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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이상일 국회의원 (새누리당 용인을 당협위원장)

고양원더스의 도전, 여기서 멈춰서는 안된다

   
▲이상일 국회의원
2011년에 창립된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가 해체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야구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그리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으로서 안타까움과 함께 크나큰 상실감을 느낍니다.

프로야구 구단의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 받지 못했거나 구단에서 방출된 선수들이 부활과 재기의 꿈을 키운 곳이 고양 원더스였습니다. ‘열정에게 기회를’이란 고양 원더스의 슬로건은 이들 선수들의 용기를 북돋웠고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김성근 감독의 뛰어난 리더십과 선수들의 열정과 노력이 한데 어우러져 고양 원더스는 감동적 장면을 수없이 연출했습니다. 팀은 갈수록 훌륭한 성적을 거뒀고, 그 결과 2013년 이희성 선수(LG)를 시작으로 22명의 선수들이 프로구단에서 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경쟁에서 한번 탈락하면 재기하기 어려운 프로 스포츠계에서 고양 원더스는 패자부활의 상징적 존재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2012년 9월 고양 원더스 구장을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한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강한 의지가 좌절과 어려움을 겪는 많은 국민에게 큰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다”고 응원하면서 한 번의 실패가 영원한 좌절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적 측면에서 많은 고민을 하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고양 원더스와 같은 독립구단은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처음 탄생했습니다. 독립구단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메이저리그 팀과 연계되어 있는 마이너리그 팀과는 달리 독자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마이너리그에도 들어가지 못했지만 ‘빅리그’의 꿈을 잃지 않은 젊은 선수들과 빅리그에서 뛰다가 부상 등의 이유로 방출된 선수들이 재기를 꿈꾸며 가는 곳이 독립구단입니다. 현재 미국에는 8개의 독립리그에서 64개 팀의 수 백 명의 선수들이 열심히 기량을 갈고 닦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선 고양 원더스가 유일한 독립구단이었습니다. 팀이 하나 밖에 없으므로 리그를 구성하지 못했습니다. 프로야구 2군 리그인 퓨쳐스리그 팀과의 번외 경기가 고양 원더스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기회였습니다. 고양 원더스는 통산 90승25무61패(승률 0.596)의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공식기록으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번외경기를 하기 때문입니다.

번외경기마저도 매년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경기 횟수를 논의한 다음 치러야 했습니다. 고양 원더스는 정식으로 퓨쳐스 리그에 편입되길 원했습니다. 그래야 경기를 안정적으로 치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KBO 측은 “퓨처스 리그는 회원사(프로야구 10개 팀)만 참여할 수 있다”는 야구 규약을 앞세워 고양 원더스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해마다 30억 원 이상의 사비를 투자하면서 3년 간 구단을 운영해 고양 원더스의 구단주는 미래가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 구단을 운영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고양 원더스 창단 때만 해도 “무명 선수들에게 패자부활의 기회를 줄 뿐 아니라 일자리도 제공하는 만큼 잘 하는 일”이라며 박수를 보냈던 야구계와 사회의 무관심도 구단 해체의 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양 원더스의 좌절은 어쩌면 우리 사회의 좌절일지도 모릅니다. 실패한 이들이 꿈과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당당하게 재도전하면 얼마든지 뜻을 이룰 수 있다는 하나의 모델이 사라지게 됐으니 그게 우리 사회의 좌절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야구규약만 들여다본 결과 너무 편협한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성찰해 보기 바랍니다. 고양 원더스 구단의 해체가 야구계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장을 보다 큰 눈으로, 보다 열린 마음으로 생각해 봐야 할 겁니다.

사회에서 실패한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고양 원더스와 소속된 선수들이 야구에 대한 꿈, 재기에 대한 희망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나 KBO가 좋은 해법을 마련해 주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