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족영원 신해욱 깊은 잠을 자는 개의 규칙적인 숨소리 옆에는 음을 영원히 놓친 가수의 표정만이 허락된다고 하지 그런 표정을 연습한 적이 없으니 나는 무릎에 얼굴을 묻고 애국가보다 재미있는 노래를 하나라도 떠올리기 위해 애를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무족영원의 순간이라 중얼거려봅니다 열대에 서식하는 백여 종의 눈먼 생물이 양서류 무족영원목 무족영원과에 속한다고 합니다. 신해욱은 1974년 춘천에서 태어났다. 199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그녀의 시편들에는 유희이기도 하며 치유이기도한 경쾌함과 즐거움이 있는가 하면 고통스런 사유와 응시가 있다. 이번 시집의 표제 시이기도 한 「무족영원」은 그녀의 시를 관통하고 있는 위와 같은 요소들이 내장 되어 있다. 먼저 무족영원이라는 생물을 알아야 할 것 같다. 무족영원에 속한 동물들은 다리와 발이 없으며, 작은 것들은 지렁이만하고 크면 1.5m 까지 자란다. 꼬리는 없거나 아주 짧으며 배설강이 몸 끝 가까이에 있다. 보통 땅 속에 살며 눈 위를 피부가 덮고 있어 빛과 어둠만 구별할 수 있다. 코와 입 사이에 촉수가 있으며 아마도 후각과 관련된 용도로 사용될 것이다. 두 종의 무족영원을 제외하고 모
어쩌다 봄 전기철 어쩌다 보니 창밖에서 수제비 뜬다. 개구리가 운다. 오늘은 딸기맛 생크림 말랑말랑한 쉬폰 둥시런 태엽인형이 쏟아내는 공기를 빨아들인 단문들 칼라렌즈 소녀가 빨래방에서 만나 얼룩말 이야기가 번진다 초코로 물든 손가락, 바닐라맛 입술 누군가 ‘요즘 애들은’이라고 해도 수제비, 수제비 뜨는 눈에서 개구리가 운다. 딸기에 물든 생크림 어쩌다 봄이 입 안 가득 딸기 딸기 한다. 전기철은 1988년 월간 시전문지 『심상』과 1992년 『계간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 『나비의 침묵』을 비롯해서 여러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그는 ‘나에겐 시란 결핍에 시달리는 서정적 자아가 타락한 언어 속을, 실체를 잃어버린 언어 속을 방황하는 정서’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그의 언어들은 타락한 언어고 실체를 잃어버린 언어일 것이다. 그러한 언어로 시를 쓰는 그는 늘 결핍에 시달릴 것이다. 결핍을 극복하는 방법이 시 쓰기일 것이고 그때 다시 언어를 사용해야 되므로 그 괴로운 순환은 메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어쩌다 봄」은 유쾌한 시다. 창밖에는 어쩌다 봄이 수제비를 뜨고 개구리가 운다. 봄의 전형적인 풍경이다. 그리고 칼라렌즈를 낀 소녀가 등장한다
가운 문정영 나를 입은 그가 서 있다 낭하는 위험을 느끼는 정신이 가지는 골목, 나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그는 입가의 상처를 껴안고 산다 그의 몸을 안을 때 나는 전부를 풀어놓는다 가냘프다고 말하는 것은 골목에 대한 실례, 그의 몸피가 줄어들면 나는 스스로 펄럭이는 깃발 하루는 깊고 깊은 잠을 입어야 사라지고, 그가 나를 벗은 후에 하루는 차곡차곡 접힌다 그의 꽃이 지는 것을 본적 있다 중심이 세워졌다가 사라져가는 것을 모르는 척했다 바람과 햇빛을 입지 않은 山처럼 내 안에서 뻗어나가는 것이 어찌 슬픔뿐이랴 나를 입은 그가 가벼워진 神話처럼 납작하게 누워 있다 문정영은 1997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했다. 이듬해 첫시집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를 상재한 후 여러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이번 시집 『꽃들의 이별법』은 대상과 자아의 동화와 투사를 통해서 시가 빚어지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가운」은 이와 같은 동화와 투사가 드러난 작품이다. ‘나를 입은 그가 서 있다’는 전형적인 동화의 현상이다. 그리고 ‘그의 몸을 안을 때 나는 전부를 풀어놓는다’는 투사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시의 공간은 병원이다. 그러므로 그가 입고 있는 가운은 환자용 가운
