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왜, 용인시에는 문학관이 하나도 없나요?” 용인에서 태어나 평생 용인 사람으로 살고 있는 필자가 자주 들어온 말이다. 인구 110만 명을 넘어선 광역시급 용인특례시의 문화예술 수준과 시민의식을 ‘문학관’ 하나로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지방 소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문학관이 한 개도 없다? 그렇다면 용인시에는 문학 콘텐츠가 없다는 말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용인은 예로부터 사거용인(死去龍仁)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풍수지리로도 명당자리가 많기로 유명했다. 조선 시대 이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명망가들의 분묘가 많은 이유다. 산업화가 시작될 무렵인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까지 집중적으로 대규모 장묘시설(공원묘지)들이 만들어지면서 지금도 사후(死後) 인기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조선 시대에는 한양 성곽 주변 도시를 고관대작들이 우거지로 선호해 조광조, 남구만 같은 인물들이 용인으로 낙향해 살았다. 벼슬에서 물러나 용인에 머물면서 명현의 묘역이 조성되거나 명현이 많이 배출되었다. 후손들이 용인에 집성촌을 이뤄 살면서 자연스럽게 뛰어난 문장가들이 나온 경우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용인의 귀중한 문학 자료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문학관 또
용인신문 | 인생의 중요한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어떤 이들은 타로에게 묻는다. 타로카드 0번은 ‘바보( The Fool)’이다. 시선을 멀리 두고 날아갈 것 같은 표정. 짐이라곤 막대 끝에 달랑달랑 달린 보따리가 전부. 태양 아래 멋진 장화를 신고 짐을 싸서 어딘가를 가며 흥에 겨운 캐릭터. 이렇게 충만한 표정을 지은 지 얼마나 되었을까? 그런데 타로카드의 0번이 바보라니…. 인생의 중요한 답을 하는데 가장 먼저 나오는 답이 바보 카드라는 것은 아이러니다. 누구의 이익이 아니라 오직 행복하기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바보 혹은 우직한 바보 온달 같은, 혹은 바보 이반 같은 그런 인물들. 이들의 0순위에는 무엇이 자리하고 있을까? 조선 후기 책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 인물 세 바보를 꼽으라면 이덕무, 박지원, 정약용을 꼽을 수 있는데, 이중 ‘책만 보는 바보’로 알려진 인물이 바로 이덕무다. 그는 서자라는 핸디캡 때문에 벼슬에 오르기 힘든 처지였다. 그는 2만 권이 넘는 책을 읽으며 그저 ‘즐거움’을 바랄 뿐이라고 말한다. 역시 조선 후기의 인물 박지원의 독서는 구체적인 목록이 전해지지 않지만 그의 행적으로 유추해 보건데, 분야를 가리지 않은 독서를 했을 것으로
용인신문 | 언제부턴가 지자체 명칭 앞에 영어 구호를 붙이는 것이 대유행이다. 우리 용인시는 ‘ 르네상스 용인’이다. 르네상스는 전 세계적인 고유명사이니 문화사대주의라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 인접한 수원시는 ‘사람이 반갑습니다. 휴먼시티 수원’이라는 슬로건을 사용중이다. 서울은 이명박 시장 시절 하이 서울(Hi Seoul)을 사용하며 영어 슬로건을 붙이는 시초가 됐다. 이것이 박원순 시장 시절엔 I⦁SEOUL⦁U로 바뀌었다가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자 Seoul, My Soul(서울, 나의 영혼)로 다시 바뀌었다. 지방 정권이 바뀌면 영어 슬로건도 바꾸는데 이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일단 로고를 바꿔야 하고 입간판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다. 얼마 전에 서편제의 무대가 되었던 완도군 청산도에 ‘슬로길’이 생겼다는 기사를 보고 내가 모르는 순수 우리말인가 생각했다. 그런데 ‘슬로길’의 슬로가 Slow였다는 것을 알고는 할 말을 잊었다. 차라리 서편제의 작가 ‘이청준(李淸俊)길’로 명명했다면 뜻깊었을 것이다. 대구광역시는 ‘다이내믹 대구!’(Dynamic Daegu!)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현직 시절 외빈을 접견하면서 유아 베리 웰컴!(Yo
용인신문 | ‘한국의 민주주의가 급격히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내용의 국제연구보고서가 나왔다. 스웨덴 예텐보리 대학에 본부를 둔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는 지난 3월 7일 공개한 ’민주주의 리포트 2024’에서 한국은 법치, 견제와 균형, 시민의 자유 등으로 구성된 자유로운 민주주의 지수에서 0.60점을 받아 조사대상 179개국 중 47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2019년 0.78점으로 18위, 2022년 0.73점으로 28위였다가 0.60점 47위로 급격히 민주주의 지수가 하락한 것이다. 한국의 민주주의 후퇴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급격히 이루어졌고 그 중심에는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많은 의혹이 자리했다. 의과대학 2000명 증원을 놓고 정부와 힘겨루기하던 의료계는 부분파업과 근무시간 준수 등의 방법으로 저항하면서 ‘의대 증원 취소 소송’을 냈다. 서울고법 행정7부는 소송의 주체는 대학 총장이라는 이유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을 가로막던 큰 산 하나를 넘었다‘고 자체평가하고 의대 2000명 증원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사실 의대생 증원 자체에 반대하는 국민은 별로 없다.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와
