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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TTLE HOUSE 작은집 이야기

이미상의 영어동화

THE LITTLE HOUSE 작은집 이야기
BY VIRGINIA LEE BURTON

   

   
   
   
   
   

그녀는 시골 야트막한 언덕 위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곳은 봄이면 사과꽃 향기가 바람에 날리고 여름엔 데이지 꽃이 만발했습니다. 그녀는 매일 아침 해가 뜨고, 또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보았습니다. 밤이면 작은 달이 부풀어 보름달이 되는 광경을 지켜보았습니다. 달이 없는 밤에는 별을 바라보았습니다.

봄이면 남쪽에서 로빈(robin)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뜨거운 여름 태양아래 빨갛게 사과가 익어갔습니다. 가을날 첫서리가 내리고, 겨울은 눈이 덮여 온 세상이 하얗고 밤이 길었습니다. 짧은 겨울 한낮에 얼음을 지치며 놀던 아이들은 자라서 도시로 떠나갔습니다. 그녀는 그 도시가 궁금했습니다.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태어난 Virginia Lee Burton(1909~ 1968) 의 어머니는 시인이었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던 것일까요. 책속의 문장들은 시적이며 아름답습니다. ‘She’라고 의인화한 작은 집 『THE LITTLE HOUSE』 이야기는 마치 한 여자의 일생을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집’ 이야기이지만 지금 현재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소박하게 살던 ‘작은 집’은 어느 날 놀라운 일을 목격합니다. 말없이(horseless)도 움직이는 차들이 들어오더니, 김(steam)이 나는 삽차가 땅을 파헤쳐놓고, 트럭들은 쉼 없이 돌멩이들을 쏟아 부었습니다. 길이 넓어지고 굴뚝에서 연기가 솟는 공장들이 작은 집 주변을 점령해갔습니다. 시골마을은 점점 도시화 되었습니다.

도시의 불빛이 환해질수록 밤하늘의 별빛들은 사라졌습니다. 길은 더 넓어지고 차들이 더 많아질수록 들판과 언덕은 죽어갔습니다. 도시에서의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똑같았습니다.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바빠졌습니다. 아파트가 세워지고 상점들이 늘어나고 지상은 주차장이 되어갔습니다. 결국 지상도 모자라 고가도로가 세워지더니 땅 속까지 굴을 파고 전철이 지나다녔습니다. 건물들이 점점 더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무언가에 쫓기듯이 움직였습니다. 도시가 가속화될수록 사람들도 가속화된 것입니다. 작은 집은 황폐해졌습니다. 작은집에는 더 이상 아무도 살지 않았습니다. 작은 집은 꽃향기 날리던 옛 시골 언덕이 그리웠습니다.

우리는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라는 대가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발전의 신화는 모든 것을 희생해도 좋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문명의 편리함을 얻은 대신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소외되어갔습니다. 인간이 기술을 소유하면서 오히려 기술이 인간을 소유하고 인간들은 소모품으로 전락했습니다.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위대한 문명의 근원에는 야만이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이 동화책은 1942년에 출간되었습니다. 1952년엔 Disney에서 영화로도 제작했습니다. 출판을 거듭할 때마다 수정작업을 했다는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충분히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버지니아 리 버튼 (V• Lee Burton)의 여러 동화들은 쉽게 이야기하는 ‘현대성 비판’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구호같이 외치는 비판이 아닌, 서정적인 노래처럼 이야기합니다. 그 후 70년이 지났습니다.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우리의 삶은 더 냉혹하고 잔인해졌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이 속도를 늦추지 않고 점점 더 앞서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습니다. 지금의 도시문명을 진정 우리가 원한 것인지 자문해 봅니다. 작은 집은 도시가 궁금했지만 도시를 원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열아홉에 처음 상경했던 때가 기억납니다. 홀로 객지생활을 하며 힘들었던 것은 하늘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고향에서는 낮이고 밤이고 눈만 뜨면 올려다보던 하늘이었는데 말이죠. 도시 생활은 별도 달도 볼 수 없어 숨이 더 막혔습니다. 고단한 한 시절이가고 요즘은 공원을 산책하며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하늘을 보며 먼 타지에 나가 있는 딸아이 생각도 합니다. 우리는 모두 ‘The Little House’입니다.

<작은 집>은 철거되지 않고, 그 손녀의 손녀의 손녀(great -great- granddaughter)에 의해 다시 시골로 돌아갔습니다. 튼튼히 지어진 집이라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작은 집은 상품이 아니어서 사고 팔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작은 집은 새 단장을 하고 오래전 살던 곳과 꼭 닮은 시골 언덕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다시 예전처럼 행복했습니다. 그녀는 더이상 도시가 궁금하지 않을 것입니다. 거기에 살고 싶지도 않을 것입니다. (Never again would she be curious about the city...Never again would she want to live there...)


어떤 문명도 저 아침 햇살을 따라잡을 수 없다
다 그 뒤에서 몸부림치는 남루들이다
새로워지려고 앞서가려고
하지만, 그것은 곤한 일이다 문명의 꿈이
아무리 밝다 해도 낙엽하나보다 나을 순 없다
십년 백년이 다가와도 -고형렬 시 < 술 깨는 서울역 아침> 중에서-



●작가의 다른 책
1 Choo Choo
2 Mike Mulligan and His Steam Shovel
3 Katy and the Big Snow
4 Maybelle the cable car
5 Life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