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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10만 명 대도시인데… ‘문학관’ 불모지

 

용인신문 | “왜, 용인시에는 문학관이 하나도 없나요?”

 

용인에서 태어나 평생 용인 사람으로 살고 있는 필자가 자주 들어온 말이다. 인구 110만 명을 넘어선 광역시급 용인특례시의 문화예술 수준과 시민의식을 ‘문학관’ 하나로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지방 소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문학관이 한 개도 없다? 그렇다면 용인시에는 문학 콘텐츠가 없다는 말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용인은 예로부터 사거용인(死去龍仁)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풍수지리로도 명당자리가 많기로 유명했다. 조선 시대 이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명망가들의 분묘가 많은 이유다. 산업화가 시작될 무렵인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까지 집중적으로 대규모 장묘시설(공원묘지)들이 만들어지면서 지금도 사후(死後) 인기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조선 시대에는 한양 성곽 주변 도시를 고관대작들이 우거지로 선호해 조광조, 남구만 같은 인물들이 용인으로 낙향해 살았다. 벼슬에서 물러나 용인에 머물면서 명현의 묘역이 조성되거나 명현이 많이 배출되었다. 후손들이 용인에 집성촌을 이뤄 살면서 자연스럽게 뛰어난 문장가들이 나온 경우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용인의 귀중한 문학 자료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문학관 또는 박물관이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그렇다고 수십억, 수백억 원을 투입해서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먼저, 시대와 공간별로 흩어져 있는 의미 있는 문학의 구슬들을 모아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작은 공간이라도 확보해서 자료를 수집·연구하고,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는 ‘용인문학관’의 보금자리를 틀어보자. 좀 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놓고 시작한다면 예산 절감은 물론 내실까지 모두 확보할 수 있다. 이따금 수십, 수백억짜리 공간이 만들어졌는데도, 콘텐츠가 없어서 개관조차 못 하는 지자체들의 사례를 보아왔기 때문이다.

 

큰 건물이 아니라 작은 도서관 또는 동사무소 한 귀퉁이면 어떤가. 디지털융합의 시대다. 과거처럼 넓은 공간과 많은 인력을 배치하기보다는 최소한의 전문 인력들에게 지속 가능한 자료수집과 연구를 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먼저 다양한 디지털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차후 시민의 접근성이 뛰어난 곳에 문학관을 설립하면 된다.

 

용인시가 앞장서서 뜻있는 문화계 인사들과 연계하고, 지원한다면 문화예술의 기초 산실인 용인문학관 건립은 쉽게 진행될 수 있다. 아울러 용인문학관은 ‘작가 중심, 지역 중심, 테마 중심’의 문학관을 모두 합친 ‘종합문학관’으로 만들어도 좋다. 급속한 도시개발로 인해 용인의 정체성이 사라져가고 있으니, 이제라도 용인지역의 문학자료 수집과 연구가 시작되길 기대한다.

 

용인문학관 건립 건은 용인지역 문화계 인사들의 염원 중 하나로 저변에서 공론화되고 있는 의제 중 하나다. 문학이야말로 인간세계에서, 아니 용인시에서도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인문학의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열쇠이기 때문이다.

 

<용인문학 42호 ‘용인문학관 건립을 위한 제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