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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성폭력에 멍드는 사회

얼마 전의 일이다. 기자는 중년의 한 취재원과 저녁식사와 함께 술자리를 갖게 됐다. 이날 그 취재원은 술자리 도중 수차례에 거쳐 어딘가 전화를 했다. 상대방이 받지 않는 모양인가 싶더니 마침내 통화가 되자마자 호통부터 친다. 중학생인 딸아이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취재원은 전화 통화 후 머쓱한 표정으로 “사회가 워낙 뒤숭숭해서…”라며 딸자식을 가진 부모의 걱정을 토로했다.

학교공부와 학원 등으로 늦은 시간 귀가할 수밖에 없는 딸의 안전에 항상 노심초사한다는 것이다. 그는 “딸자식이기에 더 큰 걱정을 안고 산다”고 말했다.

최근 청소년들의 집단 성폭행 사건 등이 연이어 언론에 보도돼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언론에 비춰진 가해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죄의식이 없어 보였다. 기가 찰 노릇이다.

청소년들의 잘못된 성문화와 성매매·성매수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잘못 됐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를 바로잡기위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도통 눈에 띄지 않는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성범죄들의 한 원인이 인터넷이라고 지적한다.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무분별한 포르노 때문이라는 것. 돈을 벌기 위해 양심과 최소한의 수치심마저도 상실한 상술과 유명무실 한 보안조치가 원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는 듯하다. 얼마 전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독일의 성교육을 접했다. 성인인 기자조차도 낯 뜨거울 수준의 교육이었다.

적나라한 독일의 성교육. 그러나 독일에서는 청소년 성 범죄율이 매우 낮다고 한다. 무엇이 차이일까. 독일은 어린 시절부터 적극적인 교육으로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 준 것이고, 대한민국은 무조건 감추어야 하는 것으로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기자가 배워온 것도 그랬다. 이 같은 실상이 청소년들로 하여금 음성적으로 성을 접하게 만든 것이리라.

최근 일어난 청소년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는 처음 피해를 당한 후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2차 3차의 피해를 당했다. 성을 부끄러운 것으로 만든 사회로 인해 피해자는 또 다른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성 범죄 피해자를 대하는 사회의 분위기가 달랐다면 어땠을까.

취재원의 “딸자식이기 때문에”라는 말이 새삼 되새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