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을 던지는 몇가지 방식 하 린 직구 - 아버지 소속팀을 또 옮겼다 군내 버스가 하루에 두 번만 들어오는 동네에서 우루과이라운드라는 새로운 규칙이 발효되자 방어율이 형편없었던 아버지가 마지막 생산의 밭을 자르고 도시 변두리로 이적료도 없이 옮겨갔다 주물공장으로 빨려 들어간 건조한 어깨가 은퇴를 예감하게 했다 뜨거운 쇳물에 발등이 데인 후 공의 구질이 너무 단순한 게 문제였다고 실토했다 직구만을 던지던 습성은 시즌 내내 흥행 없이 끝나고 말았다 아버지의 낡은 감독은 재래식 화장실에서 똥닦이로 사라져간 윤리교과서였다 슬라이더 - 어머니 원래 직구를 가장 잘 구사하는 사람은 어머니다 술 취한 아버지에게 얻어맞고도 끈질기게 땅만 팠다 논과 밭에 구사하는 느리고 정직한 구질은 진딧물 탄저병 태풍에게 쉽게 홈런을 허용했다 어머니도 변두리 식당으로 소속팀을 옮겼다 뻔한 직구 대신 반찬에 미원을 쓰며 변화구를 구사했다 손님들의 혓바닥은 방망이 한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어머니의 구질에 속아 넘어갔다 어머니는 한동안 집안에서 A급 선수로 인정받았다 포크볼 - 형 왼손잡이였다 형이 마운드에 들어서면 출루하는 놈들이 많았다 1군들만 모인다는 S대학교 도서관에서 철학책이나 들추
이제 아내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 전 윤 호 이삿짐을 싸는 데 익숙해진 그녀는 내가 없어도 쉽게 떠날 준비를 끝낸다 내 몫으로 남겨진 가구나 이불들은 너무 낡거나 무거워서 버리고 가도 괜찮은 것들이다 필요하다면 가볍게 그녀는 기르던 개도 이웃에 준다 함께 산 지난 오 년 동안 기른 머리를 새로 이사한 동네에서 싹둑 자른 그녀는 요즘 취한 내 옆에서 자지 않고 슬그머니 부엌으로 빠져나와 주소를 쓰지 않은 편지를 쓴다 송곳니가 빠진 날 무표정한 얼굴로 오래 살펴보면서 냉장고와 함께 밤을 새는 그녀는 낯설게 아름답다 세상의 모든 결혼한 남자들은 알고 있거나 곧 알게 될 것이다. 더 이상 아내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렇다면 세상의 모든 아내들은 어떨까?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예, 이제 더 이상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때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아이들만 잘 거둬준다면 말이다. 물론 그런 때가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대신 무덤 속까지 가슴에 묻고 가야하겠지만. 왜 우리는 예외 없이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우리가 정말 사랑해서 결혼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일까. 모든 사랑은 이미 과거에 다 끝난 것일까? 왜 우
단디해라 권 혁 재 가장 간절한 말이어서 짧다 가장 염려하는 말이기도 하여서 또 짧다 식전 첫차를 타고 객지로 떠나는 아들의 어깨 너머로 태초의 말씀처럼 건네는 한 마디 처음 나를 독립된 개체로 치켜세우면서 세상 속으로 밀어 넣던 어머니의 목소리 병상에서 흐린 눈빛으로 나누던 한 박자 끄는 울림이 두레박 닿는 메아리로 되돌아오고 솔갈잎을 긁는 듯한 유언은 애틋하고 간절한 말씀이 되어 짧게도, 니, 단디해라. 단디해라. 이 말은 경상도 사투리, 사랑과 염려와 기도가 담긴 어머니의 한 말씀. 이 말 저 말 속마음 다 꺼내지 못하는 경상도 엄마의, 단조롭지만 눈물 대신 건네는 말투. 첫차를 타고 객지로 떠나는 아들에게 단디해라고 말 건네던 가난한 엄마는 죽기 전 병상에서도 아들에게 한 말씀 남기시느니, 니, 단디해라. 권혁재 시인은 아산만에 연한 평택 신대리가 고향이다. 그런데 이 마을 사람들 다수가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 경상도 경주 영천 사람들이 일제 말 살길 찾아 철원으로 이주하였고, 전쟁 통에 다시 쫓겨 내려와 힘겹게 자리 잡은 곳이 신대리. 더 이상 생의 변방으로 떠밀릴 수 없던 바닷가 벼랑, 그의 부모는 이곳에서 지난하게 살다 갔다. 권혁재 시인은