용인신문 | 총선이 끝난 지 10여 일이 지났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사의를 표명했으나 후임 인선을 두고 설왕설래만 무성한 가운데 대통령실은 아직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여당의 총선 패배에 대해 언급했다. 사과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애매하여 굳이 언급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서 가슴이 답답하다. 대통령은 ‘국정 기조는 옳으나 세부 시행 과정이 국민의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적어도 대통령의 국정 기조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국민은 줄잡아 60%가 넘는다. 지난 15일~17일 4개의 여론조사기관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27%, ‘잘못하고 있다‘는 64%였다. 이를 단순하게 계산하면 64%의 국민(18세 이상)이 대통령의 국정 기조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는 지표다. 국민은 대통령이 변화하기를 바란다. 일방적인 국정 운영을 끝내고 야당과 협치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국민에게 사과하려면 국무회의가 아니라 기자회견 방식으로 화끈하게 하기를 바란다. 지난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는 윤석열 정부
용인신문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집권 여당 참패로 막을 내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아름다운 꽃이자 즐거운 축제다. 하지만 이번 선거도 총성 없는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선거운동 기간에 발표된 정책 중 기억 속에 남은 것은 없다. 오직 특정 정치인들의 막말과 혐오감을 부추기는 극한 대립의 말장난뿐이었다. 불과 2~3년 후면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다. 여야 정치권은 곧바로 전열을 가다듬고, 다음 선거를 준비할 것이다. 선거는 끝났어도 종전 대신 휴전일 뿐이다. 선거 직후 거리엔 당선자와 낙선자들의 플래카드가 동시에 내걸렸다. 용인갑 선거구의 어느 낙선자가 민주당 당선인 감사 플래카드 바로 밑에서 “보내주신 사랑 잊지 않겠다”는 푯말을 세워놓고, 출근길 낙선 인사를 하는 걸 보았다. 승자와 패자의 상반된 모습에서 선거는 아직도 끝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용인 4개 선거구 역시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예상대로 용인병 선거구(수지구)만 박빙 경합을 벌였다. 기자가 오랫동안 선거를 취재하면서 생긴 직감일 수도 있겠으나 여론조사 결과와 바닥 민심을 종합 분석한 예측이다. 기자는 평소 ‘선거는 과학’이라는 말을 쓰는데
용인신문 | 역대급이다. 정치와 선거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생각은 극명하다. 언제부턴가 가장 친한 친구와 주변인, 심지어 가족조차 정치 이야기를 금기시한다.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취향과 호불호 때문에 토론은 실종됐고, 강한 주장과 거센 비판만 남았다. 아군 아니면 적군이라는 절대적 색깔론이 판을 친다. 우리가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조차 헷갈린다. 이 또한 혐오의 정치가 만들어 낸 이 시대의 비극적 산물일 것이다. ‘4·10 총선’ 특징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내건 ‘정권심판론’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내세운 ‘정권안정론’(이재명·조국 심판론)이 맞붙은 형국이다. 민주당이 친명계 위주로 공천했을 때만 해도 수도권 민심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그러나 의료대란 현실화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계와의 타협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시민의 불편이 극대화되자 여론은 정부 여당에 불리하게 조성되고 있다. 특히 고물가 고금리의 장기화에도 정부는 해결 능력은커녕 미국과 일본에 편중된 편향 외교로 민생을 도탄에 빠뜨렸다는 비판이 거셌다. 이런 가운데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검찰개혁을 필두로 내세우며 윤석열 정권 심판을 선명하게 주
용인신문 | 지난 3월 25일 용인시청에서 23번째 윤석열 대통령 민생토론회가 열렸다. 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 개시 3일 전에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 500조 원을 투자하여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민생토론회를 빙자한 여당 후보 지원이라고 비판했고, 대통령실은 정상적인 대통령의 민생경제 활동이라고 반박했다. 향후 20년간에 걸쳐 500조 원을 투자하여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플랜은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벌써 국토부에서 확정되어 발표된 기존의 계획이다. 야당은 대통령이 지역을 돌며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문제는 민생토론회가 여당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냐다. 대한민국 헌법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은 최고위직 공무원인 만큼 정치적 중립의 의무가 있다. 특히 선거운동 기간의 정치적 중립은 중요하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50%를 넘어가면 여당에게 유리하다. 