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 김륭 오늘은 사랑에 빠졌다는 당신의 달콤한 계단이 되어보기로 한다. 사랑이 밥 먹여 주냐, 욕 대신 꽃을 퍼붓는 배고픈 짐승들의 가래침은 튜브에 담아 무릎 다친 골목의 연고로 사용하기로 한다. 물간 고등어 한 마리, 달을 뒤집는 저녁 킁킁 비린내를 칫솔로 사용하는 도둑고양이 발톱 하나 숨겨 치약을 쥐약으로 발음할 수 있는 바닥까지, 사랑은 버리고 빠졌다는 말만 남겨 당신의 뿌리까지 키스를 내려 보내기로 한다. 입 안 가득 퐁퐁을 떨어뜨린 상큼하고 개운한 얼굴들아 안녕 여기는 내가 아니면 아무도 떠오르지 않는 당신의 숨 막히는 내부, 이미 부패가 시작된 목숨의 복숭아뼈를 껑충 뛰어오른 입술로부터 푹푹 발이 빠지는 분화구 반짝, 창문이라도 달아낼 듯 치통은 걸어 다니고 머리칼은 자꾸 넘어지는데 까칠해진 턱수염 밑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에 불이나 댕기는 당신의 아랫도리를 어디 한번 꾸-욱 눌러 짜보기로 한다. 하루에 두세 번, 언론을 통해 그는 늘 우리의 손목을 슬그머니 잡는다. 처음엔 부드럽게 만지고 살짝살짝 누르다가 적당히 빼먹었다 싶으면 앞뒤 가릴 것 없이 사정없이 눌러대고 짜낸다. 어디 그뿐인가. 쥐어 짜내는 것도 부족해 아예 배를 갈라 구석구석 긁어
참나무 이윤택 참나무 한 그루 서 있다 그래 내가 물었다 참나무야, 너는 어떻게 늙어 가니? 가능한 시선을 멀리 두고 살지 그러면 아직 나를 중심으로 별들은 순행하고 하루쯤 늦은 신문이라도 받아 볼 수 있겠지 좀 외진 곳에 살더라도 그늘을 넓게 확보하는 게 좋아 지금 세상은 빛을 너무 받아 지랄발광하지 깊게 패이고 썩은 몸에서 맛나는 버섯이 자라고 딱정벌레 같은 가족은 내 몸에서 흐르는 진땀을 먹고 산다네 그러나 나는 시간을 담는 그릇 언젠가 허옇게 마른버짐 피우며 부러지겠지 그때는 군불 때는 땔감 그때가 사실 내 삶의 절정이지 활 타오르는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면 탁, 틱, 툭 짧은 외마디 비명 그대로 숯이 되겠지 숯에 스며든 격문 같은 시 전사 같은 삶 그대로 천년쯤 시간을 견디며 사람을 기다리고 있겠지 어릴 적 나무와 이야기 나누는 사람을 본 적 있다. 그 땐 내가 생명을 모르던 시절, 대화는 사람끼리만 하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그 사람 미친 줄로만 여겼다. 나는 물푸레나무와 서어나무, 자작나무를 좋아한다. 안녕, 가끔 산행 중 나무에게 말을 건네곤 한다. 말없이 들어주기만 하는 나무의 얼굴에서 염화시중을 느낄 때도 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무보
봄의 강가 유종인 언젯적 곡두라는 말 새로 들으니 귀신이란 말 군동내가 나 샛강 가 바위 밑에 숨어 살라 했지, 이즈음 영구치가 치받아 가만히 유치(幼齒)가 흔들리는 딸애가 둘, 그 두 딸에 눈독이 지긋한 아내가 하나, 한나절 춘란(春蘭)의 고백 같은 꽃대의 가만한 졸음 곁에 슬픔의 데릴사위 같은 내가 서넛, 봄이 거위영장처럼 다니러 오는 강가에 서면 혁명이나 팔자거나 숙명이나 간에 모두 눈이 흐려오는 앞 강물을 뒷강물이 지긋이 밀어내듯이 맹목(盲目)도 사랑의 쪽매이었지 그걸 깨우칠 듯 봄이 와선 귀류(鬼柳)라 불리던 저 수양버들 치렁한 가지에 슬쩍살짝 뺨을 맞고 선 뇟보 같은 나도 있다니 그러면, 딴청 피우듯 딴청을 따돌리고 다시 흘러오는 물살의 눈매와 늙으나 고운 사랑의 아득한 눈매도 뺨에 스치는 버들잎처럼 갈마들어 오겠지 유종인은 천상 시인이라고. 그가 시를 쓰지 않았으면 슬픔의 데릴사위가 되었거나 눈독이 지긋한시인의 남편으로나 살았겠지. 그의 눈망울을 보면 참으로 순한 소를 보는 듯해서, 웬만큼 눈치가 없는 사람도 그의 전생쯤은 단박에 알아맞힐 수가 있다니까. 봄 강가에 서면 갑자기 하릴없어 지는 걸 나도 알아. 시가 물 위로 떠오르고, 굳이