달팽이 집이 있는 골목 고 영 내 귓속에는 막다른 골목이 있고, 사람 사는 세상에서 밀려난 작은 소리들이 따각따각 걸어와 어둡고 찬 바닥에 몸을 누이는 슬픈 골목이 있고, 얼어터진 배추를 녹이기 위해 제 한 몸 기꺼이 태우는 새벽 농수산물시장의 장작불 소리가 있고, 리어카 바퀴를 붙들고 늘어지는 첫눈의 신음 소리가 있고, 좌판대 널빤지 위에서 푸른 수의를 껴입은 고등어거 토해놓은 비릿한 파도 소리가 있고, 갈라진 손가락 끝에 잔멸치 떼를 키우는 어머니의 짜디짠 한숨소리가 있고, 내 귓속 막다른 골목에는 소리를 보호해 주는 작고 아름다운 달팽이집이 있고, 아주 가끔 따뜻한 기도 소리가 들어와 묵기도 하는 작지만 큰 세상이 있고, 시가 안 써지거든 시장엘 가보라고, 오규원 시인께서 늘 말씀하시곤 했다. 물리적 공간에 대한 말씀이 아니라는 것을 다행스럽게도 나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고영 시인은 부산 산복도로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유명한 참치잡이 회사의 동업자였고, 직접 대양에 나가 참치를 잡았다. 그리고 배가 침몰하는 등 이러저러한 이유로 거짓말처럼 망했다. 드라마틱하다고? 아니, 대개 저마다의 사연이 다 기구하기 이를 데 없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어쩌겠
파 밭 홍문숙 비가 내리는 파밭은 침침하다 제 한 몸 가려줄 잎들이 없으니 오후 내내 어둡다 다만 제 줄기 어딘가에 접혀있던 손톱자국 같은 권태가 힘껏 부풀어 오르며 꼿꼿하게 서는 기척만이 있을 뿐, 비가 내리는 파밭은 어리석다 세상의 어떤 호들갑이 파밭에 들러 오후의 비를 밝히겠는가 그러나 나는 파밭이 좋다 봄이 갈 때까지 못 다 미행한 나비의 길을 묻는 일은 파밭에서 용서받기에 편한 때문이다 어머니도 젊어 한 시절 그곳에서 당신의 시집살이를 용서해주곤 했단다 그러므로 발톱 속부터 생긴 서러움들도 이곳으로 와야 한다 방구석의 우울일랑은 양말처럼 벗어놓고서 하얗고 미지근한 체온만 옮기며 나비처럼 걸어와도 좋을, 나는 텃밭에서 어머니의 어머니가 그러했듯 한줌의 파를 오래도록 다듬고는 천천히 밭고랑을 빠져나온다 언어를 꾸미는 데만 여념 없는 시들이 적지 않다. 경험이 결여된 시는 문장(文章)의 힘으로만 버티게 되는데, 그러한 문장은 대개 현학적이고 사상누각과 같아서 몇 편을 이어가지 못하고 곧 끝을 보고야 만다. 등단하자마자 최후를 맞는 시인들의 작품이 대개 그러하다. 물론, 어떤 미학적 근거도 없이 단지 경험만을 줄줄이 나열하는 시 또한 그와 다르지 않다
바짝 붙어서다 김사인 굽은 허리가 신문지를 모으고 빈 상자를 접어 묶는다 몸빼는 졸아든 팔순을 담기에 많이 헐겁다 승용차가 골목 안으로 들어오자 바짝 벽에 붙어 선다 유일한 혈육인 양 작은 밀차를 꼭 잡고 저 고독한 바짝 붙어서기 더러운 시멘트벽에 거미처럼 수조 바닥의 늙은 가오리처럼 회색 벽에 낮고 낮은 저 바짝 붙어서기 차가 지나고 나면 구겨졌던 종이같이 할머니는 천천히 다시 펴진다 밀차의 바퀴 두 개가 어린 염소처럼 발꿈치를 졸졸 따라간다 늦은 밤 그 방에 켜질 헌 삼성테레비를 생각하면 기운 싱크대와 냄비들 그 앞에 서 있을 굽은 허리를 생각하면 목이 메인다 방 한 구석 힘주어 꼭 짜 놓았을 걸레를 생각하면 30년만의 12월 추위란다. 날씨마저 30년 전으로 돌아가는 수상한 시절에 나는 펜 끝에 힘주어 무엇을 쓸 것인가, 고민한다. 오히려 엄동설한에 잉크가 얼던 백석(白石:시인)의 시절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그땐 나라마저 빼앗긴 시절이었으니 잉크가 얼었다한들 마음에 새기지 못할 이유가 없고, 땅이 얼었다한들 일제와 맞서기 위해 간도까지 걷고 또 걷지 못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정신을 빼앗아 가는 시절, 누가 당신의 몸뚱어리를 영
