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지난해 출간된 『언론으로 본 용인 30년』은 1992년부터 2022년까지 <용인신문>에 게재되었던 기사들을 모아 편집한 책으로 용인특례시가 변모해 온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국배판 696쪽 두께가 중량감을 더해 주는 『언론으로 본 용인 30년』의 책머리에 용인특례시 이상일 시장의 축사가 실려 있어 흥미를 끈다. 독일의 사회학자인 페르디난트 퇴니스(Ferdinand Tonnies)는 『게마인샤프트와 게젤샤프트 Gemeinschaft und Gesellschaft)』(1887년)에서 인간의 사회를 게마인샤프트와 게젤사프트로 구별하였다. 자생적 의지(Wesenwille)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게마인샤프트는 대인관계가 전통사회의 풍습에 따라 정해지고 규제되며, 본래 의식적인 기도로는 이루어지지 않는 공동사회로 농촌사회가 그 예이다. 그리고 합리적 의지(Küwille)로 이루어지는 게젤사프트는 고립되어서는 꼭 알맞은 이익을 추구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서 결합하게 된 개개인들의 본질적인 계약관계로 이루어진 사회인 이익사회로 대규모 산업 조직이 그 예이다. 이제 용인특례시는 대변혁이라는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처인구 이동읍과 남사읍, 그리고
용인신문 | 이합집산: 헤어졌다가 모이고 모였다가 헤어짐을 반복하는 모습. 국어사전에 정의(定義)된 이합집산에 대한 설명이다. 22대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에 익숙한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의힘 당 대표를 지내고 축출되어 개혁신당 창당작업을 준비하는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 정책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여권 이탈 그룹. 이재명 대표와 대립하여 1월 11일 민주당을 탈당하고 신당 창당을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 민주당을 탈당하여 활로를 모색하는 ‘원칙과 상식’ 소속 김종민·조응천·이원욱 의원,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등이 얼마나 결속하느냐가 22대 총선의 변수로 떠올랐다. 이들이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이른바 빅텐트를 치고 결속하면 22대 총선에서 적지 않은 파괴력을 보일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문제는 이들이 과연 단일대오를 꾸릴 수 있느냐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이합집산은 늘상 있었던 일이다. 정치개혁을 내세운 신당 추진 세력은 국민의힘과 민주당 주류와 결별을 선언하고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는 데서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출신성분이 다르고 총선에 임하는 셈법도 제각각이다. 이들이 당면한 총선을 앞두고 하나
용인신문 | “이권,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라는 대통령의 2024년도 신년사는 위험하다. 카르텔이란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진 기업 간의 ‘경쟁 방지 또는 완화를 위한 신사협정’을 의미한다. 사회적 약자들은 서로 단결해서 ‘조합’을 만들 수 있을 뿐 ‘카르텔’을 만들 수는 없다.우리 사회 카르텔의 가장 중요한 축은 토목건설 카르텔이다. 그들은 개발 성장 시대에 불도저로 밀어대며 부수고 짓는 일을 반복했다. 토건 세력은 이렇게 해서 부를 축적했고, 그걸 방패막이하기 위해 거대 세력을 끌어들였다. 법조 카르텔과 족벌언론 카르텔과의 제휴이다. 일부 유튜버들의 증오와 혐오의 언어들도 참혹할 지경이다. 극히 일부라고 하더라도 종교인들의 설교도 살벌하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비판을 넘어 사탄과 악마에 가까운 존재라고 외쳐댄다. 빛과 소금의 말씀이 아닌 혐오와 배타, 증오와 갈라치기는 저잣거리의 외침보다 사납게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을 통합해야 할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패거리’라고 표현하는 것은 국론 분열이다. ‘패거리’는 ‘패(牌)’를 낮잡아 부르는 말이다. ‘차별과 비하, 적대 의식’이 담긴 언어이다. 국가 최고 통치자가 국민의
