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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이과수 폭포로부터의 탈출

지난 5월 중순부터 몇 주간 온 나라는 이른바 ‘공기업 감사들의 호화 외유성 남미 세미나’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국내언론들은 ‘이과수 폭포 밑에서 혁신 세미나 계획’이라며 선정적으로 보도했다. 나는 아는 사람들로부터 신문의 리스트에 내 이름이 빠진 데 대해 축하 아닌 축하를 받았다. 그들은 내가 한국감사협회 회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 리스트에 들어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언론보도로 인해 파문이 커졌다. 나는 항상 지니고 다니는 수첩을 꺼내 ‘그 날’을 확인해 보았다. 3월 12일이었다. 남미 세미나를 추진하고 있던 두 사람이 나를 찾아와 요청했다. 이 행사를 감사협회 주관으로 해 줄 수 없느냐는 것이었다. 행사 주관 이래봐야 세미나 참여자들의 회사에 감사협회 명의로 협조공문을 보내는 것이 전부였다.

순간적으로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제안을 거부했다. 그러자 그 중 한 사람이 말했다. “아니 감사협회에 연회비도 많이 내고 하는데, 이런 때 도와주고, 편리를 봐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나는 단호히 대답했다. “이건 원칙에 관한 문제다. 원칙이 한번 무너지면 다른 감사가 회원들을 모아와 해외 세미나 하겠다고 하면 감사협회 명의로 또 공문을 띄워주어야 할 것 아닌가.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못하겠다.”

그들은 빈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른 단체의 명의로 남미 연수에 올랐다가 사단이 벌어졌다. 당시 나는 이런 식으로 사건이 터질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지금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 진다.

만약 그때 내가 좋은 게 좋다고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더라면, 감사협회는 쑥대밭이 되었을 것이고, 나 역시 엄청난 곤경에 처해졌을 것이다. 하마터면 나는 물론 감사협회가 이과수 폭포에 빠져 익사할 뻔 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특히 언론의 공기업 내지 공공기관 감사에 대한 시선은 매우 비우호적이다. 대부분의 일간지들이 일 년에도 몇 번씩 각도를 달리해 감사들을 속말로 ‘조진다.’ 언론이 특히 문제 삼는 것은 이른바 ‘낙하산 인사’와 ‘전문성 부족’이다.

대부분의 기관에서 감사는 ‘2인자’ 아니 ‘1.5인자’로 통한다. 높은 직위와 보수에 비해 책임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그 자리에 당이나 청와대 등 정치권으로 부터의 ‘낙하산’, 혹은 대통령 선거 때 도움 받았던 사람들에 대한 ‘보은’으로 전문성 없는 사람들이 임명된다는 것이 언론의 시각이다.

나는 지난해 4월말 한국감사협회장에 취임했다. 감사협회 사상 처음으로 선거를 통해 뽑힌 회장이었다. 나는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회원들의 전문성 향상과 감사협회의 위상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해 9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아시아감사인대회가 제주도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14개국에서 500여 명이 참여했다. 나는 대회장으로서 그 대회를 치렀는데, 외국 대표들로부터 ‘역대 대회사상 가장 성공한 대회’란 평가를 받았다. 그로 인해 감사협회의 위상은 한 단계 도약했다고 믿는다. 실제로 정부부처나 민간분야에서도 감사협회를 보는 눈이 현격히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올 8월말에는 감사협회와 서울대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최고위감사인과정’이 개설된다. 앞으로 계속 될 이 과정의 신설로 이른바 공기업 감사들에 대한 세간의 전문성 시비는 끝날 것으로 나는 확신한다.

뿐만 아니라 올 11월부터 국제감사협회(IIA)가 주관하는 CIA(내부감사사) 시험이 내국어로 실시된다. 이를 계기로 국내 내부감사사의 숫자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우리나라 내부감사의 수준이 국제 기준을 지향할 것으로 기대한다.

※ 필자는 현재 용인 동백지구 백현마을 동일하이빌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