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명 후안 헬만/성초림 옮김 새 한 마리 내 안에 살았다 꽃 한 송이 내 피를 떠돌았다 내 마음은 바이올린이었다 사랑했다, 사랑하지 않았다, 하지만 때로 나를 사랑해 주었다. 봄, 맞잡은 두 손, 행복함에 나도 즐거웠다. 내 말은 사람은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 새 한 마리 눕는다. 꽃 한 송이. 바이올린 하나.) 후안 헬만(1930-2014)은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대학에서 화학을 공부하다 중퇴하고 청년공산당에 가입한다. 호르헤 비델라가 1976년 쿠데타로 집권하기 1년 전, 그는 망명을 한다. 오랫동안 외국을 떠돌며 독재자를 비판하고 저항한다. 그의 아들과 며느리가 군사독재의 희생자가 되기도 했다. 임산부였던 며느리가 감옥에서 출산한 아기는 우루과이로 입양되었다. 아르헨티나에 민주정부가 들어섰지만 그는 멕시코에서 살다 생을 마감했다. 「묘비명」은 그 자신의 묘비명을 상정하고 쓴 시가 분명하다. 시인의 가슴에 살았던 새는 자유의 상징일 것고 군부독재에 의해 억압당하는 자유에의 기원이기도 할 것이다. 그의 피를 떠돌고 있었던 꽃 한 송이는 저항정신의 상징이다. 그의 마음이 바이올린이었으면 그는 운명적으로 시인일 수 밖에 없다. 어떤 글에서 바이올린은
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 아담 자가예프스키/최성은 이지원 옮김 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 위안이 있다, 타인의 음악에서만, 타인의 시에서만. 타인들에게만 구원이 있다. 고독이 아편처럼 달콤하다 해도, 타인은 지옥이 아니다, 꿈으로 깨끗이 씻긴 아침 그들의 이마를 바라보면, 나는 왜 어떤 단어를 쓸지 고민하는 것일까, 너라고 할지, 그라고 할지, 모든 그는 어떤 너의 백신자일 뿐인데, 그러나 그대신 서늘한 대화가 충실히 기다리고 있는 건 타인의 시에서뿐이다. 아담 자가예프스키는 1945년 6월 21일, 폴란드의 리비우, 지금의 우크라이나 영토가 된 르부프에서 태어났다. 2차 대전 이후 르부프가 소비에트로 넘어가자 자가예프스키 가족도 새로이 폴란드 영토가 된 실롱스크 자방의 탄광도시인 글리브채에 정착해서 살았다. 그가 영원한 정신적 이방인으로 살게 된 것은 이러한 유년의 기억 때문이다. 그는 자기 자신까지도 타인의 의식 속에 넣고 시를 썼다. 그는 억압 받는 자의 고독에 깊이 천착 한다. “나는 시가 내 국가가 아니라 나 자신의 감정, 의견, 기쁨, 슬픔으로부터 커가야 한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은 그의 이와 같은 시정신이 잘 드
불안스레 숨 쉬는 나뭇잎으로 오쉬프 만델쉬탐/조주관 옮김 불안스레 숨 쉬는 나뭇잎으로 검은 바람은 살랑거리고 날고 있는 제비는 어두운 하늘에 원을 그린다 내 죽어가는 다정한 가슴으로 번져오는 황혼은 꺼져가는 빛과 조용히 다투고 있다 저녁 숲 위로 구리빛 달이 떠 있다 왜 음악이 없을까? 왜 그런 침묵만 흐를까? 오쉬프 만델스탐(1891-1938)은 바르샤바의 유태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1934년 5월 어느 날 밤, 그의 아파트에 비밀경찰들이 들이닥쳤다. 안나 아흐마토바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등의 시인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낭송했던 스탈린을 풍자한 시를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그의 두꺼운 손은 구더기처럼 기름기로 번들거리고/말은 저울추처럼 믿음직하며/바퀴벌레 같은 콧수염은 웃고 있으며 그의 장화목은 번쩍인다’는 시였다. 그는 그날 밤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당한 뒤 우랄산맥의 소도시로 추방된다. 1938년 두 번째로 체포된 뒤 강제수용소로 보내진 그는 그해 12월 27일 공동묘지에 묻혔다. 그의 작품은 부인 나데쥬다의 암기에 의해 복원된 것이 대부분이다. 암기되지 않은 것은 필사본으로 여러 지인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했다. 그의 시는 사랑과 두려움, 추억, 그리고 죽
