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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산책/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박청자 /(사)경기한국수필가협회 회장

친구가 여름이 다 가기 전 부부동반 중국 여행을 같이 가자고 한다.

우리는 중국은 커녕 국내여행 계획도 없다고 했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종일 집안일 하다보면 해놓은 표도 없이 바쁘기만 하다고 했더니 죽은 셈 치고 가자고해서 웃었다.
오늘도 봉사 모임이 있어 시원한 은행에서 모인다고 하기에 부지런히 갔다.

고정 회비지만 여러 번 못 나갔기에 하얀 지폐로 밀린 금액을 냈다.

몇 분만 와있는데 낄낄거리고 웃고 떠들기에, 남의 사무실에서 왜 그러느냐고? 무엇이 그리 재미있어? 물었더니, 그냥, 하면서 이따가 이야기 할게 하고 말하기에 덩달아 웃었다.

우리 사무실로 와서 왜 아까는 그렇게 재미있었어? 했더니 한 친구 이야기인즉 이젠 나이가 들어 그런지 자기 자신을 탓하면서 허무함을 느낀 다고 한다. 자식들은 기를 때 뿐이지 다 커서 어른이 되어 가정을 이루니까 소용이 없더라고….

그렇지 뭐? 그런 것을 이제 알았어? 왜 그러는데? 하면서 자식한테 너무 연연하지 말자고 이야기들을 했다.

우리네 연령으로 손주들이 4명이상 10명까지도 둔 친구들이 있다. 자식을 많이 둔 친구는 손주 숫자도 많은 것이다.

아이들이 많다보니 손주 생일을 잊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아이들이 골이 나서 삐진다고 한다. 누구 때는 뭐해주고 나는 왜 안 해주냐고 하는 것이다.

그래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이 할머니들의 마음이다.

자식들과 외식을 하려고 해도 서로 바쁘고 직장이나 혹은 사업 때문에 서로 입을 맞추지 않으면 어렵고 약속을 했어도 무슨 일이 공교롭게 생기면 어쩔 수 없이 무산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 친구가 아들에게 크게 기대를 하고 같이 사는데 그게 자유롭지 못하더라는 이야기다. 아들 며느리는 늘상 회식도 저희들끼리만 애들까지도 데리고 나가서하고 부모는 뒷전 이란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합치치 말걸 그랬다고 후회 하면서 서운해 했다.

그럴 수도 있지 어떻게 일일이 부모를 뫼시고 나가느냐고 위로하면서 젊은이들은 그들 나름대로 볼일이 많겠지, 마음 비우라고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였다. 따로 살고, 같이 사는 것 자체가 장단점이 있다고 하면서 저희들은 자식 맡기니 마음 편하고 부모들은 자식들 의지하고 있으니 편하지 않느냐고…. 우리들이 지금은 건강하지만 덜컥 병이라도 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궁상맞은 이야기들로 늙어 감을 한탄하면서 자기네들도 다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서로 위로를 하고 있었다.

나에게 친구가 보낸 글 이야기를 했다.
아들은 결혼을 시키면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와 같은 존재이고, 며느리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이고 잘난 아들은 국가의 아들, 돈 잘 버는 아들은 장모의 아들, 빚진 아들은 내 아들 이라 한다고….

그리고 아들은 돈이 있어도 지갑을 잘 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돈을 잘 번다고 해도 얼마를 버는지 대부분 이야기를 하지 않는 단다.

누가 말도 잘 지어냈다고 하면서 웃었다.
그렇기에 언제나 생이 끝날 그날까지 가지고 있는 것은 모두 움켜쥐고 살아야 한다고 모두 공감을 했다.

그래도 여러분들 건강하고 힘이 있어 봉사도하고 회의 참석하여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다행이고 축복 받은 인생 이라고 하면서 어떻게든지 식사 잘 하고 건강 유지하면서 잘살아 보자고 다짐들을 하고 있었다.

그저 자식에게나 누구에게 받을 생각 하지 말고 있는 것 베풀면서 좋은 취미도 살리고 서운하고 슬픈 생각은 이제 끝, 하자고 하면서도 늙어 가니까 모든 것이 서러운 것을 어찌 막을 수 있으랴!

모두 세월이 이렇게 빨리 간다는 것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