[용인신문] 2024년 갑진년 푸른 용의 해가 밝았다. 갑진년은 육십갑자의 41번째 푸른색의 갑과 용을 뜻하는 진이 만나 푸른 용이 된 것이다. 방위는 동쪽이며, 절기로는 봄을 상징하니 일로는 물과 비를 다스려 천하를 먹여 살린다. 곧, 용에게는 사람을 살리기를 좋아하는 덕이 있다는 말이다. 순임금은 정치를 하면서 신하를 편히 대하며 백성들을 너그럽게 다스렸다는 데서 비롯됐다. 순임금의 정치를 일러 용의 정치를 했다 한다. 그의 인생사를 들여다볼 것 같으면 인생의 바닥에서 출발해서 그야말로 용상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 과정은 권모와 술수는 전혀 없었다. 오로지 덕으로만 윗사람을 공경하고 아랫사람 대하기를 부모 대하듯 했다. 그는 어려서 엄마가 계모면 아비도 의붓아비라 했던가. 서모로부터 죽을 고비를 몇 번에 걸쳐 겪어야 했고, 완악하기 이를 데 없는 고수인 아버지로부터 숱한 고초를 겪어오면서도 자식의 도리를 잃지 않았다. 어려서 보잘것없는 이런 자가 천하를 다스리는 성군이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이러하듯 천하를 호령하는 용이지만 그에게도 과거는 존재하는 법이다. 용의 시작은 물고기에서 비롯된다. 1년 중 황하강의 물줄기가 가장 세찰 때가 한 번 있다하여
[용인신문] 2023년도 이제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 2024년이 되면 올해보다는 나아지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걱정이 태산이다. 가구당 1억 원의 부채를 지고 있다는 우울한 뉴스가 서민의 가슴을 짓누른다. 게다가 노인빈곤율이 13년째 OECD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뉴스가 우울하다. 60세 이상이 곧 20%에 달하면서 초고령사회 진입이 확실시되는 한국 사회에서 노인 문제는 마냥 피할 수 없는 시한폭탄인 것이 확실해졌다. 2050년에는 60세 이상이 전체인구의 절반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접하면 더욱 우울해진다. 사회 일각에서는 ‘현재 65세로 되어 있는 노인 연령을 70세로 올려야 한다’라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그것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노인의 비율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빈곤율은 13년째 압도적인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역대 그 어느 정부보다 안보를 강조하고 한미일 협조체제를 중시했다. 현재 한국은 안보보다 더 중요하게 발등에 떨어진 불이 가구당 1억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와 압도적인 노인빈곤율이다. 대통령은 2024년부터는 외교·안보보다 민생(民生)을 우선시해야 한다. 대통령과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의 절대
[용인신문]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습니다’ 30년 전에 나온 광고 문구다. 광고주는 삼성이다.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전략의 상징과도 같은 문구는 신문과 방송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졌다. 광고는 ‘승자독식 사회’의 선언문처럼 강렬했지만, 우리 삶 속으로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승자에게 부여되는 보상은 당연한 권리가 되었다. 다채로운 능력과 다양한 재능을 지닌 사람보다 어떤 분야의 천재가 세상을 구하는 존재로 대접받았다. 일등을 차지한 그는 자본주의 시장의 절대 신과 같은 존재였다. 승자가 차지한 독점과 독식의 세상이 물질 만능주의라는 비판이 따라왔지만 멈추지 않았다. 극단적 이기주의가 성공한 자산가의 이미지로 포장됐다. 서로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는 연대는 무너졌다. 이해관계가 아닌 만남은 부담스러워졌다. 고통에 대한 공감과 슬픔에 대한 나눔은 갈수록 버거워졌다. 만사형통, 자본과 권력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사회, 부의 세습으로 계층 이동 사다리는 사라져버렸다. 제로섬 사회와 하류사회, 잉여사회라고 자조하는 탄식의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사회적 공감과 소통의 부재는 민주주의의 퇴보로 이어졌다. 상대에 대한 존중이 무너지는 사회는 민주주의의 가치와 원칙을 잠
