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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 나라

[글쟁이의 시사나들이]

심봉사와 심청이의 만남은 보이지 않는 사람을 사랑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눈 먼 육체도 마음의 눈을 감게 하지 못했기에 가능했다. 보이는 것은 보지 않으려 할 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보이지 않는 것도 보려고 할 때, 볼 수 있다. 마음이 어디에 있냐에 따라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엔 차이가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곳곳에서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마음조차 없는 듯하다.

‘토지 형질 변경 및 불법 건축행위 등 금지’

민들레와 잡초마저 말라비틀어진 황토에 팻말이 썰렁하다. 토끼 자지 형과 질을 변경하라는 것인지, 무슨 불법 행위를 금하라는 건지, 등을 긁지 말라는 뜻인지 한자가 아리숭하게 누워있다. 무얼 세우지 말라는 뜻 같은데, 뭘? 토끼 등을 세우지 말라는 뜻인가?

동이 동동 타게 달아오르던 동탄 지역에 불도져 소리 요란하다. 크레인이 길게 뻗은 고개가 수양버들보다 높게 올라간다. 궁궐에서 신도시 개발 공약이 발표되면서, 집 짓는 소리 요란하다. ‘아니, 벌써 신도시 건축이 시작되었나?’ 고개를 갸웃하며, 건축 현장을 둘러본다. 분명히 신도시 건설은 아파트라고 했는데, 왼 단독주택이며 주유소야? 저건 중소기업 공장 같은데? 저 땅에는 아파트가 들어서지 않는 모양이지?

“아저씨, 여긴 아파트 단지가 아닌가요?” 옆 빈터에 xx 건설 아파트 건설 현장이라고 적혀있다. “아뇨, 곧 들어설 겁니다.” “근데 왜 이런 집을 짓나요?” “내년 5월까진 쓸 수 있으니까요?” “그 후에는 어떻게 되는데요?” “다 헐리고, 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겁니다.” “몇 개월 안 돼서 다 헐릴텐데 여기다 왜 이런 좋은 건물을 지어요? 아깝지 않나요.” “낸들 알겠습니까, 주인이 져 달래는데. 우린 돈만 벌면 되잖아요.” 허허 참. 고개를 돌려, 골프연습장 현장과 공장 터를 바라본다. 저렇게 멋진 화강석을 쓰고, 잔디를 다 깔고, 몇 층짜리 시멘트 건물 짓자면, 수억 씩 들어갈텐데. “돈 들여 졌는데, 다 헐리면 완전히 손해잖아요!” “모르시는 말씀. 다 돈 되는 방법이 있죠!” “어떻게 하면 되는지, 비법 좀 가르쳐주죠?” “맨 입으로 됩니까?” 나는 막걸리 한통을 사들고 다시 찾아간다. 막걸리 묻은 그의 입에서 우스꽝스런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런 건축은 내년 5월 보상비 받으려고 임시로 짓는 겁니다.” “어떻게 보상해주는데요?” “건축비는 그대로 나오고, 토지 값은 몇 배로 뛰겠죠?” “아니, 건물이 없으면, 땅값이 안 나가는가요?” “임야나 논밭으로 보상 받으면 돈이 적은데, 건물이 있으면 대지로 인정해서 보상비가 많죠. 5배 정도 나온답니다.‘ ”아니, 담당 관할청에서는 그런 내용도 모르고 돈을 준답니까?“ ”모를 리가 있겠어요? 다 알고서 끼리끼리 해먹겠죠. 누이 좋고 매부 좋고지.“ 그는 바보를 비웃듯이 말한다. ”법적으로 보상비를 안주면 되잖아요?“ ”그게 우습죠. 법적으로 신도시 정부 발표 이전에 건축허가 받고 착공신고를 하면 괜찮은가봐요.“ ”그럼 그런 정보를 미리 알고 땅 사서 신고만 하면 그냥 몇 배의 돈을 번다는 얘기군요.“ ”그렇죠. 그게 ! 한국의 부동산 투기법 아닙니까!“ 내부거래자만 있으면, 앉아서 돈 버는 놈들이 많구먼. ”그래도, 저렇게 좋은 새 건물을 금장 헐면, 국가적 낭비잖아요. 몇 십억이 그냥 날아가잖아요.“ ”저런 짓거리 하는 놈들이 경제적 비효율성을 생각하겠어요. 자기 배만 부르면 되지.“ ”저런 짓을 하니까, 아파트 값이 자꾸 치솟지. 몇 놈들 배불릴려고, 국민들은 비싼 땅값과 아파트를 사는구만.“ ”그런 꼴이죠.“ ”담당 관리들은 저런 꼴을 못 보나요?“ ”매일 와서 보는데요 뭐.“ ”그런데도 막지 못한다 말이죠?“ ”어디 보는 게 보는 건가요. 또 알아도 법적으로 잘못되어 있다고 하면, 어쩔 도리가 없잖아요.“ 거참 괴상한 나라야. 보고서도 못 보았다고 하니. 우린 모두 오리발 공화국의 국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