수인선 철도 이창기 그렇게 왔다 가나부다 왜가리 갈대 북서풍과 청둥오리의 2월 스스로 독(毒)을 품게 하던 겨울의, 가난과 갈증의 새벽으로 가는 밤마다 몸서리치며 떨던 바다를 한 광주리씩 머리에 이고 고개 숙인 낙타처럼 또박또박 걷게 하는 하나뿐인 길 떠나는 사람들이 남기고 간 빵과 홀로 남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 같은 그들이 버리고 간 추억이 깨진 소주병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불륜의 끊임없는 바퀴와 익숙한 체중을 못 잊어하는 옥수수밭에서 숨죽여 지켜보는 아이들의 뜨듯한 가랭이 같은 아직도 귀대면 중무장한 병사의 씩씩한 발자국 소리 같은 것이 오래도록 남아서 태업한 꿈속까지 이어지는 나는 수척한 햇빛에 이리저리 반사되며 얻어터지며 철길 위에 팔 벌려 수평을 잡으며 위태롭게 걷는다 그렇게 왔다 가나부다 70년대(年代) 배호 김종삼 그리고 너는 군자, 소래. 발음만 해도 입 안에 소금기가 느껴지는 정겨운 지명들이다. 수원에서 인천을 오가던 수인선 협궤열차가 정차하던 역 이름들이다. 협궤열차, 궁륭은 낮고 열차 폭은 좁아서 흔들릴 때마다 서로의 무릎이 닿곤 하던 장난감 같은 기차. 어차피 산다는 게 살 부비는 일이거늘, 우리는 언제부턴가 서로 너무 멀리
開花-김영태 시인에게 장경린 아들 목우(木雨) 결혼식에서 형님이 입은 가다마이는 소매가 삶은 호박잎처럼 흐늘흐늘했지요 삐딱하게 서서, 마땅히 둘 곳 없는 시선을 가봉하듯 늘어뜨리고 저는 속이 가벼워서 결혼이라는 걸 못해봤어요 블라우스 자락에 클립으로 집어놓은 메모 쪽지처럼 건들건들 사연들을 달고 있다 보면 어느 날 블라우스는 온데간데없고 허공에 홀로 꽂혀 있는 클립 철(鐵)꽃 같아요 사람 하나 간신히 비집고 올라갈 수 있는 중국집 개화(開花)의 목조 계단은 옛날보다 더 삐걱거려요 자장면 면발은 눈에 띄게 가늘어졌죠. 불황 탓이거니 여기고 싱싱한 양파나 한 접시 더 시켜 먹으면 그게 그겁니다 장경린 시인을 알게 된 지도 20년 가까이 되어간다. 세월도 참! 당시 금융지에서 일했던 나는 종종 한국은행 국고과에 찾아가 쓸쓸한 섬처럼 떠 있는 그를 만나곤 했다. 그는 지금 은행일 그만 두고 대학 무용과에 출강하며 시와 희곡을 쓰고 연출도 한다. 그 무렵, 그와 함께 돌아가신 김영태 시인을 뵙곤 했다. 혜화동 로터리의 허름한 작업실에서, 혹은 중국집 탁자를 사이에 두고, 어느 날엔 공연장(김영태 시인은 무용가 이정희 교수가 호암아트홀에서 연출한 무대에 직접 올라
저녁눈 박용래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 눈발을 기다리다가 이제야 「저녁눈」을 품속에서 꺼내 읽는다. 눈물의 시인이라 불리던 박용래 선생은 1980년 11월 21일 눈감았다. 그 날, 조문객보다 싸락눈만 그의 빈소에 붐볐는지는 모르겠다. 저토록 맑고 슬픈 마음의 눈을 가진 시인은 하도 가난해서 딸의 등록금을 빌리러 와서는 하루 종일 울다 가(故 이문구)고, 후배 시인의 막걸리 한 대접을 받아들고는 또 하루 종일 울었다(이근배 시인)고 한다. 인간 내면의 울림이 사라지고 포성의 울림만 들려오는 이 겨울 저녁, 울음이 사라지고 자화자찬 폭죽만 난무하는 시계(詩契)를 생각하며 나는 막걸리 파는 말집(추녀를 사방으로 삥 두른 집) 침침한 탁자에나 걸터앉아야겠다. 눈발이라도 들이치면 더욱 좋고.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