[용인신문] 일국의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하늘이 내기에 앞서 시대가 부르는 것이다. 왕조시대의 세습이 아닌 다음에야, 더욱이 국민이 직접 뽑는 선출직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대통령이 나오게 되어있다. 그 시대 국민의 눈높이가 이만큼이면 이만큼에 맞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고, 눈높이가 요만큼이면 요만큼에 맞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참새가 아무리 짹짹 소리를 낸다 해서 그것이 메아리로 되돌아오는 예는 없다. 이쯤 되면 누구를 원망하고 자시고 탓할 일도 아니다. 그저 팔자소관으로 돌릴밖에 별 묘수가 없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발탁은 자신의 잘못이란 견해를 밝혔다. 여기까지만 놓고 본다면 ‘전술적 승리라도 전략적 실패가 될 수도 있다.’라고 이해되는 말이다. 그러면서 “제가 못났고, 눈이 어두웠다.”라는 말도 덧붙였다고 매체는 전했다. 그가 덧붙인 고해성사를 뛰어넘는 참회록 같은 말속에는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이전의 삶으로 되돌려 보고 싶었으리라’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법. 그날 이후로 그와 그의 가족의
[용인신문] 조선 말기는 민씨 척족의 세상이었다. 그중에서 별명이 ‘망나니’라 불리는 민영주라는 사람이 있었다. 보다 못한 민영휘는 고종에게 “저 망나니를 사람 만들려면 벼슬 한자리 주는 수밖에 없겠습니다.”라며 부탁했다. 이후 민영주는 월미도 개척권을 인가받아 그 이권을 일본인에게 넘기려고 모의하는 등 수많은 부정부패에 개입하여 큰 부자가 되었다. 민영주를 고종에게 소개한 민영휘(본명 민영준)는 변신과 탐욕의 끝판이다. 중전민씨에 의해 주요 관직에 오른 그는 평안도 관찰사 시절에 고종에게 금송아지를 만들어 헌납했다. 재물을 모은 민영휘는 교육사업으로 이미지를 세탁했다. 1904년 광성의숙을 설립한 것이다. 고종은 1906년에 휘문의숙이라는 학교 이름을 내려 주었다. 조선이 망하던 시절에 일본에 빌붙었던 그는 국권피탈 당시에 일제로부터 자작의 작위를 받았다. 민영휘는 1927년 휘문 교정에 자신의 동상을 세웠다. 우리나라 최초의 동상은 여전히 휘문고에 서 있다. 1936년 조선 최고의 갑부였던 민영휘가 죽었다. 그가 남긴 재산이 6000만 원이었는데 현재의 가치로 1조 2000억 원이라 한다. 황희는 24년간 재상직에 있었다. 사관은 실록에 이렇게 적었다.
[용인신문] 결론부터 말하자면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차라리 중앙아시아로 보내드리자. 처음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 교정에서 치운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눈과 귀를 의심했다.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이 아직도 친일파의 세상이라는데 절망했다. 지난 2018년 벽두,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에 있는 홍범도 장군 묘소에 성묘를 겸해 참배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한겨울 빙판길로 변한 열악한 도로를 10시간이 넘도록 달려서 찾아간 홍범도 장군의 묘소. 홍범도 거리라고 명명된 묘소 앞의 길을 조그만 태극기를 들고서 걸었다. 장군의 묘소는 잘 가꾸어져 있었고 근엄한 표정의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모셔져 있었다. 이역만리 타국에서도 홍범도 장군은 이렇게 존경받았고 20만 한인사회의 정신적인 지주였다. 홍범도 장군에 대한 한인사회의 존경심은 우리의 상상을 넘어섰다. 홍범도 장군은 1922년 말 모스크바에서 대한민국 항일 독립운동가 중에 최초로 블라디미르 레닌을 단독으로 만나 상아로 장식된 권총과 금화 100루블, 적군(赤軍)의 장교복을 선물로 받았다. 그 자리에는 볼셰비키 적군 총사령관 레프 트로츠키가 배석했다. 당시 막 수립된 소비에트 공화국연방(USSR)은 1919
