게 하고 있다. 그의 이번 시집은 혼신의 노력으로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김 시인과 오랜 인연이 있는 남송우 평론가(고신대 석좌교수)는 해설에서 “그가 거듭나서 재기한 시 세계가 계속 이어져 나가길 기도한다”고 했다.

 

안도현 시인은 “그가 쓰러졌다는 소식은 부산이 쓰러졌다는 말로 들렸다. 내게 ‘김성배’는 ‘부산’과 뜻이 같은 말이었다”며 부산에서 문화 운동 등을 열정적으로 펼쳤던 김 시인을 안타까워하며 회복을 기원했다.

 

김 시인의 시집 ‘내일은 걷는다’는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위로를 주는 특별한 시집이다.

 

세종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한 김 시인은 2009년 시 전문지 ‘시평’ 신인상으로 등단해서 시집 ‘오늘이 달린다’, 그밖에 산문집 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