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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희생번트를 강요하는 사회

지난해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15회 아시안게임. 역대 최강팀으로 구성된 한국 야구팀은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체로 평가된 대만과의 경기에서 4대2로 패하며 꼴찌나 다름없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외국의 많은 야구 전문가들은 김재박 감독의 경기 운영에 대해 질타했다. 김 감독이 지향하는 ‘확률의 야구’에 대한 지적이자 ‘희생번트’로 대표되는 한국 야구에 대한 총체적 지적이었다.

희생번트의 남발에 대한 지적은 국내의 야구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지적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 ‘희생번트’에 대한 반감이 없다.

내가 아닌 남에게 희생만을 강요하는 풍조, 이는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대한민국의 전 근대성과 폭력성, 비인간성을 내포하고 있다.

꿈의 리그로 불리는 미국의 메이저 리그에서는 극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희생번트를 거의 않는다고 한다. 경기의 승패도 중요하지만 희생을 당하는 선수에 대한 배려다.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사회의 반영이다.

얼마 전 용인에서 열린 통합신당 경기도당 창당대회장 변경에 대한 잡음이 여전하다.

용인시 산하의 시설관리공단 측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실내체육관의 대관을 번복했기 때문. 시설관리공단은 “정치적 행사에 대해서는 대관할 수 없다”는 근거도 없는 이유로 대관을 번복했다. 누가 보더라도 정치적 압력에 대한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결정이었다.

그러나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본인의 판단에 따라 대관 번복을 결정했다”며 “이로 인한 모든 책임은 본인이 지겠다”고 말했다.

또한 통합신당 도당 창당대회 당일, 우제창 국회의원을 비롯한 당직자들은 기자에게 행사 이후 모종의 조치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다행히 행사 이후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국회의사당으로 우 의원을 찾아갔고, 우 의원은 어쩔 수 없었던 상대의 처지를 이해하며 사태를 일단락 졌다고 한다.

감독의 희생번트 지시를 어길 수 없던 처지를 이해해 준 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희생번트를 실행한 선수의 고난과 심정을 이해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얼마 전 한 스포츠 일간지의 1면을 장식한 ‘내 인생의 희생번트는 몇 번이나 될까’라는 문구를 접한 적이 있다. 기자도 그 문구를 보며 잠시나마 뒤를 돌아본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