사과상자의 이설 전다형 어떤 사과를 담았던 것일까 골목에는 각들이 없다 홀가분하게 속을 비워낸 상자가 각에 대해 각설 어제를 치고 오늘을 박다 뽑은 못 구멍 숭숭한 사과상자 눈에 밟혔는데 사과가 사회로 읽혔다 반쯤 아귀가 비틀린 자세로 골목을 물고 늘어졌다 상자가 불량한 자세로 한껏 감정을 부풀렸다 생채기에서 흐른 사과 진물이 그 진통을 기록해 놓았다 아프면서 큰다는 말, 싸우면서 정든다는 이설 옹이에 옷을 걸고 햇살 쪽으로 기운 나이테를 읽자 빈 사과상자 부등켜안고 끙끙거린 내 안의 사과가 쏟아졌다 사과밭 모퉁이를 갉아먹던 사과벌레가 내 늑골 아래 우글, 다 파먹을 요량이다 사과가 알량한 고집을 잡고 늘어졌다 사과를 비운 상자는 성자다 꺾인 전방 마주 선 내 볼록 눈거울이 맵다 전다형은 2002년《국제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등단 후 10 년 만에 첫시집『수선집 근처』를 내고 그 후 8 년 후에 이번 시집 『사과상자의 이설』을 냈으니 과작의 시인이다. 그녀는 활달한 언어의 운용과 예리한 이미지로 자신의 내면의 풍경을 노래한다. 「사과상자 이설」은 골목에 버려진 사과상자에 대한 사유와 인식의 시편이다. 눈에 띄는 키워드는 각설과 이설이다. 사과
바늘 이미상 내 눈 속엔 바늘이 가득 박혀 있다 온 세상을 돌다 온 바늘은 온 힘을 다해 몸 이곳저곳을 찌른다 내가 잠들면 그들도 잠자고 내가 일어나면 그들도 귀를 세우며 일어난다 바늘을 핀셋으로 뽑으면 집안이 아프다 뽑지 않아도 바깥이 아픈 건 마찬가지다 짐을 꾸려 멀리 떠나도 바늘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렇게 많은 바늘을 지니고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나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날마다 현관 초인종을 누른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나보다 더 굵고 예리한 바늘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 이미상은 2007년 『불교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그녀의 작품세계는 관습적인 것으로부터의 해방이라고 말하는 것이 좋을 둣 하다. 의미에 갇혀 있던 이미지나 상상력의 활달한 전개를 위해 그녀는 고투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러므로 독자는 그녀의 이미지에 얹혀서 미학적 아름다움을 누리기만하면 되는 것이다. 「바늘」은 피 흐르는 그녀의 내면의 풍경이다. 바늘은 그녀의 고통스런 내면을 드러내는 은유체계로서의 객관적 상관물이다. 그녀의 눈 속에 박혀 있는 바늘은 그녀를 찌르기도 하고 타인을 찌르기도 할 것이다. 그게 바늘의 속성이다. '온 세상을 돌아 온 바늘은/ 온 힘을 다해 몸 이고저곳
새봄의 떴다방 김승희 봄이 되면 어김없이 여기저기 천막을 치고 현수막 펄럭이는 떴다방 속아도 떴다방이지만 그 때가 좋았다고 떴다방처럼 봄이 다시 온다 못 박고 천막 치느라 먼지가 풀풀 일어난다 행여 무슨 이득이 있을까 분주한 구두들이 오락가락한다 속아도 떴다방 속여도 떴다방, 꿈결만 같은 봄인걸 뭐..... 막걸리 자국 남은 구두, 제비처럼 날씬한 명품 구두도 소녀가 할머니가 되고 할머니가 다시 소녀가 되는 마술의 왕래가 잦은 떴다방 잠시 잠깐 햇볕 한 사발, 감기약 같은 봄에 취하여 탄식이나 한숨도 슬몃 사리지는 날 먼 데서 오는 발소리 가득하고 접시에 웃음소리 저절로 부서지는 날 금세 일어섰다 금방 사라져도 떴다방은 정겹고 속아도 희망 속여도 희망 먼지 속에 풀풀 현수막이 흩날리고 꿈결처럼 사람들은 괜히 분주하고 김승희는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그림 속의 물」로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소설 겸업작가로 소설집 『산타페로 가는 사람』이 있다. 김승희 시의 기본정조는 슬픔이다. 초기시가 이데아 지향의 정조를 보였던 것에서 그녀는 현실 문제를 사려 깊은 눈빛으로 보기 시작했던 것이 슬픔의 정조다. 그 후 그녀의 시세계는 고통과 절망이라는 표현이 맞
