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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 사람

“실제 모습이 예쁘게 작아 졌어요”

영화·에니메이션 등 캐릭터 100% 세밀하게 재현
한정수량 제작품은 200~300만 원대 판매되기도
레저 | 피큐어

   
 
# 장난감이라고 얕보면 큰코다쳐요
동네 문방구 앞, 100원짜리 동전하나를 넣고 레버를 돌리면 둥그런 플라스틱 껍질로 쌓여있는 인형하나가 나온다. 어떤 인형이 나올까 궁금해 하지만 막상 나온 인형은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이렇게 캡슐 안에 동전을 넣고 뽑는 기계를 가샤폰이라고 한다. ‘찰그랑 퐁’ 이라는 동전을 넣고 뽑는 소리를 일본사람들이 ‘가챠가챠퐁’이라고 한데서 나온 말이다.

이렇게 애니메이션 캐릭터, 영화 주인공, 스포츠 스타 등 실제 모습을 본떠 만든 정교한 인형들을 피규어라고 한다. 위에 말한 가샤폰도 피규어의 일종이다.

# 어른들의 장난감, 피규어
피규어는 피겨(Figure)라는 단어가 일본 문화의 영향을 받아서 일본식을 발음으로 불리는 것이다.

단어 뜻 그대로 모형이라는 말로 70년대 스타워즈 시리즈가 개봉하고 캐릭터 상품이 피규어로 등장하면서 세계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장난감 모형정도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의 캐릭터를 조형화한 모형이지만 기존 인형과 다르게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의 모습을 거의 100% 재현해 내고 있으며, 그 디테일이나 컬러링의 퀼리티 또한 대단히 높다.
대부분 완성품 또는 간단한 조립만 필요한 형태로 판매되어지며, 관절의 유무에 따라 액션피겨와 스태츄, 버스트(반신상) 등으로 나눠진다. 또한 내용물을 보지 못하고 사야하는 트레이딩피규어나, 과자등과 함께 들어있는 식완(식품완구), 동전을 넣고 뽑는 가샤폰(원코인피규어) 등이 있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앞서 말한 100원짜리 캡슐토이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2~3만 원대의 가격으로 판매된다. 조금 더 크고 정교한 피규어들은 10만원을 훌쩍 넘기며 한정수량으로 제작되는 피규어의 경우 200~300만 원 대에 판매되기도 한다.
레진피규어처럼 직접디자인하고 만들어 판매하는 피규어 같은 경우는 희소성과 제작자에 따라 1000만원을 호가하는 피규어도 있다.

# 피규어를 즐기는 사람들
인터넷회사에 근무하는 지상구(처인구 포곡읍, 30)씨는 피규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수집한다.

그는 “얼마전만해도 소수의 마니아만 즐기기는 취미였지만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구하기도 쉽고, 피규어 인구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가격도 만만치 않고 귀한 피규어의 경우 구하기도 힘들지만 피규어 인구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그만큼 매력 있는 취미생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 씨처럼 어린 시절의 향수, 희소성 같은 매력 때문에 피규어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늘어나는 피규어 인구처럼 시장규모도 해가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피규어 시장의 규모는 연간 120억 원 정도로 무시하지 못하는 규모다. 국내 최대 피겨 동호회인 아이피규어의 회원 수는 1만6000명이며, 크고 작은 피규어온라인 동호회만 1000개가 넘는다.

지 씨는 “피겨 마니아 중에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직장인이 가장 많다”며 “90년대 후반 인터넷의 세례를 처음 받은 세대들이 성장해 경제력을 갖게 되면서, 당시 열중하던 만화나 영화 속의 인물들을 직접 소유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피규어를 모으는 취미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일본의 오타쿠문화를 먼저 떠올리기 때문이다.
오타쿠(Otaku)는 평범한 일상을 거부하고 가상적인 꿈의 세계에 빠진 젊은이들을 일컫는다.

#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기는 취미로
국내 피겨시장은 일본 애니메이션 피겨가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과 홍콩에서 제작한 영화, 밀리터리, 스포츠 관련 피겨가 나머지 50%를 차지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제작되는 피겨는 자판기에서 판매되는 캡슐 토이나 팬시상품에 가까운 소형 피겨가 대부분이다. 리니지, 라그나로크 등 온라인게임이나 서태지, 이승환 등 연예인의 피겨 제작도 상품으로 판매되기보다는 프로모션의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먼저 피겨에 대한 엔터테인먼트업계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