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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가족과 의사 그리고 생명에 대한 마인드

박종범/동백예치과 공동대표원장

2주전 아버지께서 목 디스크라는 진단을 받고 대학병원에 입원하셨고,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목 디스크는 수술을 잘 안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저로서는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수술 전날 입원하신 대학병원에 가서 수술동의서를 쓰기 위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목 디스크 수술에 대해 아는 게 없던 저로서는 설명을 하는 대학병원 수련의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대학병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피로에 지쳐있던 그 수련의는 수술동의서 작성을 위해 설명을 하는 중에도 많은 전화를 받으며, 바쁜 업무에 시달렸습니다.

5번, 6번, 7번 경추 사이에 있는 디스크가 신경을 누르고 있어 디스크를 제거한 후 엉덩이뼈에서 뼈를 채취하여 세 개의 경추를 묶는다는 설명을 들었고 수술동의서에 서명을 했습니다. 그동안 그 수련의는 다른 환자를 돌보러 병실로 갔습니다.

그런데, 수술동의서 뒤에는 몇 장의 서류가 더 있었습니다. 수술시 쓰일 수 있는 비 보험 재료의 사용과 통증을 없애는 비 보험 진통제의 투여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어떤 재료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전혀 설명을 듣지 않은 저는, 수련의가 다시 돌아올 때 까지 무작정 기다리다가 앉아있던 간호사에게 물었습니다. 역시 바쁜 듯 업무를 보던 간호사는 그냥 서명하시면 된다는 말을 하고 자기 업무를 보았습니다.

그동안 환자진료 시, 치료하는 시간보다는 상담하고 설명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을 했던 저도 다시 한 번 환자의 입장에서 치과의사로서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치과의사들은 작은 부위를 들여다보며 치료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다른 의사들에 비해 소심한 면이 많이 있습니다.
한번 세워진 치료계획이 변경되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도 난 듯이 마음을 졸이기도 합니다.

혹시 처음 치료계획과 함께 설명되어진 진료비보다 추가되는 사항이 생길 경우, 진료비에 대해서는 차마 말을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료비의 변경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환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에는 충분한 설명을 하여 상황을 이해시키고 변경된 치료를 진행하게 됩니다.

여기에 익숙해있는 저는 대학병원의 무성의한 설명과 일방적인 서명요구에 많이 당황하였습니다. 무성의한 서명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아버지는 수술을 하셨고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수술은 성공했지만 동의서 작성 시 들었던 설명과는 달리 세 개의 경추 사이에 인공디스크를 넣었다고 합니다. 사용된 인공디스크가 설명되지 않은 서류에 적혀져 있어야 될 비 보험 재료였던가 봅니다.

그리고 비 보험 진통제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수술 후 큰 통증을 느끼지는 않으셨습니다. 수술이 잘 끝나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환자와 가족들 대부분은 그것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형식적이면서 무성의한 대학병원 측의 태도와 제도에 순응하는 것 같습니다.

생명을 담보로 하여 일방적이면서도 지극히 상업적인 자세를 보이는 병원들의 이와 같은 태도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학병원과 같이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찾게 되는 3차 의료기관에서는 환자와 보호자를 더 많이 배려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번 아버지의 수술을 계기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모두가 만족하는 의료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적절한 보험수가를 책정하는 국가의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고, 내가 환자가 되어 병원을 찾은 것처럼 생각하며 환자를 정성껏 대하고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의 태도가 필요하며, 그와 더불어, 제공받은 만큼의 의료서비스에 대해 합당한 대가를 치를 수 있는 환자고객의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처음 치과의사가 될 때와 치과를 처음 개원할 때 그랬던 것처럼, 내 가족을 치료하는 마음으로 환자를 치료하고, 내가 환자가 된 것처럼 환자와 보호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리라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