선물 포루그 파라흐자드/신양섭 옮김 나 저 깊은 밤의 끝에 대하여 말하려 하네 나 저 깊은 어둠의 끝에 대해 깊은 밤에 대해 말하려 하네 사랑하는 이여 내 집에 오려거든 부디 등불 하나 가져다주오 그리고 창문 하나를 행복 가득한 골목의 사람들을 내가 엿볼 수 있게 포루그 파로흐자드(1935-1967)는 페르시아 문학 천년 역사에 가장 중요한 시인으로 꼽힌다. 그녀는 1935년 이란의 군인 집안에서 태어나 열일곱 살에 결혼하여 아이를 낳는다. 영혼이 자유로운 그녀는 히잡을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혼을 당하고 아이 양육권도 빼앗긴다. 파로흐자드가 우리에게 알려진 건 이란 감독 아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가 개봉되면서부터였다. 시의 부분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푸르른 이여/불타는 기억처럼 그대의 손을/내 손에 얹어달라/그대를 사랑하는 이 손에/생의 열기로 가득한 그대의 입술을/사랑에 번민하는 내 입술에 맡겨 달라/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 그녀는 온 몸을 던져, 온 영혼을 던져 시를 썼다. 그러다 1967년 2월 13일 지프를 타고 가다 맞은편에서 오는 스쿨버스를
내 입에서 당신의 뺨까지 안토니오 가모네다/최낙원 옮김 내 입에서 당신의 뺨까지 쓰디쓴 길이 뻗어 있다 벌거벗은 당신의 가슴 내 손에 재를 뿌린다 당신의 시선과 내 목소리 사이에 죽음이 떨고 있는가 안토니오 가모네다는 1931년 5월 30일, 스페인 오비에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역시 시인이었는데 『또 다른 더 나은 삶』이라는 시집을 남기고 가모네다가 한 살 때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 아멜리아 로본의 건강 때문에 1934년 레온의 변두리 철도 옆 빈민가로 이사했다. 그는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아버지의 시집으로 글을 깨우쳤기 때문에 글자와 시가 함께 왔다고 술회한 바 있다. 가모네다는 자신을 “시를 쓰는 프롤레타리아”라고 말한다. 유년기의 가난으로 인한 고통스런 기억과, 전쟁의 역사 속에서의 절망과,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투쟁이 환상성의 언어로 응축된 그의 시편들은 고뇌와 갈등에서 피어난 붉은 꽃과 같다고 평가한다. 스페인의 문학평론가인 호세 안토니오 폰데 파르는 “그의 시는 감성에서 비롯된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시어들로 가득 차 있고, 어떤 언어로도 품을 수 없는 신비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2006년에 전 세계 스페인어권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르반
근심을 밭에서 키우다 박승민 딸은 다섯 큰집에서 양자로 들인 아들이 하나 아침밥이 삭는 내내 땡볕에 붙어살다가 밤나무 그늘에서 잠시 땀을 어르는 사이 미지근한 보릿물에 밥 한술 뜨는 사이 땅에 묻어둔 누런 근심이 꼬물꼬물 소매로 기어든다 탄저 먹은 고추는 화농처럼 번져가고 풍작 소식, 생강밭은 생강밭대로 사네, 못 사네 베트남 며느리의 전화통 속 꼬부라진 소리의 표정까지도 박승민은 1964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나 2007년『내일을 여는 작가』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슬픔의 시인이다. 농촌공동체가 와해되는 것이 슬프고 이주노동자가 겪는 고통이 슬프고 논밭이 아파트로 변하는 것이 슬프고 죽음이 슬프다. 「근심을 밭에서 키우다」는 슬픈 가족사의 이야기다. 딸만 다섯인 농사꾼은 큰비에서 아들 하나를 양자로 들여 대를 잇는다. 땡볕에서 일 하다가 땀을 식히는 사이, 보릿물에 밥 한 술 뜨는 사이, 땅에 묻어둔 근심이 소매로 기어든다. 근심은 탄저병에 걸린 고추농사고 풍작이라는 생강밭, 풍작이면 생강값은 똥값이 될 것이 뻔하니 근심 아닐 수가 없다. 그뿐인가. 베트남에서 맞은 며느리는 사네, 못사네 하며 친정부모에게 전화를 한다. 근심 아닌 게 없는 밭두렁이다.
