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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불 끄는 훈련보단, 불 안 나게 하는 관리가 먼저

지난달 28일 3시 20분경 한통의 제보 전화를 받았다. 처인구 역북동에 위치한 채제공 선생의 묘 부근에서 산불이 발생했다는 다급한 전화였다.

급한 마음에 달려 가보니 이미 소방차 몇 대가 현장에 도착해 있고 채제공 선생 묘 바로 옆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다행히 소방관들이 일찍 도착한데다 큰 불이 아니어서 금방 진화가 됐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저 멀리에서 날아오던 소방헬기가 주위를 맴돌다 돌아가고 산을 내려오는 길에 계단을 보니 여러 개의 라이터가 눈에 띄었다. 급한 마음에 묘소 주변을 보지 못해 다시 한 번 묘지를 둘러보니 아이들이 놀고 간 흔적들이 여기 저기 보였다.

묘역 근처에 쌓여있는 쓰레기들을 보니 하루 이틀 전의 것이 아니었다. 아무도 돌보는 사람이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 이러다가는 용인의 문화재도 숭례문처럼 불타 없어 버리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소방관의 말로는 아이들의 불장난으로 불이 났다고 하는데 얼마 전 화재로 무너져버린 숭례문이 생각났다. 또 하나의 문화재를 잃어버릴 뻔 했던 것이다.

동네 주민들의 애기를 들어보니 조선 후기의 문신인 채제공(1720∼1799) 선생의 묘역과 뇌문비가 있는 곳은 이미 동네 어린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고 한다.

관리인이 상주하면서 지킬 여력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묘역 부근에 버려져있는 쓰레기들은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숭례문 사태 이후로 용인시에도 문화재 화재진화 훈련을 펼친바 있다. 화재가 발생하고 진화하는 훈련도 중요하지만 화재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관리가 더 중요하다.

용인의 문화재들이 숭례문처럼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어버리지 않도록 시 관계자들도 철저히 관리하고 시민들도 문화재를 아낄 줄 아는 역사가 살아있는 용인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