여당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대통령을 선거운동에 이용한다. 그런데 22대 총선에서 여당 후보가 대통령을 홍보에 이용하는 광경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용인신문 | 4·10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후보 등록이 3월 22일 마감됐다. 용인시 4개 선거구에서 유력후보의 대진표가 확정됐고, 오는 3월 28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게 됐다. 용인갑 선거구는 경선을 통해 선출된 민주당 이상식 후보, 국민의힘이 전략공천한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출신의 이원모 후보, 개혁신당의 양향자 후보, 무소속 우제창 후보의 4파전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용인을은 민주당 손명수 후보, 국민의힘 이상철 후보, 유시진 개혁신당 후보가, 용인병은 민주당 부승찬 후보, 국민의힘 고석 후보, 용인정은 경선에서 확정된 민주당 이언주 후보와 국민의힘이 단수 공천한 강철호, 개혁신당 이기한 후보의 대결로 압축됐다. 용인지역의 현재 판세는 여론조사를 놓고 보면 3개 선거구는 민주당 후보 우세, 1개 선거구는 오차범위 내에서 국민의힘 후보와 민주당 후보 간에 팽팽한 접전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의 22대 총선 판세를 보면 여당 지지율 제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대통령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고, 제1야당 민주당도 당 대표가 선거에 플러스 요인이 못 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총선은 공천 취소가 유난히 많았는데 민주당 서울
용인신문 | 선거철만 되면 후보보다 더 낯익은 이름들이 먼저 호출된다. 이들은 선거판 주인공이 아닌 연출자들이다. 선거 기획자인 듯싶지만, 일명 ‘꾼’이나 ‘브로커’에 가깝다. 후보자들만 모를 뿐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래서 세상은 요지경이다. 결국, 후보자 공천에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본선전에 들어가면 인물론보다 대세론이 당락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꾼’도 크게 보면 두 패로 나뉜다. 나름대로 보수와 진보를 표방하며 여론 주도층임을 자임한다. 여러 후보자 사이를 오가며 철새보다 더 바쁜 생존 전략을 짠다. 정치평론가 뺨치는 언변으로 공천과 본선전에 사활을 건 후보자들을 현혹한다. 이들은 심지어 여‧야 진영까지 제집 드나들듯 넘나드니 카멜레온도 울고 갈 판이다. 이런 현상은 용인갑 선거구인 처인구에 더 집중돼 있다. 처인구는 ‘혈연, 학연, 지연’이 어느 곳보다 많이 얽혀 있다. 브로커들은 지역공동체의 자산일 수도 있는 이 ‘3연’을 최대한 악용한다. 선거조직 내부에선 영향력이 있을지 모르지만, 유권자들이 볼 땐 매우 부정적이다. 한 지역에서 오래 살다 보면 선거철마다 나타나는 브로커가 누군지 잘 알기 때문이다. 선거꾼들은 그럴싸한 감투 한두 개
용인신문 | ‘용인신문’은 아직도 종이신문 열렬 구독자가 많다. 1년에 한 번씩 신문사에 찾아와서 연간 구독료를 내시는 어르신 독자가 계신가 하면 해외에서 용인신문을 통해 향수병을 달래는 실향민들도 있다. 무엇보다 다른 매체에서는 보기힘든 지역정보를 상세하게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1992년 창간된 용인신문은 ‘주간 성산신문’ 지령을 이어받았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으니 강산이 세 번 변할 동안 용인의 역사를 기록해 온 것이다. 작은 역사라 해도, 역사는 항상 준엄하다는 걸 알기에 지역언론의 책임감 또한 클 수밖에 없다. 필자는 용인출생 30년 차 기자이다보니 용인 역사를 누구보다 더 많이, 잘 알 수밖에 없다. 만약 ‘용인학’ 분야에 박사학위가 있다면 우선순위 대상에 도전할지도 모른다. 세월이 흘러 소소한 일까지 다 기억할 순 없겠지만, 현대사를 이어가는 지역공동체와 도시변화에 대한 정서와 감각은 뛰어날 수도 있으니까. 이십 대부터 기자의 삶을 살아온 나에게 누군가 최근의 용인 선거판에 대해 남다른 시각이 있지 않냐고 물었다. 선거판세를 듣고 싶었겠지만, 나는 그냥 ‘미디어 정치쇼’로 전락한 현실을 지적하고 싶다. 용인시는 1996년 도농복합시가 됐
용인신문 | 관심 지역인 용인갑 선거구에 국민의힘이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을 전략공천한 가운데 민주당은 일찌감치 총선 출마를 준비해 온 권인숙 비례대표 의원, 이우일·이상식 예비후보 3인 경선을 발표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용인지역 공천 특징은 지역의원이 있는 용인병(수지) 선거구를 제외하면 사실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하고, 지역 토박이 정치인들을 컷오프한 것이다. 20대 국회까지만 해도 용인선거구는 지역 출신 정치인이 초강세를 보이던 곳이다. 특히 용인갑 선거구는 지역 토박이 비율이 높아 외지 출신이 발붙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처인구를 대표했던 정찬민, 이우현 전 의원이 잇따라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이후 용인갑은 무주공산이 됐다. 또 용인을 김민기 의원과 용인정 이탄희 의원까지 불출마 선언을 해 예비후보만 30명이 넘게 등록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공천 파열음이 더 커지는 이유다. 22대 총선이 40일도 채 남지 않은 현재, 국민의힘 용인갑은 전략공천, 민주당은 3인 경선으로 가닥이 잡혔을 뿐, 나머지 3개 선거구도 1일 현재까지 최종 대진표가 결정된 곳은 없다. 제17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가 해당 선거구에 출마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