망각 이기성 이게 뭘까. 입속에 수북한 눈송이. 하얀 눈 흩어진 벌판에 나는 갇히리. 하얀 사람이 되어 가리. 어디선가 노랫소리 들려오면 너는 노래를 하고 있구나, 생각하리. 환한 난롯가에 앉아 편지를 쓰고 겨울밤 내내 뜨개질을 하고 있구나, 너의 눈썹이 녹아서 뺨 위에 검은 물 흐르는 구나, 그것은 눈물이 아니구나, 생각하리. 너의 망각 속에서 나는 하얗게 얼어붙으리, 생각하면 이게 뭘까, 내 입속에 수북한 눈송이. 이기성은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을 마쳤다. 1998년『문학과사회』에 「지하도 입구」외 3편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그녀는 이번 시집에서 도시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사라진 발을 어루만지며서 산책에 대한 긴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녀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죽음만 발생하는 이야기에 집중한다. 「망각」역시 죽음의 시편으로 읽힌다. 화자의 입속에 수북한 눈송이는 산 자의 풍광은 아니다. 하얀 눈 흩어진 벌판에 갇힐 것이라고 노래하는 것으로 보아 죽은 자는 홀로 잠들어 있다고 보여진다. 시적 화자는 죽은 자의 귀로 산 자의 노래를 듣고 죽은 자의 눈으로 산 자의 뜨개질 모습을 보고 산 자의 눈썹이 녹아서 검게 흐르는 모습도
시간의 그늘에서 마종기 봄꽃을 넋 놓고 보는 애잔한 마음아, 빨리 늙어라. 먹구름보다 무거운 이별도 참을 수 있게. 봄비의 한숨도 가슴 아파지는 안개의 여운도 아무도 적시지 마라. 만남도 헤어짐도 긴 잠에 들게. 바람 불자 쓸려간 꽃은 어디를 헤매며 울까, 불면의 향기만 어둡게 퍼지고 대답이 없는 길, 부디 잘 가시게. 마종기는 1939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연세의대, 서울대 대학원을 마쳤다. 미국 오하이오 주 톨레도에서 방사선과 의사로 일했다.1959년 『현대문학』추천으로 문단에 나왔다. 이번 시집에서는 빼어난 서정성을 보인다. 그는 삶에서의 연민과 응시와 회억의 숲에 든다. 그의 시세계는 광활하고 울창하다. 독자들은 눈앞에 펼쳐지는 울창한 숲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의 그늘에서」는 그의 이와 같은 서정성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첫연은 자신에게 빨리 늙어달라고 명령한다. 봄꽃을 넋 놓고 보는 애잔한 마음에게 먹구름보다 무거운 이별도 참을 수 있게 늙어달라는 주문은 죽음에 닿는다. 죽음 아니라면 먹구름보다 무거운 이별은 없을 것이다. 둘째연의 흐름은 첫연에 이어진다. 만남도 헤어짐도 긴 잠에 들게, 아무도 적시지 마라고 주문한다. 봄비의 한숨도, 안
핀란드 영화 김현 노인1이 갈매기1에게 청어를 던져 주었네 노인2가 갈매기2에게 작별을 고할 때 쓸쓸하게 따뜻하게 갈매기2가 갈매기1에게 날아갔네 노인2가 노인1에게서 멀어질 때 쓸쓸하게 따뜻하게 주인공은 죽고 갈매기는 기룩끼룩 노인1과 노인2는 살아남았네 쓸쓸하게 따뜻하게 아무도 기억하는 사람이 없지만 김현은 1980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났다.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왔다. 이번 시집은 더 큰 사랑을 생각하게 하는 시편들이 눈에 띤다. 가깝게는 부모겠지만 그의 사랑은 더 멀리서 더 크게 다가온다. 「핀란드 영화」는 어느 쓸쓸하고 따뜻한 바닷가에서 벌어지는 노인들의 이야기다. 등장하는 노인 두 사람은 절친은 아니다. 어쩌다 바닷가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쓸쓸한 사람들이어서 옆에 누가 있는 것만으로 위로를 얻는 노인들이다. 노인들에게 진정한 친구는 갈매기다. 갈매기는 두 마리다. 부부일 수도 있다. 연인 사이인지도 모른다. 노인이 놀아주던 갈매기2에게 작별을 고하고 바닷가를 떠난다. 그 때 갈매기2가 갈매기1에게 날아간다. 노인2는 노인1에게서 멀어진다. 두 노인은 말없이 헤어지지만 마지막까지 살아남는다. 주인공이 죽고 갈매기들이 기룩