슬픈 감자 200 그램 박상순 슬픈 감자 200그램을 옆으로 옮깁니다. 슬픔 감자 200그램을 신발장 앞으로 옮깁니다. 그리고 다음날엔 슬픈 감자 200그램을 거울 앞으로 옮깁니다. 슬픔 감자 200그램을 옷장에 숨깁니다. 어젯밤엔 슬픔 감자 200그램을 침대 밑에 넣어두었습니다. 오늘밤엔 슬픔 감자 200그램을 의자 밑에 숨깁니다. 슬픔 감자 200그램은 슬픕니다. 슬픈 감자 200그램은 딱딱하게 슬픕니다. 슬픔 감자 200그램은 알알이 슬픕니다. 슬픔 감자 200그램은. 박상순은 1991년 『작가세계』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그는 첫시집 『6은 나무 , 7은 돌고래』에서 시적문법을 극단적으로 파괴하는 것으로 시단을 당황스럽게 만들며 난해한 시인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슬픈 감자 200그램」은 환유로 읽히는 시다. 그러므로 슬픈 감자 200그램은 이 세상의 모든 슬픈 것들로 읽힌다. 슬픈 감자에서 중요한 시어는 ‘슬픈’이다. 시인의, 이 세상에 대한 인식은 슬픔으로 차 있는 것으로서의 ‘세계’인 것이다. 그렇다면 감자 200그램의 자리에 어떤 사물이 들어와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시인은 처음부터 이 시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
안과 밖의 주름들 한성희 투명한 이름 밑으로 가을이었다 가을은 동굴로 이어졌다 기울기를 증명하듯 노인은 구부러졌다 안과 밖이 하나가 되기 위해 새들도 모두가 비스듬이 이울었다 생활이 마지막이듯 눈꺼풀을 떨구고 동굴처럼 누웠다 자신이었을 갱도를 지나 날개를 찾기 위해 어두워졌다 비로소 출구처럼 그에게 달려온 그림자의 목소리들 한 겹 한 겹 알 수 없는 곳으로 주름들 불안하게 밀려갔다 안과 밖이 하나의 죽음이 되기 위해 주름은 서러운 비명으로 젖었다 서러울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뼈를 던지는 바람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조금씩 서서히 수액처럼 그곳에 다가서고 있었다 가을이 지나도 주름으로만 모여드는 타인과 작별하는 일보다 새들의 목소리를 외면 할 수 없었다 한성희는 2009년 『시평』으로 등단했다. 첫시집 『푸른숲우체국장』이 유려한 문장으로 평가되곤 했다. 「안과 밖의 주름들」은 한 노인의 죽음을 노래한 작품이다. 한 노인의 죽음을 노래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우리 모두의 죽음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조금씩 서서히/ 수액처럼 그곳에 다다르고 있었다’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안과 밖은 죽음과 삶이며 그것을 이어주는 통로가 동굴이다. 대지에 눈꺼풀을 떨구고 누
날 두고 가라 박덕규 내 팔짱 끼지 마. 네 눈을 내가 보고 있다고 믿지 마. 네가 가리키는 저 언덕으로 함께 갈 거라 착각하지 마. 휘날리는 깃발 따라 여린 신발들 몰려간 뒤 그 자욱한 연기 속에 내가 남은 거야. 나는 몸통이야. 눈 내리는 정거장에서 막차를 기다리던 항아리가 아니야. 긴 그림자를 늘여놓고 허공을 유혹하던 그런 노래가 아니야. 폭풍에 쓸린 등뼈를 하얗게 드러내고 땅 밑을 흐르는 먼 소리를 들으며 나 여기 있어. 날 두고 가라. 박덕규는 1980년 『시운동』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시인의 길에 들어섰고, 19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되었으며, 1994년 계간 『상상』으로 소설가가 되었다. 그는 전방위 문학인이다. 시, 소설, 동시, 동화, 수필, 평론, 오페라 극본, 뮤지컬 극본, 시극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창작활동을 해왔다. 「날 두고 가라」는 명령문으로 된 선언이어서 비장미가 넘친다. 내가 네 눈을 보고 있다고 믿지 말라고, 네가 가리키는 저 언덕으로 함께 갈 거라고 착각하지 말라고 선언한다. 다음 연의 비의는 '여린 신발'이다. 깃발 따라 간 여린 신발은, 정치적 함의를 유추하게 한다. 그렇게 여린 신발들이 몰려간 다음 자욱