내 친구 야간 대리운전사 최명란 늦은 밤 야간 대리운전사 내 친구가 손님 전화 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은 꼭 솟대에 앉은 새 같다 날아가고 싶은데 날지 못하고 담배를 피우며 서성대다가 휴대폰이 울리면 푸드덕 날개를 펼치고 솟대를 떠나 밤의 거리로 재빨리 사라진다 그러나 다음날이면 또 언제 날아와 앉았는지 솟대 위에 앉아 물끄러미 나를 쳐다본다 그의 날개는 많이 꺾여 있다 솟대의 긴 장대를 꽉 움켜쥐고 있던 두 다리도 이미 힘을 잃었다 새벽 3시에 손님을 데려다주고 택시비가 아까워 하염없이 걷다 보면 영동대교 그대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참은 적도 있다고 담배에 불을 붙인다 어제는 밤늦게까지 문을 닫지 않은 정육점 앞을 지나다가 마치 자기가 붉은 형광등 불빛에 알몸이 드러난 고깃덩어리 같았다고 새벽거리를 헤매며 쓰레기봉투를 찢는 밤고양이 같았다고 남의 운전대를 잡고 물 위를 달리는 소금쟁이 같았다고 길게 연기를 내뿜는다 아니야, 넌 우리 마을에 있던 솟대의 새야 나는 속으로 소리쳤다 솟대 끝에 앉은 우리 마을의 나무새는 언제나 노을이 지면 마을을 한 바퀴 휘돌고 장대 끝에 앉아 물소리를 내고 바람소리를 내었다 친구여, 이제는 한강을 유유히 가로지르는 물오리의
이런 이유 김선우 그 걸인을 위해 몇 장의 지폐를 남긴 것은 내가 특별히 착해서가 아닙니다 하필 빵집 앞에서 따뜻한 빵을 옆구리에 끼고 나오던 그 순간 건물 주인에게 쫓겨나 3미터쯤 떨어진 담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그를 내 눈이 보았기 때문 어느 생엔가 하필 빵집 앞에서 쫓겨나며 드넓은 얼음장에 박힌 피 한 방울처럼 나도 그렇게 말할 수 없이 적막했던 것만 같고- 이 돈을 그에게 전해주길 바랍니다 내가 특별히 착해서가 아니라 과거를 잘 기억하기 때문 그러니 이 돈은 그에게 남기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의 나에게 어쩌면 미래의 당신에게 얼마 안 되는 이 돈을 잘 전해주시길 전쟁터에서, 강변 공사장에서, 연탄 화덕 옆에서 돈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간다. 각박한 세상, 참 잔인한 인간의 시절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구의 나이를 1년으로 환산했을 때, 인간이 나타난 시기를 굳이 계산해보면, 12월 31일 오후 8시 50분쯤이 된다. 물론, 두 발로 걷기 시작한 것은 훨씬 뒤였을 것이다. 12월 31일 늦은 저녁 홀연히 나타난 작은 종(種)이 기를 쓰고 살아남더니만, 결국 11시 59분쯤에 나타난 돈이란 것의 노예가 되어버린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인간에
본동일기 넷 본동에 내리는 비 윤중호 성님, 모든 게 젖습니다. 아침마다 국립묘지를 다녀오시는, 옆집 할아버지의 보건체조가 젖고, 또 하루를 공친, 지하철 공사장 아저씨들의 담배 연기가 선술집에서 젖고, 보증금을 20만 원씩이나 넣은 내 삭월세 방 앞에 심어논 호박잎이 젖고, 그 뒤로 아무렇게나 버려진 공터의 풀잎이 젖고, 옆방 아저씨의 청승맞은 유행가도 따라 젖고, 젖다가는 한강물도 제법 뽀얀 물보라를 튀기면서 젖어갑니다. 성님, TV에서는 한강 수위가 어쩌구 말이 많지만, 제일한강교 위로 대낮에도 불을 켜고 씽씽 달리는 차를 보며 산동네 사람들은, 애기를 들쳐 업고 꾸적꾸적 물귀경갑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습니다. 무섭게 불어오르는 물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야 없지만 깜깜하도록 퍼붓는 장마비도 지랄맞고 눅눅한 산동네의 답답한 마음들은 적시지 못하는 모양이지요? 방사능비가 내린다. 겨우 피기 시작한 목련꽃 벌어진 입 속으로, 참새처럼 재잘거리며 등교하는 딸아이의 머리 위로 방사능비가 내린다. 암을 일으키느니 인체에 해가 있느니 없느니 따지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누군가는 이 사실을 자꾸 숨기려고 한다는 사실 때문에 자꾸 불편해진다.