[용인신문] “청소 미화원들은 웃으면 안 되나요, 웃는다고 그들이 괜찮다는 뜻은 아니죠” 순간, 생각이 많아졌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한 모퉁이에서 밥을 먹고, 화장실 변기가 옆에 있는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는 노동자들의 복지 문제를 얘기하던 참이었다. 모임 중의 한 사람이 점심시간에 청소 미화원들이 웃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그들이 힘들다고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말에 되돌아온 대답이었다. ‘왜 사냐건 웃지요’라는 시조의 한 구절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웃음에는 많은 감정이 담겨있다. 삶의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을 때, 말할 수 없는 고통 앞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웃음으로 대답하기도 한다. 웃는다고 정말 괜찮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여의도 국회 앞에는 크고 작은 시위들이 끊이지 않는다. 그날도 커피 한잔을 들고 시위 현장을 지나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 휠체어에 몸을 맡긴 장애인들이 인권 보장을 외치고 있었다. 들고 있던 커피 한 잔의 여유가 불편해졌고 함께 할 수 없는 미안함으로 그 현장을 빨리 떠났다. 장애인 한 분과 눈이 마주치자 나 역시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웃음에는 어색함도 미안함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몇 년 전 모 대학에서 미화원들에게 회의 참여
[용인신문] 1966년 세계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가 기후변화(climatic change)를 정의하고 나선 이후로 기후변화 문제는 전지구적 관심사가 되었다. 기후변화가 숲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며 탄소 흡수원 역할을 하는 숲이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구 기온의 상승은 숲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태풍과 폭우와 같은 기상 이변은 숲 생태계를 교란시킨다. 기후변화 못지 않게 숲 생태계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덩굴식물(climbing plant)이 있다. 줄기로 다른 식물을 감싸거나 달라붙어 자라는 속씨식물인 덩굴식물 가운데 칡덩굴, 환삼덩굴, 그리고 가시박이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덩굴식물들은 나무를 감고 올라가 나무의 성장을 방해하거나 나무를 말라 죽게 한다. 칡덩굴은 광합성을 못하도록 나무를 덮어, 말라 죽게 하기 때문에 다른 덩굴식물보다 숲에 매우 심각한 피해를 준다. 산림청 통계 자료에 의하면 2021년 칡덩굴이 숲을 내습하여 점령한 면적이 4만 5000ha였다. 칡덩굴은 숲을 내습하여 3~4년 안에 숲 수십m²를 황폐화시킨다. 특히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계 교란 식
[용인신문] 오래전 : ‘돌팔이’의 사전적 의미는 ‘제대로 된 자격이나 실력이 없이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필자가 다닌 고등학교는 사립학교였다. 재단과 관련된 낙하산(?) 선생님들이 몇 분 있었는데 선배들은 그분들을 ‘돌팔이’라고 불렀다. 실력이 없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래도 그분들은 ‘교원자격증’은 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돌팔이’가 유행했던 시절은 8 ‧15 해방 직후였다. 그중에서도 ‘돌팔이 의사’가 유독 많았다. 일제강점기의 의사 관리가 부실한 상황에서 만주국 의사, 미국 의사, 유럽 의사 출신들이 귀국했기 때문이다. 혼란한 시절이었기에 의사 면허증 위조도 흔하게 일어났다. 1948년에는 위조 면허로 의사 행세를 하던 사람이 서울시립병원 소아과 과장으로 있다가 발각되기도 했다. 지금은 가짜 의사가 사라졌지만 ‘돌팔이 정치인’은 곳곳에 남아있다. 사람들은 병원을 찾아갈 때 꼼꼼하게 알아본다. 용하다는 ‘명의’를 찾아가려고 노력한다. 그러는 사람들이 정치인을 선택할 때는 ‘그놈이 그놈’이라고 말한다.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고 ‘구관이 명관’이라거나 ‘사람보다 정당’이라며 함부로 선택한다. 개인의 병을 고치기 위해 신중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