어이할까 문효치 바람 불 때마다 내 가슴 속에 날아와 쌓이는 꽃잎들을 어이할까 몸서리치는 저 향과 빛깔 그립다가 아픔이 되는 꽃잎들을 어이할까 문효치는 1966년, 서울신문과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되면서 화려하게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무령왕의 나무새』 외에 30여 권의 작품집을 가지고 있다. 손현숙은 그의 시세계를 ‘무늬에 대한 해석이다. 무늬는 밤하늘의 별, 단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그의 시편들은 죽음과 마주 서는 자리에 세워진다. 그것은 존재에 대한 해석,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경외다. 밤의 시간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낮의 시간도 읽어내지 못하는 법. 그는 죽음을 초월하는 그 자리에서 지금 이 시간의 무늬들을 들여다본다. 그것은 하늘의 시간표처럼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그의 눈빛은 단호하다. 홀로 수직하며 오랜 격절을 겪어냈던 사람의 내면은 저렇듯 고요한 것이어서, 시선은 언제나 먼 곳을 향해 간다.’고 짚어냈다. 그는 사물에 대한 외경을 가지고 있어 작고 하찮은 것들도 그의 시 속에서는 영롱하게 빛난다. 그의 사물에 대한 외경은 유년의 아픈 기억들과 관계가 있다. 그는 몰락한 지주의 손자였고 월북자의 아들이어서 늘 왕따고 외톨이였다. 홀로 꽃과
국밥 이재무 매번 고인께는 면목 없고 죄스러운 말이지만 장례식장에서 먹는 국밥이 제일 맛이 좋더라 시뻘건 국물에 만 밥을 허겁지겁 먹다가 괜스레 면구스러워 슬쩍 고인의 영정 사진을 훔쳐보면 고인은 너그럽고 인자하게 웃고 있더라 마지막으로 베푸는 국밥이니 넉넉하게 먹고 가라 한쪽 눈을 찡긋, 하더라 늦은 밤 국밥 한 그릇 비우고 식장을 나서면 고인은 벌써 별빛으로 떠서 밤길 어둠을 살갑게 쓸어주더라 이재무는 1983년『삶의 문학』으로 문단에 나왔다. 『섣달 그믐날』 외 다수의 시집을 냈다. 그는 삶의 문제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인간의 무한한 생명력을 예찬하는 시세계를 보여왔다. 이번 시집 『데스밸리에서 죽다』 역시 그의 이와 같은 시세계를 깊이 있게 보여준다. 특기 할 것은 연륜에서 오는 생의 관조와 깨달음의 시편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국밥」은 장례식장의 풍경을 수식 없이 진솔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림으로 치면 가벼운 텃치의 그림인데 결코 가볍지 않다. 삶과 죽음의 극명한 대비에서 오는 무게일 것이다. 장례식장에서 먹는 국밥이 제일 맛있는 이유는 산 자의 살아 있음의 기쁨 때문일 것이다. 죽은 자 앞에서 영원히 살아 있을 것 같은, 기실 죽은
몽유강천보기 김인자 불안을 내려놓자 낮은 신음소리 달려가던 강은 물비린내로 깊어지고 말았습니다 깊다는 건 넓이를 어둠 속에 담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높고 깊고 소스라치게 그윽한, 그럴지라도 생각과 몸이 기우는 곳은 여전히 당신입니다 풀잎을 흔들던 바람은 기어이 가을을 문 앞에 세우고야 말았습니다 구름 사이로 귀소하던 두루미 떼의 유연한 비상을 보았던가요 눈 앞에 강은 그대로인데 몽유라면 이 같은 그림을 눈앞에 전개한 자연과 살아 있음을 감사로 전언하는 당신이야말로 전 생애를 통틀어 가장 황홀한 몽유지요 산그늘이 깊어지네요 잠시 눈을 감았다 떴을 뿐 10년이 어제 같은데 가을장미는 이미 건너가고 없는 로맨스라 했던가요 잠에서 깨어 아랫도리를 흥건하게 적시던 그날 아침은 한 번도 입맞춤 해보지 못한 당신의 향기가 나의 꽃밭에 흘러 넘쳤습니다 그 향기 때문에 나는 오래 어지러웠고 뻔한 길을 헤매야 했지요 향기를 따라가다 보니 꽃밭에서 멀어지거나 터무니없이 가까워지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고요 칼날 같은 통증이 가슴을 스칠 때마다 꽃들은 불꽃처럼 솟구쳤고 홀로 그 넓은 꽃밭을 지키는 일은 형벌 같았습니다 다시 밤이 오고 아침이 와도 그 꽃밭에 남은 당신의 향기는 여전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