폭풍우 치는 밤에 안희연 나무가 부러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수호신처럼 마을 입구를 지키던 나무였다 사람들은 부러진 나무를 빙 둘러싸고 서서 각자의 시간을 떠올린다 소망과 악담, 비밀을 한데 모으면 한 그루의 나무가 되었다 무엇이 나무를 부러뜨린 거지? 기껏해야 밤이었는데 우리가 미래나 보루 같은 말들을 믿지 않았던 게 아닌데 슬픔의 입장에서 보면 나무는 묶인 발이다 그제야 주먹을 꽉 쥐고 있던 나무가 보였다 바람이 나무를 흔들었다고 생각해? 나무는 매일같이 바람을 불러 자신을 지우고 있었어 발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마음이 매달려 있어서 기억의 입장에서 보면 나무는 잠기거나 잘린 얼굴이다 간절히 씻고 싶었을 얼굴을 생각한다 안희연은 1992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2012년 《창비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는 이번 시집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에서 시적 사유과 섬세한 언어감각이 돋보이는 서정적인 시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폭풍우 치는 밤에」역시 그녀의 시적 사유과 섬세한 언어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서사가 있는 시지만 상상력이 돋보인다. 폭풍우 치는 밤에 마을 수호신으로 알려졌던 나무가 부러졌다. 나무가 부러지고 나서야 나무가
고도의 중얼거림 김행숙 그들은 내가 잠에서 깨길 기다리고 있지만 기다리게 할 거야 드디어 내가 잠에서 깨면 그들은 내가 잠들길 기다리고 있어 그래서 또 기다리게 했지 그래서 그들은 밤낮 기다리지 기다림은 길어지는 것 죽음처럼 알아볼 수 없는 것 그래서 나는 한 번도 고도인 적이 없는 것 같아 그래서 나도 그들과 같이 고도를 기다리고 있지 사실 그것은 아주 오래된 나의 일과였어 김행숙은 1970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1999년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그녀는 어떤 인터뷰에서 ‘시는 타성이나 기존 논리에 쉽게 몸을 내 주지 않을 때 강한 생명력을 가져요. 시가 평화로운 것보다는 불안한 존재에 가까워야 하는 이유죠. 시가 사람들에게 특별한 경험이길 바랍니다’라고 말한바 있다. 이 말은 그녀의 시를 읽는데 도움이 된다. 그녀의 시는 불온하고 불안 한 것이다. 「고도의 중얼거림」은 인간의 삶을 끝없는 기다림으로 정의하고 기다림 속에 나타나는 인간 존재의 부조리한 측면을 나타내는 사무엘 베게트의 대표적인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의 ‘고도’의 중얼거림이다. 50년 동안 고도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부랑자 블라디미르와 애스트라공이다. 시적화자의 중얼거림
빵 가게가 있는 풍경 허연 석양 아래 늙은 노숙자 한 명 물끄러미 빵 가게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추억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지나가는 자동차들 고여 있던 빗물들 뿌려대고 죽음과 무척이나 가까운 화단에선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 자목련이 지고 있었다 허연은 서울에서 태어나 1991년 『현대시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오래 동안 언론사에서 기자로 활동해 온 시인이다. 그의 시에 사회적인 발언이 많은 이유다. 「빵 가게가 있는 풍경」 또한 사회적인 발언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시간은 어는 봄날, 비가 내린 저녁 무렵이다. 공간은 자동차들이 질주하는 도시의 빵 가게 앞이다. 주인공은 노숙자다. 비온 날의 노숙은 노숙자에게 작은 시련이다. 그는 허기져 있다. 주린 배를 잡고 들여다보고 있는 빵 가게 안은 갖가지 먹음직스러운 빵들이 진열되어 있다. 노숙자는 빵을 보고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니다. 지난날들의 추억을 빵처럼 부풀어 오르게 하는 것이다. 지난날들의 추억의 첫 장은 아무래도 가족들일 것이다. 가족들은 어디를 가나 노숙자를 목메어 부르는 간절한 목소리다. 아련하고 아픈 혈육의 생각으로 물끄러미 서 있는 노숙자를 향해 달리는 자동차들