봄 최승자 동의하지 않아도 봄은 온다. 삼십 삼 세 미혼 고독녀의 봄 실업자의 봄 납세 의무자의 봄. 봄에는 산천초목이 되살아나고 쓰레기들도 싱싱하게 자라나고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이 내 입안에서 오물이 자꾸 커 간다. 믿을 수 없이, 기척처럼, 벌써 터널만큼 늘어난 내 목구멍 속으로 쉴 새 없이 덤프트럭이 들어와 플라스틱과 고철과 때와 땀과 똥을 쿵 하고 부려놓고 가고 내 주여 네 때가 가까왔나이다 이 말도 나는 발음하지 못하고 다만 오물로 가득 찬 내 아가리만 찢어질 듯 터져 내릴 듯 허공에 동동 떠 있다. 삼십 삼 세 미혼 고독녀에게만 봄이 오나? 사십 오 세 기혼남에게도, 삼십 구 세 이혼녀에게도 봄은 온다. 동의도 구하지도 않고, 돈 받으러 찾아오는 세리(稅吏)들처럼. 죽음은 왜 동의도 받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개인의 삶을 제 멋대로 종결짓는가.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처럼, 우리는 우리의 삶에 대한 연장 동의안을 통과시킬 수는 없는 걸까. 강변마다 쓰레기들 싱싱하게 자라나는 이 봄. 내 목구멍 속으로/쉴 새 없이 덤프트럭이 들어와/플라스틱과 고철과 때와 땀과 똥을/쿵 하고 부려놓고 가는 이 봄. 실업자와 월급쟁이와 성실 납세 의무자에게만
체 게바라에게 김요일 친구, 잘 있었나 어딘지 알려줄 순 없지만 국경 너머의 외곽 도시에 와 있네 벌써 몇 년 됐지 가끔 쓸쓸하기도 하다만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 술도 있고 여자도 있다네 주일이면 시골 성당 성가대에 앉아 Miserere mei*, Miserere mei 찬양하고 있어 세상을 살해하지도 못하고 떠돌다 이곳에 흘러든 건 혁명에 실패해서만은 아니지 인간은 용서받기 위해 존재하나 봐 결혼 한 번 못해본 검은 옷의 녀석들에게 고해를 하진 않지만 Miserere, miserere 화음을 맞추다 보면 불협의 대위법으로 어깃장 놓던 잔인하고 불량했던 진압군 시절마저 용서받는 기분이 드니까 성경책을 넘길 때 비릿한 슬픔이 책장에서 풍겨나는 까닭은 우리 손에 배었던 죄 냄새가 묻어있기 때문이야 신이 없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비밀, 눈이 마주치면 입가에 살짝 미소를 걸어주지 찾지 마 잊지도 마 이곳에서의 이름은 이방인 K, 아직 담배는 끊지 못했어 * 긍휼히 여기소서라는 뜻의 라틴어. 이제 더 이상 낭만주의자는 없다. 혁명을 이야기하거나 끝없는 논쟁으로 하얗게 밤을 지새우는 혁명가도, 외상술을 마시는 시인도 없다. 불온서적이란 말이 다시 등장한 영
밀물 여인숙 1 최갑수 더 춥다 1월과 2월은 언제나 저녁부터 시작되고 그 언저리 불도 들지 않는 방 외진 몸과 외진 몸 사이 하루에도 몇 번씩 높은 물이랑이 친다 참 많이도 돌아다녔어요, 집 나선 지 이태째라는 참머리 계집은 잘근잘근 입술을 깨물며 부서진 손톱으로 달을 새긴다 장판 깊이 박히는 수많은 달 외항을 헤매이는 고동 소리가 아련하게 문턱까지 밀리고 자거라, 깨지 말고 꼭꼭 자거라 불 끄고 설움도 끄고 집도 절도 없는 마음 하나 더 단정히 머리 빗으며 창 밖 어둠을 이마까지 당겨 덮는다 여인숙은 바닷가에 붙어 있었을 것이다. 넓지 않은 바닷가, 오막살이 집 두어 채 샅을 맞댄 채 언 몸을 녹이고 있었으리라. 내가 장항선 기차 타고 바닷물처럼 들락날락거리던 대천(大川) 근처 여인숙이 그랬으니까. 지구는 초속 30킬로미터 속도로 뒤도 안돌아보고 움직인다는데, 나는 왜 여전히 1~2월의 쓸쓸한 여인숙을 꿈에도 그리는 것이냐.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는 백석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 한 구절을 아내 몰래 가슴 속에 숨긴다. 그러나 봄꽃이 피기 전 한 번쯤은 집 나간 마음을 들켜도 좋으리. 박후기 시인 ho