벚꽃 핀 술잔 함성호 마셔, 너 같은 년 처음 봐 이년아 치마 좀 내리고, 말끝마다 그렇지 않아요? 라는 말 좀 그만 해 내가 왜 화대 내고 네년 시중을 들어야 하는지 나도 한시름 덜려고 와서는 이게 무슨 봉변이야 미친년 나도 생이 슬퍼서 우는 놈이야 니가 작부지 내가 작부냐 술이나 쳐봐, 아까부터 자꾸 흐드러진 꽃잎만 술잔에 그득해 귀찮아 죽겠어, 입가에 묻은 꽃잎이나 털고 말해 아무 아픔도 없이 우리 그냥 위만 버렸으면 꽃 다 지면 툭툭 털고 일어나게 니는 니가 좀 따라 마셔 잔 비면 눈 똑바로 뜨고 쳐다보지 말고 술보다 독한 게 인생이라고? 뽕짝 같은 소리 하고 앉아 있네 술이나 쳐 또 봄이잖니 겨울도 오기 전에 봄 생각이 불쑥 드는 건, 지쳤다는 얘기다. 욕지거리가 이토록 정겹게 느껴지는 경우가 시가 아니면 또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싸우는 자들은 말없이 총과 폭탄으로 사람을 죽인다. 그것에 비해 잔 넘기며 건네는 욕설은 오히려 인간적이란 생각마저 든다. 비약이 좀 심하지 않은가 말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전쟁보다는 벚나무 아래 술자리 욕설이 훨씬 아름답다는데 한 표 던진다. 모두가 지쳤을 때 겨울은 온다. 사랑도 사람도 냉담을 견디지 못하면
고 은 겨울 문의(文義)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닿은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소백산맥 쪽으로 벋는구나. 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문득 팔짱 끼어서 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 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겨울 문의(文義)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꽉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받는 것을. 끝까지 사절하다가 죽음은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본다. 모든 것은 낮아서 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 겨울 문의(文義)여 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주(註) : 문의(文義)-충북 청원군의 한 마을 이제 곧 눈(雪)의 계절, 답답한 시절도 겨울에 닿으니 죄를 덮으려는 움직임이 눈발만큼이나 분주하다. 봄이 멀지 않았으니, 죄 지은 자들도 죽음을 예견했으리라. 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고 말하던 노(老) 대가의 청춘은 수몰된 문의마을처럼 과거지사가 되었지만, 죽음만은 언제나 시(詩) 「문의(文義)마을에 가서」처럼 현재진행형이다. 늙지 않는 죽음을 앞에 두
복서 2 박후기 지구의 스파링 파트너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삭월의 눈앞이 캄캄해진다 아들3은 실업자, 나비처럼 날아도 벌처럼 쏠 데가 없다 오늘도 집안을 겉돌며 눈치만 살핀다 꼭두새벽 집을 나서는 엄만 정류장까지 로드워크를 한다 아버지가 녹아웃 된 후 대신 엄마가 장갑을 끼고 매일 지옥의 링 위로 올라간다 아들3은 품속에 카운터블로를 숨긴 채 결정적인 순간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달과 엄마처럼 숨죽이며 참고 견딘다 탐색전이 지나치면 식구들의 야유를 받는다 나가 싸우지 않는 아들3을 향해 아들1이 경고를 보낸다 도대체 누가 敵인지 알 수 없는 세상이다 사랑했다고 치자, 아들1과 한 여자가 링 위에서 엉겨 붙는다 사랑도 결국 사람과 무관한 일이 되어 버린다 때리는 자와 맞는 자,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그로기 상태에 빠진 생이여 너에게 확, 수건을 던지고 싶다 시 연재 다섯 달 만에 울림을 주는 시랍시고 제 졸시 한 편 겨우 꺼내들고 토를 달아대는 시인 나부랭이를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그 동안 시를 연재하며 시에 대한 나름의 느낌을 처마 밑 곶감 달듯 주저리주저리 내달았으나, 헛바람에 떨어진 감으로 봉창만 두드린 것 같아 아쉽고 또 안타깝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