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이상 없나요?”, “손가락, 발가락 다 있나요?” 기나긴 산고를 겪고 젓 먹던 힘까지 쏟아 부어 녹초가 된 산모가 힘겹게 먼저 물어보는 말입니다. 저자도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 옆에서 아내의 손을 잡고 있다가 - 동료의사가 아이를 받아주었고 저는 남편 역할에 충실하려 했습니다. - 간호사가 조용히 아기의 손바닥을 보여주었을 때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한 쪽 손바닥에 일자손금(Semian crease)이 보였는데 정상에서도 보이지만 일부 다운증후군에서 보일 수 있어 순간적으로 걱정이 되어 아기를 살피고 연구실로 와서 자료를 찾아보고 선배 소아과 교수님께 문의해 보면서 아내 몰래 마음을 졸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임신인줄 모르고 약을 먹었는데 괜찮을까요?” 감기약, 살 빼는 약, 소화제, 술, 담배, 엑스레이 촬영 등등 임신인줄 모르고 복용했거나 노출되어 이에 대한 태아영향이나 기형 여부에 대해 상담하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태아기형이나 태아이상의 원인으로는 감염, 약물 및 방사선, 산모 질환 등이 있지만 10-20% 정도는 염색체 이상이나 단일 유전자 이상이고 60-70%는 여러 요인이 관여하는 유전적 이상(다인성, multifactorial)으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생각보다 약물에 의한 기형은 비중이 아주 작고 그 영향이 미미한 경우가 많은데 상담에도 불구하고 기형에 대한 불안으로 간혹 임신을 포기하는 분들을 봅니다.

“주변에 다들 건강한데 우리 아가도 이상없겠지요?” 통계에 의하면 신생아 중에 2-3%는 선천적 기형이나 이상을 보이고 5세 때까지 또 다른 3%정도가 이상이 있다고 진단되며 18세 때는 기능적으로나 발달상의 이상을 보이는 비율이 8-10%라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주변에 건강한 아기만 보았다면 이 수치는 생각보다 많다고 여겨지겠지요. 물론 기형이나 질환의 종류, 경중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당히 많은 질환이나 이상이 유전적 요인과 관련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선생님, 우리 아기 건강한가요?” 초음파나 산전검사를 하면서 산모나 보호자의 관심은 태아의 건강입니다. 누구나 건강한 아기, 기형이나 이상이 없는 아기를 원합니다. 산모나 의료진 모두 태아의 기형이나 이상에 대해 산전검사로 백퍼센트 미리 알아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아직 현대 의학은 이 바람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초음파로 외형적인 이상여부를 파악하고 양수 검사나 여러 혈액 수치로 염색체 이상이나 유전질환에 대해 확인할 수 있지만 작은 태아 기형이나 태아 결손, 기능적ㆍ정신적 이상 등 상당부분 완전히 진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이상이 있는 아기라도 낳아서 기르렵니다.” 트리플 검사(임신 4개월때 하는 피검사로 다운증후군이나 신경관 결손에 대한 가능성을 평가하는 검진법으로 확진 검사는 아님)에서 다운증후군 위험성이 있다고 나온 산모가 양수검사(확진검사) 여부에 대해 상담할 때 했던 말입니다. ‘하루’라는 무뇌아 태아 임신과 관련된 영화 내용도 있지만 태아의 생존이 힘들고 치명적인 경우에는 임신을 중단하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혹 몇 몇 특수한 질환에서는 태아수혈, 태아약물요법을 시행할 수 있고 태아수술까지 시도하기도 합니다만 현대 의학에서 임신 중에 태내 치료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대부분은 임신 중에 치료법이 없고 그러한 기형이나 이상이 치명적이지 않은 경우에 임신을 유지할지 종결할지 판단은 쉽지 않습니다.

“아기는 큰 이상이 없고 건강합니다.” 엄마의 따스한 자궁 내에서 꿈틀꿈틀 움직이는 아기를 사랑스럽게 보고 있는 산모의 행복한 미소를 보면서 오늘도 아기의 눈, 코, 입, 손가락, 발가락을 세고 있습니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출산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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