지상에서 2 성윤석 앞만 보고 갔다네 언제나 공사 중, 공사 중인 이 세상 맨홀에 빠질 뻔했다네 어두컴컴해서 배후가 보이지 않는 맨홀 우리는 누구나 그럴 수 있다네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고 집과 집을 잇는 송수관이 보였다네 그래도 나는 걷는다네 도처에 있을 맨홀 그래서 더 우리가 다치지 않는지도 모른다네 동굴 같고 다락 같고 요나의 고래 뱃속 같고 한번 멋모르고 빠지면 깊게 들어가 온몸이 망가지는 심연 같고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맨홀이 있을까 없을까 생각하며 산다네 한 번씩 뚜껑을 열고 세상을 쳐다보는 맨홀 내 심연은 어디로 갔나 여기에서 먼가 당신은 맨홀 위에서 살고 있다. 세상은 구멍투성이, 당신이 지금 서 있는 곳은 복개천 위일 수도 있고, 정화조 위 일수도 있으며, 하수관이나 지하도 위일 수도 있다. 멋모르고 빠지면 깊게 / 들어가 온몸이 망가지는 심연을 삶이라고 하자, 죽음이라고 하자, 이 지구라고 하자. 우주에서 보면 지구도 하나의 작은 구멍, 우리도 지구처럼 발을 헛디딘 것일 뿐. 성윤석 시인, 그가 서울시립묘지 관리인으로 일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공원묘지, 그 뚜껑뿐인 심연의 비탈 위에서. 박후기 시인 hoogiwoog
마음의 준비 정호승 아무래도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이런 말 더 이상 함부로 하지 마라 평생 마음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어디 가서 만나 손을 잡고 걸어가나 이젠 정말 마음의 준비를 할 때가 됐나봐 오빠 이런 말도 다시는 듣고 싶지 않다 마음에 옷을 입히고 새벽이 되어야만 아버지가 길을 떠나고 눈이 내리나 나는 아직 시든 화분을 품에 안고 젖을 먹인다 너도 이제 그만 마음의 준비를 하거라 어머니는 맷돌에 콩을 갈던 저녁처럼 앉아 하늘을 바라본다 늙거나 아프고 병들었을 때, 우리는 마음의 준비를 서두른다. 제 자신이든 부모 자식 간이든 돈 빌리듯 최후의 순간를 미리 앞당겨 쓰고 마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그러나 다짐도 한두 번이요 깊은 병도 하루 이틀이어야 말이지, 마음의 준비도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에 피곤해지는 날이 온다. 살아가면 살아진다. 마음의 준비라는 게 별 건가. 하루하루 의미 있게 살면 그 게 마음의 준비지. 시든 화분을 품에 안고 젖을 먹이는 정호승 시인, 노부모를 곁에서 모시며 살아가는 그의 애틋함이 절절하다.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
집시의 침대 오주리 서울은 시민들에게 잠자리를 주지 못한 죄의식으로 신도시라는 새로운 죄를 짓기 시작했다 서울의 변두리를 벗어나 언저리에 소외된 그림자들이 걷듯 아파트들이 서고 탈주의 끝이 철조망이듯 도로는 8차선이나 자유는 없다 그럼에도 집시들은 시민이란 이름과 잠자리에 감격하여 자유와 평등 그리고 투표권을 예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집시들은 투표일에 꼭 주민등록증을 잃어버리거나 술 때문에 일어나지 못한 날이 하필 투표일이거나 한 것이었다 신도시의 시멘트 냄새는 냉동실의 공기처럼 신선했다 그러나, 완성되지 못한 그림의 유화 물감 냄새 위로 제 때 가리지 못한 정액 냄새가, 완성되지 못한 노래의 오선지 위로 제 때 치우지 못한 토사 냄새가, 완성되지 못한 원고의 잉크 냄새 위로 제 때 숨기지 못한 대마초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수돗물을 얼린 얼음처럼 무균질의 시민 의식을 지닌 시민들은 집시들로부터 시민이란 이름을 박탈하고 그들의 침대를 위생처리 하기로 할 수밖에 없었다 집시들은 침대가 놓여 있던 도시를 잊고 다시 주민등록증이 필요 없는 노숙 생활로 돌아갔다 자유야 그들의 천성이었고 평등이야 그들에게 과분했다 시민은 그들의 이웃이었고 투표권은 대통령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